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온 후라 쌀쌀하다. 가벼운 복장으로 검진을 다녀온 당신을 기다리기 위해 터미널로 향한다.
비 오는 퇴근길이라 평소보다 차가 더 많았다. 투덜거리며 몇 시쯤 도착해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니, 바로 전화가 온다.
“생각보다 차가 막혀서 5분 정도 더 걸릴 것 같다. 미안해”
괜찮다고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하늘이 울적해서인지, 당신의 미안하다는 말이 괜스레 신경 쓰인다.
당신은 나를 마중 나올 때, 버스가 일찍 도착을 해서 내가 기다릴까 도착 시간 30분 전부터 나를 기다리곤 했다.
언제왔어요라고 물으면 늘 방금 도착했다고 말하던 당신이다.
멀리서 당신의 희끗한 머리가 보인다. 당신도 나를 보곤, 걸음을 재촉한다.
한 손에는 약봉지가 가득했고, 한 손에는 빵이 가득했다.
“많이 기다렸제, 차가 너무 막히더라. 배고프제 빵 먹어라. 언제 도착했노”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말을 쏟아낸다. 그리고 당신의 아픔보다 나의 배고픔을 먼저 생각한다.
지난밤 함께 서울에 올라갈까라고 묻자, 검진인데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라던 당신이다.
가득한 약을 보니 마음이 쓰리다. 양손에는 봉지를 들고는 대답했다.
“방금 도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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