하우스 오브 카드, 최근에 시즌 4를 방영했던 인기 미드의 제목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란 카드로 지은 집, 엉성하고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집을 의미한다. 드라마는 권력의 정점인 미국 정치가 얼마나 인물들의 욕망과 권모 술수로 점철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드라마는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국가의 안위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더 민감한 주인공을 보여주고, 이러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란 손만 톡 대면 무너질 수 있는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나는 갓 의대를 졸업한 인턴이고, 어떤 병에 어떤 약을 쓰는지는 알지만 용량을 어떻게 쓰는지, 알약으로 주는지, 주사제로 주는지 알지 못한다. 어떤 수술을 하면 된다고 알지만 수술을 할줄도 모르며 수술에 어떤 준비물이 필요한지도 알지 못한다. 허나 대학병원의 흉부외과에서 나는 주치의를 하고 있다.
매일 나가는 혈액 검사와 기본적인 약과 지시처방은 약속처방에 있는 것을 copy하여 사용한다. 환자의 상태가 안좋아지면 당직 교수님께 노티하고 교수님이 지시해 주는 약을 약물편람에서 검색하여 용법을 따라 사용한다. 한 명당 약 삼십명정도를 맡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약이 하나 빠지거나 지시처방이 잘못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오더를 받는 간호사가 전화하여 수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더를 잘 낼수록 추가 처방 해달라는 전화가 적게 온다) 일과 중 교수님이 시키는 일들을 끝내고 당직을 서게 되면 보통 밤 열두시가 넘어서야 정규 오더를 낼 여유가 나는데, 이때부터 시작해서 아침 6시 정도 까지 간호사의 오더 피드백이 오게된다. 자는 와중에 간호사들의 피드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로는 전화기를 꺼놓고 아침까지 자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피드백이 없으면 경험 부족한 나의 처방은 환자를 위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존심을 버리고 저자세로 간호사들의 원성 가득한 피드백을 경청할 수 밖에 없다.
특정 약을 쓸 때에도, 의학 교과서에는 "~ 약을 쓰면 된다"라고만 적혔있고 용량은 학생수준에서 적혀있지 않다. 있어도 외우지 못하겠지만. 또한 약에 따라서 주는 요령이 다른 경우들이 있다. 무슨약은 무엇과 같이 주고, 무엇에 섞어주고, 투여 속도를 어떻게 조정하는지는 직접 써 봐야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짜인 인턴은 섣불리 처방을 낼 수 없다. 엉망인 처방을 내게 되면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피드백 전화가 빗발치듯이 오게 된다.
이와 같이 일반인이 대학병원을 생각 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와 그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많이 다르다. 나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이 주치의를 잡아도 아무 일 없이 굴러가는 병원을 보며 하우스 오브 카드란 단어의 새로운 의미가 생각이 났다. 민주주의나 대학 병원이나 모두 손만 톡 대면 무너질 것 같은 조직이다. 그러나 둘다 모두 무너지는 일 없이 잘 굴러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하우스 오브 카드란 단어는 그 누가 조직의 일원이 되던 무너지지 않게 잘 설계된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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