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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13 23:17:12
Name Quarterback
Subject [일반] (스포) 뒤늦은 리뷰 : <아가씨> 서로 다른 욕망의 결말
뒤늦게 아가씨를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어떤 선입견도 갖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흔한 스포일러 없는 리뷰도 읽지 않았고, 영화를 본 뒤에도 관련된 글도 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써내려갈 리뷰는 100%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리뷰를 할 생각을 하고 영화를 본 것이 아니니 다소 부정확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편의상 반말로 작성하였습니다.

1. 왜 후지와라(하정우)와 코우즈키(조진웅)은 죽어야만 했을까?

혹자는 “나쁜 놈이니까 죽었지.” 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실은 속고 속이는 이야기 속에서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도 반드시 선한 캐릭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처음부터 돈을 노리고 후지와라의 계획에 참여한 숙희는 더욱 그렇다.

4명의 등장인물은 각기 다른 형태의 욕망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누가봐도 후지와라는 돈과 재물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찬 인물이다.  긴 사기극 동안에 한번도 후지와라는 히데코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저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옆에 있으면 한번 혹할만도 한데 말이다. 그는 여자랑 자기보다는 그냥 돈을 덮고 자는 것을 선호할만한 인간이다. 게다가 그의 직업은 무엇인가. 사기꾼. 남을 속여 최소한의 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 그는 영화 속에서 돈에 대한 욕망 그 자체로 그려진다.

코우즈키는 뒤틀린 성적 욕망의 상징이다. 고상하게 고서적을 수집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 춘화나 남녀 간의 성교에 관한 책들 뿐이다. 코우즈키는 돈은 전혀 관심이 없다. 중간에 숙희의 대사 중에 [책을 팔아 금광을 사는 것을 말이 되지만 금광을 팔아 책을 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대사가 있다. 이처럼 그는 돈을 탐하는 후지와라와는 다르다. 그는 책을 읽으며 그림을 보며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거나 히데코가 책을 읽을 때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즐길 뿐이다. 그의 지하실은 그의 어둡고 비틀린 욕망의 결정체이다. 생명력을 잃어버린 채 방부용액 속에 조각 조각 담겨 있는 인체 표본들은 그의 욕망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인지 보여주는 장치들이다.

그러나 히데코와 숙희는 바로 이 영화의 주제 사랑 즉, 사람에 대한 욕망의 상징이다. 그리고 이것은 육체적 사랑으로도 표현된다. 영화에서 히데코와 숙희의 육체적 사랑을 매우 자세히 반복적으로 묘사하는 것과는 달리 후지와라와 코우즈키는 제대로된 정사씬 하나 나오지 않는다.  이런 명확한 대비는 철저하게 의도된 것이다. 그냥 야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후지와라나 코우즈키도 꼭 중심인물과의 정사씬이 아니더라도 짧은 씬 정도는 들어갈만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외에도 강제로 자기 물건을 잡게 한 후지와라에게 숙희가 그 크기에 대해서 언급하는 장면이나 제대로 걷는 장면 조차 나오지 않는 코우즈키는 오히려 이들이 육체적으로는 열등하다는 식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렇다면 두 남자는 왜 죽어야만 했을까? 혹시 박찬욱 감독은 인간과 인간의 사랑만이 순수한 욕망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것을 넘보는 두 사람. 후지와라는 히데코에게 자신의 감정을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히데코를 좋아하는 것으로 인해 자신이 잘못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방에 찾아온 히데코를 탐하려 하지 않았다면 후지와라는 살아남았을 것이다. 코우즈키는 후지와라에게 히데코와 정사 이야기를 들을려다가 후지와라의 자살계획에 말려 같이 죽고 만다. 항상 간접적으로, 변태적으로 히데코를 욕망하던 코우즈키도 그녀에 대한 직접적인 욕망을 드러내자마자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히데코 이야기를 듣지 않고 그대로 후지와라를 죽여버렸다면 코우즈키 역시 살아 남았을 것이다. 결국 둘의 죽음은 주제의식의 또 다른 표현이다.

2. 왜 히데코와 숙희는 사랑에 빠지는가

영화 초반의 히데코는 욕망이 없는 존재이다. 코우즈키는 히데코를 자신의 비틀린 욕망을 투영하는 거울로 쓰기 위에 히데코에게서 욕망을 빼앗아가버렸다. 게다가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그녀는 남을 사랑을 할 줄도 모른다. 다만 그에게 철저하게 복종하고 그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영화에서 히데코를 시체로 묘사하는 부분. 그리고 나무인형과의 체위씬에서 전혀 움직임 없는 히데코의 몸과 표정은 그녀의 욕망 없음을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그렇다면 숙희는? 영화가 끝나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 숙희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돈을 추구했다. 후지와라와 다를 바 없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후지와라처럼 히데코를 원하는 순간 숙희도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숙희에게는 2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첫째, 그녀는 돈을 목적으로 추구하지 않았다. 숙희는 돈이 생기면 저 멀리 떠나고 싶어했다. 그녀에게 돈은 독립하여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둘째, 그녀는 영화 초반. 자기 아기에게만 젖을 주는 밑단이를 언급하면서 자기는 모두에게 젖을 주고 싶다며 보편적 모성애를 말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가장 조건없이 헌신적인 사랑이 바로 모성애이다. 자기 자식을 위해서는 목숨조차 망설임 없이 버릴 수 있는 사랑.  그렇게 숙희는 영화 속에서 몸만 성인이지 아이와 다른 없는, 집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는 히데코를 어머니처럼 재워주고 씻겨준다.

어쨌든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숙희 또한 원래대로라면 후지와라나 코우즈키와 같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계획대로 정신병원으로 보내졌을테고 거기서 죽었을 것이 틀림 없다. 개인적으로 처음 영화를 보면서 가장 찝찝했던 부분은 히데코가 숙희의 빰을 때리는 부분이었다. 영화 초반에 보여지는 두 여자의 감정선만 가지고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어지는 히데코의 자실시도씬까지. 나는 감히 이 부분이 <아가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퍼즐을 맞추듯 이 부분에서 남을 사랑하고 위할 줄 모르던 히데코가 숙희를 통해 사랑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 숙희 또한 자신이 받게될 돈을 희생하면서 히데코를 위하는 마음을 표현하면서 불확실하던 둘의 감정을 명확히 정리한다. 결국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을 사랑하는 것이 이 두 여자가 사는 방법이었다. 이쯤 되니 박찬욱 감독이 왜 굳이 동성애를 그리고자 했을까 약간 이해가 된다. 이성 간의 사랑은 아무리 순수하다고 해도 여전히 사회적 규율 하에 놓여져 있다. 하지만 동성애는 그것조차 무시하는 사랑, 그 자체라고 본 것이 아닐까?

3. 결말
모든 영화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가씨>가 서로 다른 욕망, 그 속에서의 순수한 두 인간 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욕망만이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후지와라와 코우즈키는 자신이 욕망하던 것을 넘어서 마치 그들이 돈을 추구하듯 혹은 비틀린 성적 욕망을 추구하듯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히데코를 욕망했기 때문에 결국 그들은 실패했다. 그에 반해 히데코와 숙희는 의도적 대칭으로 보여지는 체위들처럼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그 결말이 달랐다.  

참고 : 아가씨의 영어 제목은 The Handmaiden로 뜻은 하녀이다. 물론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있었으니 한글 제목을 하녀로 할 수야 없었겠지만 재미로든 뭐든 박찬욱 감독은 제목에서 [아가]씨라는 것을 한번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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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13 23:50
수정 아이콘
저는 아가씨가 본질적으로 전혀 복잡하지 않고 명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사랑하는 두 사람의, 두 사람만의 이야기예요.

히데코가 숙희의 뺨을 때리고 자살하려 한 건 당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끝내 속이려 했는걸요. 숙희가 히데코를 속여먹으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히데코가 그녀를 죽이지 않은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한 끝내 자신을 속이는 대신 눈물을 흘리며 속죄한 사람인걸요. 게다가 그녀의 독백처럼 '나의 구원자'니까요. 코우즈키의 소장품들을 파괴하고, 도망치는 히데코에게 발판을 만들어 주는 모습에서 '구원자'가 어떤 뜻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후지와라와 코우즈키가 죽은 이유도 간명합니다. 사랑의 방해자니까요. 코우즈키는 말할 나위조차 없고, 후지와라는 히데코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정신병원에 처넣고도 일말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지요. 심지어 후지와라는 '순진한 건 우리 동네에서 불법이다'라고 몇 번이나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순진함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가 바로 숙희죠. (숙희 자신의 관점으로는 똑부러지고 야무지며 세상 물정에 정통한 것처럼 보이지만 훼이크고, 실제로는 사랑에 눈멀고 순진해 빠진 소녀일 뿐이죠.)

여튼 이 영화는 복잡한 면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명쾌하고, 저는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6/06/14 00:15
수정 아이콘
1, 2장의 반전 구조에서 드러나는 숙희의 순진함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교활한 여우인 줄 알았으나, 순박한 강아지였어요. 히데코는 고양이고 크크
Danial Plainview
16/06/14 00:15
수정 아이콘
여기서 작중 남자들은 자신의 사랑에 대해 절대 인정조차 하지 않으면서 말을 빙빙 돌리기나 하고 왜곡된 성관념을 갖고 있는 찌질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후지와라 백작은 말로는 히데코와 단지 비즈니스를 하는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죽을 때의 마지막 장면도 그렇고 낭독회에서의 장면도 그렇고 히데코를 너무도 좋아하는데 쫀심 때문에 인정을 안하는 것뿐이며,

코우즈키는 히데코를 취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마누라 눈치보고 그녀를 취하는 상상만 할 뿐 건드리지도 못하는 고자 역할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머지 둘이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이 목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둘 다 좀 찌질한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Quarterback
16/06/14 06:23
수정 아이콘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분명 둘다 사랑에 대해서는 찌질한 캐릭터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마스터충달
16/06/14 00:17
수정 아이콘
후지와라와 코우즈키의 죽음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주제의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두 남성의 죽음을 기획한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보자면
1. 이야기의 깔끔한 마무리.
2. 두 남성의 죽음과, 두 여성의 성교의 대비를 통한 전복의 이미지 구현
이라고 보여지긴 합니다. (그러나 2번은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요)
쇼미더머니
16/06/14 02:30
수정 아이콘
감독이 그렇게 기계적인 의도를 가지고 두 남자의 죽음을 '기획' 했을지 의문이네요. 주제의식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 쓰신 분께서는 이야기상, 두 남자는 사랑에 이르지 못하고 욕망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죽어야만' 했다고 보고 계시는 듯 하고요.
마스터충달
16/06/14 08:31
수정 아이콘
저게 두 문장으로 줄여서 그렇지 기계적이라 말 할 정도로 단순한 의도는 아닙니다. 인터뷰 등에서 나온 얘기이기도 하고요.
쇼미더머니
16/06/14 11:41
수정 아이콘
두 문장이든 세 문장이든 그런 거랑 상관 없이 표현 자체가 기계적인데요. 그리고 어디 인터뷰 말씀이신지요?
마스터충달
16/06/14 12:05
수정 아이콘
-방금 언급한 장면은, 히데코를 소외시키고 착취한 에로틱한 텍스트를, 주체적 쾌락의 텍스트로 전유(專有)한 설정이라 통쾌함을 준다. 히데코가 남자들의 관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억지로 낭독했던 묘사를 두 여자가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실천하자 의미가 전도된다.

=관객이 그런 점을 알아줘서 고마웠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한 여성 스탭이 관객이 불쾌해하지 않겠냐고 염려하기도 했다. 착취자인 코우즈키(조진웅)가 읽도록 강요한 내용을 주인공들이 답습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하지만 영화제뿐 아니라 배급 시사 관객도 우리가 의도한 설정을 파악하더라. 섹스 장난감인 방울과 어린 히데코를 체벌하던 문진의 생김새가 유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씨네21에서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전복의 의도를 어떤 연유로 "기계적"이라 평하시는지 의아하네요. 기계적이라는 표현은 인풋/아웃풋이 전형적이고 수동적인 표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박찬욱이 의도한 전복의 결과는 연출적 의도가 개입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뒤따라오는 수준도 아니었고, 전형적인 권선징악보다도 복잡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비록 제 입장은 인터뷰의 여성 스텝과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결말에서 대비되는 두 커플이 보여주는 전복의 이미지가 기계적 결말이라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쇼미더머니
16/06/14 12:15
수정 아이콘
전혀 들어맞지 않는 인용이네요. '두 남자의 죽음에 대한 감독의 의도'와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인데요? 그리고 제가 기계적이라고 한 것은 작가 또는 감독이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또는 전복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두 남자를 죽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어느 작가 또는 감독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기계적인 의도'라는 표현, 맞습니다.
마스터충달
16/06/14 12:35
수정 아이콘
내러티브는 유기적이에요. 결말의 정사신에서 보이는 전복의 이미지는 당연히 두 남성과 두 여성의 대비와도 이어져야 합니다. 전혀 다른 맥락이라면 도리어 따로 노는 장면이라고 비판 받아야 마땅해요.

그리고 저 두 문장의 해석을 인정하지 않으신다해도 "기계적"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적확하지 않습니다.
쇼미더머니
16/06/14 12:44
수정 아이콘
크게 보면 두 남자의 죽음과 이에 대칭 되는 두 여자의 사랑, 그것이 가지고 있는 대비와 전복성, 다 연결이 되겠지요. 두 남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이 된 건데 자꾸 논점을 이탈하시는 것 같아서 더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리고 기계적이라는 표현이 자꾸 거슬리시나 본데 그 표현은 박 감독의 연출 또는 이야기 구성에 대고 한 말이 아니라 충달님의 '두 남성의 죽음을 기획한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보자면'과 이후의 두 문장이 무척이나 기계적인 해석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런 기계적인 의도'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라는 맥락으로 이야기 한 겁니다.
마스터충달
16/06/14 12:56
수정 아이콘
크게 봐야죠. (연속된 시퀀스라 크게 본다고 보기도 무리입니다만) 두 남성의 죽음만 똑 떨어뜨려 놓고 해석하면 안 되죠. 유기성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두 남성의 죽음과 그때 나온 희화화 그리고 성 도구의 전유화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계적이라는 평가의 대상은 감독의 의도가 아니라 제 표현인건가요? 감독의 의도가 기계적이라 볼수 없다는 건 이미 설명드렸고, "감독의 의도가 이렇더라."라는 제 말이 기계적이다 아니다 판단할 거리가 있는 말은 아닌 듯 싶은데 말이죠;;;
쇼미더머니
16/06/14 13:07
수정 아이콘
마스터충달 님// 잘 못 이해하신 듯 하네요. 크게 보면 다 통하는 것이기에 그런 시각은 별 의미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보면 저게 두 남자의 죽음과 무슨 관련이 있는 이야기 입니까. 남자들이 가지고 있던 욕망과 쾌락의 부분을 여성들이 '전유' 또는 '답습' 했다, 이 부분에 대한 거부감을 걱정했지만 괜찮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내용 아닙니까? 이 내용이 어떻게 두 남자의 죽음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리고 충달님의 영화 관련 글들을 대체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만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셨으면 좋겠네요. '두 남성의 죽음을 기획한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보자면' 이 표현 자체가 이미 너무도 기계적이라니까요. 그에 대한 1, 2번의 설명은 말할 것도 없고요. 왜 판단할 거리가 없습니까.
마스터충달
16/06/14 13:39
수정 아이콘
두 남자의 죽음은 두 여성의 정사와 대비되며 의미가 완성되니까요. 이미 충분히 설명해드렸으니 이해 못하시더라도 더는 설명 않겠습니다.

그리고 계속 기계적이라는 말만 하시는데 왜 기계적인지 설명을 해주세요. 전형적이거나 수동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말이 아닌데 왜 기계적이라 하나요. 저는이유를 들어 아니라고 하는데 이유도 없이 아니라고만 하십니다. 제가 뭘 어찌 인정하겠습니까? 기계적인 이유를 설명하시거나 단어의 오용을 인정하셨으면 좋겠네요.
쇼미더머니
16/06/14 14:03
수정 아이콘
마스터충달 님// 그러니까 저 인터뷰 어디에 '이야기의 깔끔한 마무리', '전복의 이미지 구현' 또는 '대비를 통한 의미의 완성'이 있냐니까요. 여자들이 남자들의 쾌락을 '전유', '답습' 했다, 그것에 대한 거부감 걱정을 덜었다, 이 내용 아니냐구요. 같은 내용을 보고 있는게 맞는지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작가나 감독이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하기 위해' 또는 '전복적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이야기 속의 인물을 죽게 만드는 일이 있을까요 과연? 그럼에도 그런 식의 분석을 하신다는 것은 상당히 피상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러한 피상적인 시각으로 감독의 의도 운운하시길래 실제 감독이 과연 그런 '기계적인 의도'를 가졌을지 의문을 제기했던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설명을 드렸는데도 이해가 안 되신다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마스터충달
16/06/14 14:36
수정 아이콘
인터뷰에 깔끔한 결말에 대한 설명은 없고요, 전복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는 있어요. 남자들의 쾌락을 전유했다는 말에 착취하는 자와 착취당하는 자의 전복이 들어있습니다. 두 남성이 죽을 때 마지막 대사는 "자지를 지키고 죽어서 다행이다."였죠? 이것이 정사신과 이어지며 남성성에 대한 조롱 혹은 여성주의로 이어집니다. 전통적인 남녀관계의 전복이죠. 콕집어서 '두 사람의 죽음은 이것이다.'라는 걸 가져와야지만 얘기가 되는 겁니까? 쇼미더머니님은 이해를 하려는 데 못하시는 게 아니라 이해를 '안' 하고 계신겁니다.

피상적이라서 기계적이라는 건 설명이 못됩니다. 여전히 왜 기계적인지, 기계적인 면모가 무엇인지, 그 면모가 저 해석안에서 어떻게 수동적으로 작동하는지 전혀 설명을 못하고 있죠. 피상적이라는 평은 근거가 아니라 또 다른 주장일 뿐입니다. 이해할 근거가 제시되어야 이해를 하죠. 주장만 보고 뭘 이해를 합니까?

악당의 죽음은 당연하게도 이야기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완성하지요. 악당이 안죽으면 후속작이 나오는 것이고요.(징글징글한 메가트론이 대표적이죠)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악당을 죽인다."라는 건 너무나 전형적인 이야기에요. 악당이 죽었는데도 후속작이 나오는 건 혈육이 있거나 할 때죠. 코우즈키는 재산도 털리고 자식도 없으니 이보다 깔끔한 마무리가 없었죠.

전복을 위해 죽음을 이용하는 건 클리셰는 아니지만, 이 작품에서 명백히 구현하고 있고, 저는 이미 이를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이게 기계적인 해석이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시면,
1. 이 해석이 수동적이거나, 창의적이지 못하거나, 전형적인 이유를 설명해주시고
2. 그런 기계적 면모가 영화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장면을 제시하여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근거가 없으면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속 장면과 인터뷰까지 들고와 감독의 의도를 설명하는데 "피상적"이라고 하는 것도 진짜 너무하신 겁니다. 그럼 이 피상적 설명과 대비되는 깊이있는 설명을 하시던가요.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계시면서 남에게 피상적이란 말을 함부로 뱉어야 되겠습니까?

기계적이라는 말은 비창의적, 수동적, 전형적이라는 혹평입니다. 남의 해석에 혹평을 했으면서 왜인지도 설명을 못하고 "기계적이다."라고만 하면 누가 어이쿠나 하고 "에고 그렇게 보일 수도요."하겠습니까? 어떤 말이든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기계적이니깐 기계적이다라는 말은 공허한 소리에요. 칭찬이라면 모를까 반론이자 혹평을 하면서 근거도 없는 말을 하면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그저 비난에 그칠 뿐입니다. 매너가 없는거에요.
쇼미더머니
16/06/14 15:16
수정 아이콘
마스터충달 님// 이렇게까지 설명을 드렸는데 또 다시 충달님이 원하는 방식대로의 설명을 요구하시는 군요. 이해를 '안' 하시는 건 오히려 충달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까지 말씀드려야되나 싶은데, 비평을 제대로 하실 거면 작가나 감독의 의도 운운은 자제 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시대 착오적이고 촌스러울 뿐더러 맞힐 수도 없어요.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의도 따위를. 그래서 내러티브 비평이 있는 겁니다. 이야기 자체를 보자는 거죠. 왜 이 이야기 속에서 이 인물들이 죽을 수 밖에 없는가, 그것이 적절한가,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 이런 것을 따져야지 작가나 감독이 이 인물들의 죽음을 '기획'하고 그런 건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럼에도 그 의도를 추측하여 제시한 것이 '깔끔한 결말'과 '전복의 이미지 구현'이다? 글쎄요, '기계적'이다는 표현은 상당히 온건하게 여겨지는데요 저에겐.

2번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기계적인 면모가 작품 속에 있다는 게 아니라 충달님의 분석이 기계적이라는 이야기를 수차례 드렸습니다. 기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장면 따위는 없다니까요.)이기에 답변해드릴 수가 없겠네요.
마스터충달
16/06/14 15:34
수정 아이콘
"감독이 그런 기계적인 의도를 가졌는지 의문"이라 하셨다가, 이제는 또 제 해석이 기계적인 거라 하고, 말씀이 왔다갔다 하시네요. 그렇다면 정리해서 제 해석이 기계적이라 말씀하셨다고 하고, 제 해석이 왜 기계적인지 설명좀 해주시죠. 왜 저 해석이 수동적이거나, 창의적이지 못하거나, 전형적인 것이며 이렇게 봐야하는 작품 내 근거가 뭔지 제시를 해주세요. 그걸 들어야 제가 뭘 이해를 하고 수긍을 하고 반론을 하지 않겠습니까?

비평할 때 작가의 의도를 유추하는 것은 절대 촌스러운 게 아닙니다. 도리어 그 의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가를 따져야 작품의 질이 좋고 나쁨을 논할 수 있지요. 모든 텍스트는 의도적입니다. 의도가 없는 텍스트는 주제의식이 부족하다고 비판받기도 하고요. 물론 내러티브 비평도 있고, 내적엄밀주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평론의 한 방식이죠. 마치 이것만이 절대적 정석인것처럼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도리어 요즘 평론은 특정 평론 이론만 가지고 설명하기보다 다양한 이론을 넘나들며 복합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입니다. 여성주의와 계급주의를 넘나들기도 하고(아가씨를 비평하는 많은 글이 이러합니다), 표현과 효용의 관계를 성립시키도 합니다(MCU에 대한 비평글에서 많이 보이죠). 누가 촌스러운 이야기를 하시는지 생각해보셨으면 하네요.
쇼미더머니
16/06/14 15:43
수정 아이콘
마스터충달 님// 평론가의 분석이 기계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데 그 근거가 작품 속에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왜 본인의 문제의 이유를 자꾸 저에게 물어보시는지 알 수가 없네요. 자문자답 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의도 이야기 하는 것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하시니, 알겠습니다. 이 정도 하시죠.
마스터충달
16/06/14 16:20
수정 아이콘
작품만 보라더니 작품에선 못 찾는다하고, 그럼 최소한 작품 밖에서 설명이라도 하시던지요. 끝내 아무 설명 못하시는 걸 보니 제가 기계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깨끗이 사라지네요.

기계적이니 피상적이니 가시돋힌 혹평을 하실거면 최소한의 근거를 갖추세요. 느낌만 뱉는다고 비평이나 토론이 되는 게 아닙니다. 근거가 기본이고 매너입니다. 이점 생각해주시고 다음에 필답나눌땐 느낌보다 근거부터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세인트
16/06/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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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님, 미스터충달 님// 영알못에 비평알못이라 두 분의 논쟁을 보면서 정말 몰라서 여쭙는데, 처음에 쇼미더머니 님께서 기계적이라고 하신 다음에 왜 기계적이냐고 미스터충달님께서 물어보시니까 두 남자를 죽음으로 마무리짓는 이야기를 짠 감독의 의도가 감독이 [이야기의 깔끔한 마무리]를 하고 싶어서 그렇다고 본 미스터충달님의 의견과 달리, 욕망에 머무르기만 했기 때문에 [죽어야만 해서] 죽었다 라고 보시는 입장이신 거지요?

두 분이 굳이 그 정도로 싸우실 것인가... 하는 느낌이 드는게(싸우는 게 아니라면 오해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죽어야만 하는 캐릭터를 죽임으로서(혹은 그 후에) 이야기를 끝맺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고 하면 두 분의 의견이 약간 표현이 다른 거지 의견이 합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시 두 분의 싸움을 붙이려거나 하는 의도가 아니라, 두 분 다 재미있는 평과 말씀을 하시는 분인데 안 싸우셨으면 하기도 하고 해서...ㅠㅠ
마스터충달
16/06/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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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님// 이야기의 깔끔함 뿐 아니라 대비를 통한 전복도 있죠.

도리어 욕망에만 머물러서 죽어야 한다는 말은 안타고니스트라 죽어야 한다는 말 같아서 기계적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기계적인 것은 해석된 작품이 아니라 제 표현이랬기 때문에...

세인트님이 대신 설명해주시지 마세요. 근거 없이 내뱉기만 하는 '비난'은 지지해주면 안 됩니다.
쇼미더머니
16/06/1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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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님// '비난'은 뭐고 지지는 뭔가요. 아이고.. 기분 좋게 퇴근해서 그냥 무시하려다 제가 뭔가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반성도 되고 평소 충달님의 성실성은 인정하기에 자극적인 단어들에 주의하며 최대한 성실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자, 첫 댓글에서 충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죠.

"두 남성의 죽음을 기획한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보자면
1. 이야기의 깔끔한 마무리.
2. 두 남성의 죽음과, 두 여성의 성교의 대비를 통한 전복의 이미지 구현
이라고 보여지긴 합니다. (그러나 2번은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요)"

가정해 봅시다. 어느 작가 또는 감독이 1번 또는 2번의 의도를 가지고 등장 인물의 죽음을 그린다고 쳐 봅시다. 우선 1번.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남자들을 죽이자. 빌런이니까 살려두면 안돼. 2편은 없어. 그러니까 이 남자 둘은 죽어야 돼. 다음으로 2번. 두 여성의 성교와 두 남성의 죽음이 대비되잖아. 그 대비를 통해 전복의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어. 그러니까 이 남자 둘은 죽어야 돼.

물론 이런 것들도 의도는 의도죠. 1번의 경우는 등장인물의 죽음의 무게에 걸맞지 않는 기술적인 목적을 위한 의도인 것이고 2번의 경우는 실제 이야기와 그것이 주는 감동과 상관이 없는 관념적이고 이론적인 의도인 것이죠. 1번은 왠지 습작을 시작한 학생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2번은 왠지 평론가를 하다 감독으로 전향한 인물이 떠오르지만 다 좋다 그겁니다. 이 모든 '의도들'에 어떤 '창의성이나 수동성, 전형성에서 탈피한 좋은 것들'이 보이시나요? 억지스러움, 얄팍함 이런게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 그래서 충달님의 첫 댓글에 대한 대댓글에서 이렇게 말했죠.

"감독이 그렇게 기계적인 의도를 가지고 두 남자의 죽음을 '기획' 했을지 의문이네요."

실제로 감독이 그런 의도를 가졌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의도를 가졌을리가 없으며(특히 박찬욱 감독 정도 되는 사람이) 그런 의도는 너무 기계적이지 않냐, 하는 반문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빈정거림이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기계적이라는 표현의 대상이 작품인지 감독인지 헷갈려하시다가 뒤늦게 본인을 향한 것을 알고 화가 나신 것 같은데 이 정도의 빈정거림마저 이해를 못하신다면 그냥 제가 죄송하다 그럴게요.

그리고 기계적이라는 표현의 근거를 자꾸 대라고 하시는데 '왜냐하면 1번 이렇고 2번 이렇고..' 이렇게 '기계적'으로 설명을 해야 이해를 하시겠다는 겁니까? 억지스럽고 얄팍하다 그 말입니다. 유치하다 그 말입니다. 그럴 때 기계적이다, 작위적이다, 이런 표현 쓰지 않나요? 그 부분까지 일일이 '근거'들을 들면서 설명을 해야되는 건가요? 진심으로 그런 것을 바라시는 분인가요?

고집도 좋고 논쟁도 좋고 싸움도 좋다 그겁니다. 그래도 진짜 이건 좀.. 영화 좋아하는 사람끼리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앞으로 자극적인 단어 사용에 유의할테니(성격적인 거라 장담은 못 드립니다만) 충달님도 제가 설명을 안 했다는 둥, 근거가 없다는 둥의 억지는 양보하시죠. 설명의 방식은 다 다른 거고 저는 개인적으로 '기계적'인 설명은 질색이거든요. 아, 웃자고 말하는 건데 또 발끈하진 마시길. 정말 이 정도 하시면 좋을 듯 싶네요.
마스터충달
16/06/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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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렇게 차근차근 설명을 하시지 그러셨어요. 꼭 발끈하고 나서야 이리 친절히 나와주시나요. 할 수 있는데 안하셨다니 거 섭섭합니다.

질문에 대답하자면 네. 저는 이렇게 차근차근 근거를 들어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제가 피지알에서 오랜 기간 지내면서 얻은 교훈입니다. 예~전에 어떤 영화평을 한 적이 있어요. 꽤나 흥행한 작품이었는데 아주 극단적인 혹평을 했죠. 많은 반박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극단적인 표현을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댓글들을 찬찬히 다시 살펴보고는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저의 극단적 표현에 정당한 반론을 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은 '내 생각은 아닌데. 이유는 없어' 수준의 답글이었죠. 결국 그 댓글타래에서 저와 댓글을 다신 분들은 토의를 한 게 아니라 질타와 사과를 했을 뿐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는 일이었죠. 이후부터는 항상 근거를 묻습니다. 평을 쓰면 반론을 받아요. "전 좋았는데요? 전 싫었는데요?" 그럼 전 묻습니다. "왜요?" 여기에 근거를 담은 답변을 받으면 제 시각은 넓어집니다. '아... 저런 이유로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걸 알게되죠. "왜요?"에 대답할 수 없으면? 아무 의미 없습니다. 그냥 그런갑다에서 끝나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에게 의견을 말할때는 항상 근거를 갖춰서 말합니다. 특히나 상대 의견을 혹평할 때는 더욱 근거를 철저히 갖추려 하지요. 근거 없이 감상만 말하면 "걍, 네 말 싫어." 밖에 안 되니까요. 이건 무례한 거고요. 그래서 근거를 갖춰 말하려 합니다. 그리고 근거를 갖추지 않은 사람은 질타하지요. 그건 장판파 같은 수준도 안 되는 거거든요. 일일이 근거를 들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왜 그런지 사람들은 님의 속내를 알 수가 없어요. 제가 유독 쇼미더머니님께 발끈한 이유도 이거에요. 남에게 기계적이라느니 피상적이라느니 라는 말을 할거면 그에 걸맞은 근거를 대야죠. 없으면 "걍 너 싫어."일 뿐이거든요. 전 저 싫다는 사람까지 존중해줄 정도로 속이 넓진 못하거든요 ^^;

1번의 해석이 기계적이라는 건 말씀을 듣고보니 충분히 타당한 지적이네요. 그쵸. 깔끔한 마무리만을 위해 등장인물을 죽여선 안 됩니다. 다만, 여기에 변명을 하자면 깔끔한 마무리는 죽음의 주 목적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가적 목적, 덤 같은 것이죠. 이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고, 마치 깔끔함을 위해 죽음을 이용한 듯이 말한 것은 분명히 제 실수입니다.

코우즈키가 죽어야 하는 주 목적은 2번, 두 남성의 죽음과 두 여성의 생존을 대비하며 전복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 이야기와 상관 없는 게 아니에요. 내러티브의 핵심이죠. 그래서 내러티브의 핵심을 언급하는 감독의 인터뷰를 가져온겁니다. 작품 전체의 주제. 물론 아가씨는 여러 주제를 담고 있지만, 그 중 하나인 여성주의적 관점에 관한 것이죠. 정사신에서 성 도구의 전유가 전복을 가져오듯이 남성 커플과 여성 커플의 운명이 엇갈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맥락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가져온 인터뷰고요. 실제 이야기와 가장 밀접한 작품의 주제란 말입니다. 그러니 상관 없다고 보면 안 되요. 죽음을 장식하는 대사가 남성성을 조롱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면 더 명백합니다. 이렇게 작품 속 상황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주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남자 둘의 죽음이 전복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더 힘듭니다. 그리고 이미 이러한 유기성이 존재하는 이상 기계적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죠. 기계적인, 그러니깐 당위성으로만 이야기를 끌고 간다면 코우즈키의 죽음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과감한 트릭과 다소의 우연이 보여졌으니까요. 백작만 죽었어야 기계적이라 할 수 있죠. 이를 어기고 의도적으로 둘의 랑데뷰 죽음을 구현한 것은 목적이 있는 이야기라는 말이고, 그 목적은 말씀드린대로 대비를 통한 전복의 이미지 구현입니다.

1번이 기계적이라는 말씀은 설명과 주장에 동의하지만, 2번마저 기계적 해석으로 보시는 건 좀 억울합니다. 음...솔직히 저는 그렇게 보지도 않았어요. 제 글을 보시면 아실테지만, 저는 전복적 이미지를 구축하려다 옆으로 빠져서 헨타이즘을 탐닉하는 작품으로 봤거든요. 그런데 인터뷰 등에서 나오는 감독의 의도도 그렇고, 저의 의견에 반론을 제시하는 많은 분들이 이렇게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정말 많았습니다. 이렇게 보시는 분들이) 감독의 의도가 그러했다는 이상 그게 잘 표현됐냐 아니냐는 제가 평할 수 있지만,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는 말 못하죠. 만든 놈이 그렇다는데... 저는 그 의도를 설명해드린 것 뿐입니다. 그러니 이 기계적이라 평가받는 해석은 엄밀히 말하면 저의 해석도 아니었어요. 음... 확실히 억울하네요.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감독이 그렇다길래 설명해줘서, 근거도 없이 '기계적' '피상적' 소리를 들어야 했다니 말이죠;;;;

다음 번엔 차근차근 설명해주세요. 설명 안 해도 알아먹을 정도로 똑똑하진 않지만, 설명해도 못 알아먹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설명해주시면 열심히 잘 들을게요. 저 듣는 거 진짜 잘 합니다. 인정할 것도 정말 쉽게 인정 잘해요. 그걸로 피지알 논쟁경력 내내 미움 안 받고 살았는걸요. 영화처럼 주관적 감상이 들어가는 취미를 주로 쓰면서 많이 단련이 된 셈이죠. 아무튼 다음에는 친절한 설명 기대할게요.
Quarterback
16/06/1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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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식은 간단히 이야기하면 사랑이겠죠. 사랑을 이루는데 실패한 둘은 죽고 성공한 둘은 사는거죠. 동시에 주제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만약 둘이 살았다면 관객들은 히데코와 숙희 사랑 혹은 미래에 대한 일말에 불안함을 가지게 될 겁니다. 두 남자가 언제든지 다시 찾아와서 그 사랑을 파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죠. 하지만 그 둘을 죽임으로써 둘의 사랑을 보장하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마스터충달
16/06/14 08:34
수정 아이콘
페미니즘과 전복이라는 것보다 쿼터백님 처럼 보는 게 훨 낫네요.
제이슨므라즈
16/06/14 01:40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와 보고나서 이야기를 좀 나누었던부분입니다.
1. 왜 두사람이 교감을 나누는 것이 이렇게도 줄어들었는가
드라마판 핑거스미스를 보면 두사람이 감정적으로 가까워질만한 장면을 꽤 끼워넣습니다. 그러니 두사람이 사랑에 빠질수있는것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죠.
영화에서는 상당히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2시간을 세개로 쪼갠 1부에서도, 앞뒤설명 제외하고 시나리오 진행을 빼면 정말 적은분량이죠.
그와중에도 숙희의 나레이션은 히데코의 대한 아름다움의 찬사일뿐 감정적인 표현이 잘 없던게 의아하더군요.
박찬욱정도 되는 감독이 중요한 두인물의 교감씬을 하찮게 다루었다? 라는 생각보단 이게 어떤의도 인지가 생각이 들었는데 답을 내진 못했습니다.

2. 어째서 배드씬은 농밀하지못했나
분명히 노출의 정도는 높았습니다만, 백작님 백작님하며 두사람의 관계가 아닌점을 자꾸 관객에게 상기시키게 하고
히데코의 다리사이에서 숙희가 보여주는 표정과 혀움직임, 웃기기까지한 '탁월하게 아름다우십니다' 같은대사는 높은수위의 노출도에도 불구하고 장면이 정말 야하지않게 느껴졌습니다.
학습에 의해 기술적인 부분을 갖추어진 히데코, 과거이야기가 나오지않았지만 꽤나 거칠게 살았을 숙희임에 농밀한 베드씬이 연출되어도 어색함이 없을것을 오히려 장난스럽게 꾸며버린 박찬욱의 의도가 궁금하더군요.

3. 세상의 끝처럼 느껴져야할 정신병원의 상태가..?
조진웅이 식사중에 독일식 정신병원을 끔찍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데코는 트릭을 위해 숙희를 그 정신병원에 쳐넣었으며, 정신병원에서 숙희가 겪은 고난은 고작 바퀴들어간 빵뿐이죠. 그리고 아주 장난스럽게 탈출해버립니다.
작중에 그런 절망의 장소로 대신 나타난곳이 지하실이기에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루었나 싶은데, 덕분에 두사람의 모험에 가까운 트릭은 소녀들의 장난처럼 가볍게 되어버립니다. 오히려 아편원액을 마시게하기위한 히데코의 와인씬이 훨씬 긴장될정도로.
장치의 가벼움은 위기감을 부재시켜 두사람의 탈출극의 무게감역시 감소시켜버렸고, 최후의 위기였던 여권확인조차 되먹지않은 남장으로 쉽게 돌파해버리며 영화의 피날레는 존재감이 희박해진 두사람대신 두남자의 지하실로 넘어가버리죠.


이쯤되면 이 '아가씨'라는 영화가 무슨 주제로 만들어졌는지 의심스러워집니다. 핑거스미스처럼 두 소녀의 감정을 가지고 이루어진 서스펜스도 아니고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다들 애매해져버렸단 기분이 들었습니다.

서양문물과 동양(일본)의 문화가 공존하는 시대배경은 아름다운 히데코의 방과 저택의 세련됨, 그리고 그 소품들과 완벽히 어울어지는 김민희의 미모와
조진웅 컬렉팅의 변태적인 일본춘화를비롯한 조진웅의 공간에서 나타나는 일본식 배경(다다미와 장식장들)로 대비되는 극강의 미장셴은 역대를 논할만큼 만족감을 주었습니다만
숙희의 끝없는 나레이션으로 많은것을 제공할수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음표를 남기는 이야기는 실망스러웠어요.
Quarterback
16/06/14 06:22
수정 아이콘
1번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앞 부분이 상당히 부실(?)하죠.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albatross
16/06/14 09:31
수정 아이콘
1장에서 감정선이 짙어지면 혹 나중에 진행될 중,후반부에서 관객들이 혼란을 갖게될수도 있음에 유의한듯 싶어요. 나름의 반전도 주기 위함도 있겠구요 흐흐
쇼미더머니
16/06/14 02:01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철학적 접근이네요. 사랑에 이르게 된 두 여자는 살고 욕망에서 멈춘 두 남자는 서로의 덫으로 소멸된다.. 그 사랑의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동성애 또는 베드씬.. 순수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순수함이 이 플롯의 핵심이라면 당연히 '아가'씨로 볼 수도 있는 거고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세츠나
16/06/14 19:39
수정 아이콘
저한테는 올해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일단 그냥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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