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발언들을 보면 한국 언론들의 기사 제목이 과장이 아닙니다. ""젊은 세대에게 타인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자아실현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국가적 연대감의 초석을 놓는 것" , "갈수록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프랑스 사회에서 국가관을 고취시키고 단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징병제가 필요하다".
마크롱의 이런 행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마크롱은 "19∼21세 남녀에 대한 한 달간의 보편적 국방의무(service national universel)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최근 두 차례나 공약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위의 저 정훈교육 스러운 발언도 엘리제 궁에서 신입 국가공무원 선서식에서 나온 말입니다. 당선전 부터 예고 했고 공약을 지키는 셈이지요. 4월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고, 필요하면 헌법 개정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몇십년간의 휴전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지만, 프랑스측도 안보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이유가 있더군요. 나무 위키에 큰 항목으로만 5개 (샤를리 엡도 총격테러, 15년 11월 파리테러, 16년 니스 테러, 16년 프랑스 성당테러, 17년 프랑스 마르세유 흉기 테러)가 있고 사망자가 적어 단독 항목이 되지 못한 테러의 목록이 길게 나와있습니다. 전부 과격 무슬림들이 일으킨 테러라고 합니다. 한 때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었던 프랑스고 보면 안보에 대한 불안과 욕구가 폭증했던 모양입니다. 실제로 대내적인 테러 대응 뿐만 아니라,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젊은이 들을 사람을 만들 당사자인 프랑스 국방부의 입장을 찾아봤는데 좀 복잡한 것 같았습니다.
일단 기사에 언급된 프랑스 국방부의 멘트는 매우 익숙하고 예상가능합니다. "출신 배경, 성별의 차이를 뛰어넘어 한 세대가 동일한 경험을 쌓게 되므로 국가적인 응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며, 유사시 병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란 발언을 보면 아주 익숙하죠. 개인적으론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레이트가 아니라 프랑스와 군사협력을 하면서 한국의 징병제를 수출한 것이란 음모론을 주장하고 싶어질 정도....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국방 예산 증가와 병역 자원을 충원해준다는 대통령이면 환영할 법하지만, 마크롱은 국방부와 사이가 아주 안좋았습니다. 2017년 5월 8일 당선 된 이후.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기사 제목들은 한국 이라면 탄핵감 아닌가 싶을 정도 더군요.
... 정부 출범 2달 남짓만에 군 최고위 장성인 합참의장이 국방예산 삭감에 항의해 사퇴했습니다. 국방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했다가 8억 5000만유로(1조1000억원삭감)으로 선회한 게 주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역시나 파문이 크더군요. 예비역 장성이 르몽드에 기고한 내용으로는 "1961년 드골 정권을 전복시키려던 쿠데타 기도가 적발된 이후 군부와 정권 간의 가장 큰 파열음"이라면서 "군의 임무와 수단(예산) 간의 괴리에서 발생한 불만이 이번 사건으로 정점으로 치달았다" 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합참의장과 대통령간의 갈등은 심각했습니다. http://www.hankookilbo.com/v/88db748b9ccb4ea2bc368e1f79345ffc 외신들을 종합한 한국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거의 활극이더군요. 예산 삭감 문제때문에., 합참의장이 하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욕을 해가면서 `나를 이렇게 골탕먹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도발하고, 마크롱은 국방부를 방문해 “모든 부처에 (지출 삭감) 노력이 필요하며 충분히 실행 가능한 지시인데, 이런 논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품위 없는 행동이었다.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며(I’m your boss) 어떤 압력과 조언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선언 했습니다. 이후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경전을 벌이다가 사표를 내던지고 나가버렸나 보더군요.
아쉬운 입장이 된 마크롱은 증액을 다시 약속하고, 보스니아·르완다·말리 주둔 프랑스군 사령관을 지낸 '작전통`인 장성을 합참의장에 임명하고, 남서부의 이스트르 공군기지를 함께 방문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갈등을 봉합 시키려고 노력한 셈이죠. 하지만 그걸로 봉합이 되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전임 대통령인 올랑드 시절 IS 격퇴를 위해 항공모함을 파견하기도 하고,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중인 프랑스 군 입장에서 후방에서 벌어진 저런 일들은 아물수 있는 상처로 보이진 않더군요.
국방부 입장에선 19~21세의 청년들을 1달정도 집체 교육(군부대로는 당연히 수용불가능하다보니. 학교등을 빌리고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까지 투입해서)한다고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까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회 깊숙히 군사 문화의 잔재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에서 자라난 청년들도 5주(현역),4주(보충역, 의무경찰등) 훈련받아도 자대에 가서 고생하는 마당에 프랑스의 청년들이 1달 정도 준군사교육을 받는다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바로 한 몫을 하는 전사가 되길 바라는게 무리죠.
또 재미있는게... 병역의 신성성과 의미를 강조하는 마크롱 개인은 군대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샤를 드골 전 대통령 이후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기사에서 말하더군요. 1905년부터 시작해서 2001년에 의무 복무가 폐지되었다는 프랑스에서 77년생인 마크롱이 군대를 안갔다는게 이해가 안되긴 합니다만.. 다른 대통령들은 의무 복무라도 군인 경험이 있었나봅니다.
...
이상입니다.
프랑스에 대해 문외한인 제 입장에서는... 저 시도가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었던 공약이고 나름의 필요성이 있어보이긴 하지만 저렇게 까지 해야할 필요가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크롱이 정말 진지하게 주장하는거라면... 시민을 만들었던 프랑스 혁명의 시민군 뭐 그런걸 생각하는가 싶기도 하구요.
틀린 부분이나 추가해주실 부분 있으시면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제목에 감흥을 준 킹스맨의 명장면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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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선 기간 동안 안철수와 박지원이 `프랑스의 안철수` `한국의 마크롱`이라고 말했는데... 이미 그 시점에 마크롱은 국가관을 고취시키기 위해 남녀불문의 징병제를 주장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비슷한 시점에 트위터에서 한 심상정 지지자가 ` 1마크롱이 100 문재인보다 진보적`이란 명언을 남겨서 수천회 리트윗 되기도 했습니다. (트위터의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선 꽤나 명대사로 꼽히....)
징병제 폐지 이후 18세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3년간 총 3일간의 정신교육을 이미 받고 있는데. 그걸 좀 더 확장해보자... 그런 개념인 것 같더군요.
물론 그래봐야 국방부는 닥치고 돈이나 더 내놔란 입장인게 정상일 것 같습니다. 한국군이라면 장성 자리가 늘어나니 대환영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