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2/07 01:44:21
Name 써니는순규순규해
Subject [일반] 내가 하고 싶은일, 내가 할 수 있는일, 나를 원하는일 (수정됨)
제목은 거창합니다만 그냥 작년 말부터 오늘까지 저한테 있었던 일입니다.


1. 내가 하고 싶은일

저는 게임 개발을 하고 싶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게임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게임회사에 취업을 못하고??

구직을 하다가 5명 정도되는 작은 회사에 처음 들어가서 클라이언트 개발일을 했지만 들어가는데마다 회사가 망하고
마지막에 있던 회사는 게임회사가 아닌 다른 업종이였지만 사장님이 게임을 만들고 싶어해서 들어갔다가 경영이 안 좋아져서 게임팀을 해체하면서 그만 두게 되었네요.

작년 10월 부터 다시 구직 활동을 했지만 경력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고, 실력도 그리 좋다고는 하기 힘들어서 계속 취업에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저는 나이먹고 경력 별로인 흔한 개발자 1인이였던거죠.


2. 내가 할 수 있는일

구직 활동을 하면서 게임개발 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게 있을까 하면서 저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C/C++, C#, 유니티, 코코스 는 개발 가능하고, C# 윈폼 프로그램도 전 직장에서 만들어 봤습니다.

그중 가장 최근까지 사용한게 유니티라서 유니티 관련 개발자를 구하는 회사를 찾아봤고,
VR 관련 회사들이 유니티 개발자를 구하는걸 보고 여러군데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한 곳에 취업하게 되었네요.


3. 나를 원하는일

사실 이곳에 처음 들어올때는 약간 사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처음 면접을 볼때 전 직장 연봉보다 조금 높게 이야기 했는데 면접자리에서 만약 뽑으면 그보다 더 준다는 겁니다!!
깍는것도 아니고 더 준다뇨

그리고 들어가서 처음에는 컴퓨터 세팅을 하고, 할일이 없었지만 곧 제가 해야되는 일에 대해서 알려줬습니다.
유니티로
오브젝트가 움직이는걸
VR 로 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겁니다!!!

네, 기능은 저게 답니다.
물론 저기에 프로젝트에 따른 요소들이 추가되지만 제가 당장 개발할 부분은 저거로 완료 되는거였습니다.
VR 로 보는것도 그냥 플러그인을 붙인 다음에 VR 기기를 연결해서 보기면 하면 됩니다.
앞으로는 보기 좋게 다듬고, 디자이너가 오브젝트를 만들고, UI 를 만들어서 붙이는 일입니다.
어떻게 보여 주는지에 대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부분도 있고, 이 부분이 사실 중요한 개발이긴 합니다..

아무튼 저렇게 움직이는걸 개발하고, 대표님에게 보여줬더니 신기해하고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몇일 뒤 근로계약서를 쓰는데 연봉이 면접때 이야기 했던 것 보다 더 올랐습니다???(제가 요구한 연봉 < 면접때 제시한 연봉 < 실제 연봉)

황당한 마음에 저와 면접을 봤던 본부장님과 이야기를 했었고, 그분이 해준 말이 저한테는 나름 위로가 되고, 여기서 계속 일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어서 적어 봅니다.
[써니는순규순규해 씨가 한 일은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일 수 있지만, 여기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써니는순규순규해 씨 뿐이에요.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일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일이 제가 하고 싶은 곳에서는 흔한 일이였지만 나를 원하는 곳에서는 유일한 일이 되버린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지만
나를 원하는 일은 나 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구직이 힘드신 분들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본인을 원하는 일을 찾아 보시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4. 라고 마무리 하려고 했습니다.

원래 이 글은 구직에 성공한 작년 말에 적으려고 했지만 실제 일도 안 해보고 적기는 좀 뭐해서(일해보고 마음에 안 든다고 그만 두면 글쓴게 부끄러워서)
일단 월급을 받은 다음에 글을 쓰자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월급을 받고 생각을 정리해서 쓰려는데 밑에 글이 눈에 띄였습니다.
상황은 저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결론에 닿은 글을 보면서 제 밑에 후임 직원이 생각 났습니다.

그 친구도 밑에 글을 쓴분과 상황적으로는 비슷할거라고 생각 됩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바로 취업했고,
회사도 새로 생겼지만 이미 다른 쪽으로 일을 하던 회사여서 캐시카우는 있는 상황이고,(그래서 연봉도 높게 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건물로 이사한거라 깨끗하고, 사람들도 밝고, 칼퇴에 구내식당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원래 하고 싶은 일은 게임 개발이지만 여기는 VR 영상 컨텐츠가 주입니다.
제가 개발한것도 게임이 아닌 영상 컨텐츠입니다.

문제는 위에 적은것 처럼 개발 난이도가 높지 않고 아무래도 짬이 있으니 제가 그냥 생각없이 몇일 만에 개발해버려서 그 친구가 할게 없는 상황이 된겁니다.
회의에도 저만 들어가서 그 친구는 프로젝트에도 소외되고, 자신이 회사에서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일단 3월 부터 언리얼로 작업할게 있으니 공부해두라는 업무명령은 주어졌서 당장에 언리얼 공부는 하고 있지만 막상 언리얼로 뭘 공부해야 될지는 막연한 상태인겁니다.
제가 도와주고 싶어도 저도 언리얼은 다뤄본적이 없고, 언리얼로 영상을 만드는데 뭐가 필요할 지 막막한 상태라서 도와주기는 어려웠습니다.
막연히 공부를 하면서 저에게 "원래 회사 다니면 일이 이렇게 없는건가요?" 라거나 "게임회사는 이렇지 않겠죠?" 는 등의 질문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기 힘들어 했습니다.

그러다 지금은 좋아졌습니다.

그 계기가 된게 제가 개발하던 부분 중 복잡한 알고리즘을 짜야되는게 있는데 그 부분을 통째로 넘겨서 맡겨버리면서 부터입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 논문도 봐야되고, VR 기기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도 빡세게 돌려야 되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 제가 혼자 하기에는 다른 부분과 시간에 안 맞아서 힘들긴 한 상황이였습니다.
서로 둑립적으로 적용할 부분이라 그 부분이 없으면 없는대로 프로젝트 완료는 가능 합니다. 하지만 있는 쪽이 더 가치가 높아지겠죠.

그래서 이 부분을 통채로 맡겼는데 이 업무를 맡고 직접 일을 하면서 뭔가 결과물이 나오는게 보이니까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한다는 보람을 느끼는게 보이더군요.
공부를 하는것도 막연히 하던 언리얼에 비해서 목표가 명확한 지금 해외 논문을 더 열심히 공부하기도 하고,
이후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할때도 옆에 있으면서 자신이 하는게 프로젝트에 어떤 부분이고, 어떤 결과물을 뽑아내게 되는지를 설명해 주니까 더욱 의욕을 갖게 되더군요.
그리고 자신이 공부하고 만든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자신감도 가지게 되고요.

만약 며칠 일하고 본인에게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그만 두었다면 이런 자신감은 가지지 못하고, 나는 이 일은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게임 회사에 들어가려고 다시 지원서를 썼겠죠.


혹시 회사에서 할 일이 없다고 그만두지 마세요.(다른 조건이 좋다면요.)
회사는 일을 시키기 위해 사람을 뽑습니다.
당장에 일이 없어도 결국 일은 시키게 됩니다.
그러니 할 일을 달라고, 당장에 일이 없다면 앞으로 하게될 일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구해보세요.
뭘 해야될지를 알게 되면 당장에 일이없는거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어떻게 마무리 해야 될까요...

다들 즐거운 직장 생활 하세요.

즐똥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눈팅족이만만하냐
18/02/07 02:40
수정 아이콘
이 글 보니까 취업하고 싶어지네요..
pppppppppp
18/02/07 05:19
수정 아이콘
아래글과 연결해서 보니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4막1장
18/02/07 07:07
수정 아이콘
피지알은 즐똥해야죠 암요
처음과마지막
18/02/07 08:4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상과 현실은 다르니가요
결혼은 선택이지만 직업은 필수죠
부자집아들 백수라면 부자집아들 자체가 직업이고
부자집아들이 아닌다음에야 자기 밥벌이를 해야죠

회사에서 즐똥하면 기분이 좋죠
주말에 쉬는 날은 집에서 게임하느라고 화장실갈 시간도 아깝죠

저도 꿈은 스필버그나 카메룬감독 같은 sf영화감독였는데요 현실은 평범한 영업맨입니다
이상형은 임나영이지만 현실은 솔로구요
회사에서 즐똥하면서 피지알이 최고죠
떡볶이곱배기
18/02/07 08:50
수정 아이콘
막줄이 핵심이군요
그래픽디자인
18/02/07 14:26
수정 아이콘
80만원 받고 일안하고 그냥 가만히있을래?
100만원 받고 일할래?
했을때 자기는 일하겠다고 하셨던분이 생각나네요
보르시
18/02/09 17:28
수정 아이콘
마지막줄 보고 고민없이 추천눌렀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768 [일반] 닌텐도 스위치 악세사리&주변기기 구입후기 [78] 세정17661 18/02/09 17661 9
75767 [일반]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 숙소 혼숙(?)소동 [203] Crucial23656 18/02/08 23656 8
75766 [일반] 평창 물가(일부)의 진실. [23] Rorschach14166 18/02/08 14166 2
75764 [일반] 고은이 그나마 시인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으려면 [57] 로빈16500 18/02/08 16500 14
75763 [일반] 한국 컵라면에 소주를 처음 먹어본 동계올림픽 전설들의 반응(펌) [28] 틀림과 다름18472 18/02/08 18472 5
75762 [일반] (좀 많이 늦었지만) 라스트제다이 특정장면 소회 [66] Serapium8701 18/02/08 8701 1
75761 [일반] [속보] 통일부 "北, 김여정 일행 9일 전용기로 인천공항 도착 통보"(1보) [128] aurelius12867 18/02/08 12867 3
75760 [일반] 딥러닝 창시자 제프리힌튼"영상의학과 전문의 양성 당장 멈춰야" [91] imemyminmdsad15905 18/02/08 15905 3
75759 [일반] 메갈로 대표되는 페미들이 설치면 설칠수록 여성은 더 불리해질거라봅니다 [239] 몽유도원23864 18/02/08 23864 65
75758 [일반] [뉴스 모음] 특집 - 이명박 정부 국정농단 특집 [35] The xian12253 18/02/08 12253 33
75757 [일반] 마크롱. `군대가. 사람을. 만든다. 무슨뜻인지 아나? 내가 가르쳐 주지. 프랑스 청년들` [54] Crucial15254 18/02/08 15254 3
75756 [일반] [뉴스 모음]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지침 확인 외 [24] The xian10398 18/02/08 10398 29
75755 [일반] PGR을 보며 자란 아이가.. [21] Jr.S19457213 18/02/07 7213 20
75754 [일반] 만년필 소개 - 국내 업체 시장 상황 - [31] 담배상품권12453 18/02/07 12453 17
75753 [일반] 정부가 다이소와 이케아에 대한 규제에 착수했습니다. [112] 삭제됨17548 18/02/07 17548 3
75752 [일반] 정형식판사님 정체가 무엇일까요. [115] HORY15271 18/02/07 15271 18
75751 [일반] 대충대충 쓰는 오키나와 여행기 (1) [25] 글곰8286 18/02/07 8286 12
75750 [일반] 아이팟 나노 1세대가 7세대로 변하는 매직 [39] 무가당12657 18/02/07 12657 1
75749 [일반] ios 11.3 베터리 관리 기능 안내 [17] Leeka8386 18/02/07 8386 1
75748 [일반] 국민의당·바른정당 '미래당' 당명 사용 못한다..선관위 유권해석 [132] 히야시16294 18/02/07 16294 5
75746 [일반] 폼롤러와 마사지볼 이야기 [52] ED11949 18/02/07 11949 8
75745 [일반] 미국 암호화폐 청문회 후기 [164] 소주의탄생17501 18/02/07 17501 9
75744 [일반] 동아일보의 한 기사를 읽고. [3] 담배상품권6215 18/02/07 6215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