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5/27 15:24:34
Name 청안
Subject [일반] 아버지 사업이 망할거 같습니다. 더불어 제 첫 일자리도 날라갔네요.

저는 아버지와 함께 상품권 매매업을 했습니다. 간단하게, 상품권을 현금주고 사와서, 일정 마진을 붙여서 고객에게 파는 업이죠. 26살에 대학교 졸업하자 마자 본격적으로 도와드리기 시작했으니, 벌써 4년은 넘었네요. 좀 마이너한 분야지만, 아버지 퇴직 후에 소소하게 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문제는 요새 이 상품권이 유가증권이라 대포통장, 인터넷 판매 사기 등으로 엮이기 쉽다는 겁니다.

올해 3월, 상품권 5억원을 사러왔다며 면세점에 쓸 용도라고 하는 한 아주머니가 손님으로 왔습니다. 입금거래를 하겠다는데, 본인 신분증도 가져왔고, 본인 계좌에서 입금 내역까지 다 보여주니 별 문제 없거니 하고 상품권을 팔았습니다. 너무 큰 금액이기에 신분증도 복사하고, 물건 인수증에 본인 서명 까지 받았겄만, 당일 저녁에 사기거래 계좌라면서 통장에 있는 돈이 인출이 안되더군요. 거기에 묶인 통장에 입금 받은 통장들까지 줄줄이 다 막히는 기가막히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한마디로 가게 자본금이 싸그리 다 묶인거죠. 끊임없이 돈을 계속 굴려서 돈을 버는게 저희 업인데, 그냥 갑자기 자금줄이 콱 막혀버렸네요.

하필 그날이 주말이라 은행에 자세히 알아보지도 못하고, 주말 장사를 망친 후 월요일에 은행을 가보니 사기 계좌로 신고를 당했더라구요.

간단히 정리하면 A라는 사람이 사기꾼에게 보이스 피싱을 당해 사기꾼 계좌로 돈을 송금하고, 그 사기꾼이 저희에게 입금을 하고 상품권을 가져간 겁니다. 허허. 그리고 그 사기꾼은 그렇게 사 간 상품권을 다른 상품권 업체를 통해 현금화 해서 달아난거구요.

이런 일을 방지하려고 신분증 복사도 하고, 계약서도 쓰고 인수증도 다 받지만, 당장 돈이 최소 두달은 묶이는 건 피할 수 없었고 이마저도 최초 피해자가 구제신청을 하고 나서, 저희가 이의 제기를 한 기간으로부터 두달이라네요. 당연히 거래처나 고객들도 많이 떨어져 나간 상태입니다. 이런 사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정도로 큰 금액에 자본금이 다 묶여보기는 처음이라, 아버지께서도 올해까지만 하고 이 사건 정리되면 사업을 접자고 하십니다.
거기에 최초 피해자가 저흴 사기꾼과 공범이라고 고소를 했네요. 계좌가 언제 풀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겁니다. 계좌 묶인 것도 황당한데, 사기꾼이라고 고소까지 당하니 정말 미치겠더군요.

이 상황에서 아버지께서는 저라도 먹고살길 빨리 찾아보라고 5월부터 취업 준비 하라며, 가게에는 지금 안 나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변호사에 금감위에, 여기저기 바쁘신지 아버지께선 연락도 잘 안되시고요.

막연하고 갑갑합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무섭네요. 대학 다닐 때부터 제대로 안한 취업 준비를 30살 먹고 하려니까 스펙도 하나도 없고,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가게 일 도우면서 평생 이걸로 먹고살아야지 이런 생각은 아니었는데 너무 준비 없이 덜컥 급작스럽게 나오니까 멘붕 와서 한 달 허송세월 한 거 같네요.

친구들이 추천하던 소방 공무원이라도 준비를 해야 하나, 예전에 가고 싶었던 은행이라도 다시 준비를 해야 하나, 영어부터 해야 하나. 나이는 너무 많지 않나. 학벌도 학점도 안좋은데 20대 때 난 무엇을 했는가. 나는 젊으니까 그렇다 쳐도 아버지 노후자금 다 들어간 저 사업은 어떻게 되려나.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니 생각 자체가 하기 싫어지더군요. 아침에 눈 뜨면 그냥 무조건 헬스장만 가서 두세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땀 흘리고 들어와서 그러고 한 달을 보냈네요.

커뮤니티에 글 잘 안 올리는 편인데, 비오고 하니 기분도 우울하고 글도 써보고 위로도 받고 싶고, 조언도 구하고 싶어서 한번 작성해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괜찮다고, 돈이 그냥 묶인거지 잘못한게 없으니 받을수 있을거라고 말씀은 하시는데 과연 저 자금 풀리는데 얼마나 걸릴지가 걱정입니다. 제 밥벌이라도하면 그나마 아버지 걱정이라도 좀 줄여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뭐부터 해야할까요. 30살 첫 취업이라. 생각치도 못하게 갑자기 다가오니 너무 막막하고 어렵네요.

저보다 막막하시고 어려운 일 겪으시는 분들도 많으실것 같습니다. 다들 화이팅 하세요. 난잡하게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위치 메이커
19/05/27 15:2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화이팅!!
handmade
19/05/27 15:29
수정 아이콘
30대 중반에 첫 취업 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아요. 남자가 30에 취업이면 정규직 기준으로는 늦은 나이도 아닙니다. 달리 말하면 요즘 취업난이 장난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지만요...차근히 준비해 보세요.
미뉴잇
19/05/27 15:36
수정 아이콘
정말 억울하게 당했네요.
상품권 판매자 입장에서는 저 돈이 어떤 돈인지 알 수 없으니 이체 받고 정상적으로 거래 한 건데
판매자가 큰 타격을 입네요..
19/05/27 15:36
수정 아이콘
아이고 힘드시겠지만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취업쪽만 보면 사업적인 면에서의 경력을 잘 포장해서 풀어나가면 의외로 희소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Faker Senpai
19/05/27 15:39
수정 아이콘
사람들은 안정을 원하고 결과가 불확실한 변화를 싫어하는데 정작 삶이라는게 예기치못한 변화의 연속이죠.
제삶을 돌이켜봐도 정말 답도 없고 앞이 안보이던 때도 있었는데 살다보면 또 살아지는게 삶의 미스테리 같아요.
지금만 보면 위기인데 위기를 위태로운 기회라고 하지요. 훗날 돌이켜보면 아 그땐 정말 절망적이였는데 하는날이 올겁니다.
이럴때일수록 씩씩하게 도전하시고 또 그러다가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 힘든 아버님께도 위안이 많이 되실겁니다.
라디오스타
19/05/27 15:44
수정 아이콘
자영업자라.. 남일같지 않네요. 저도 첫사회생활을 자영업으로 스타트했어서.. 첫사업을 접을때 이제 무슨 일을 해야할지 할수는 있을지 깝깝했는데요. 분명 길은 있을겁니다. 격려차 하는 말은 아니고 정말 그렇더라구요 세상은 넓어서 제가 밥벌이 할일은 어딘가 분명있습니다. 힘내세요
Zoya Yaschenko
19/05/27 15:49
수정 아이콘
널리고 널린게 30살 첫 취업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조과장
19/05/27 16:15
수정 아이콘
인생이든 장사든 뭐든 정말로 용의주도하게 세밀하게 살핀다고 살펴도 무엇엔가 홀린듯 큰 실책,함정에 빠질때가 있더군요...
남의 삶에 무슨 수로 위로와 조언을 드리겠습니까만,,,,
어떻게든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여태 그리해 오셨듯 잘 해결하시고, 이번 일을 뒤돌아 보고 계실겁니다.
수고하십시요~!!
교자만두
19/05/27 16:17
수정 아이콘
34 재취업 준비중입니다..가진돈 0원입니다.
Cafe_Seokguram
19/05/27 16:35
수정 아이콘
아직 젊으시니...곧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노라조 형님의 "형"이라는 노래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YJdI18LT7E
19/05/27 16:38
수정 아이콘
취업 하실 수 있을겁니다. 다만......
눈을 좀 낮추셔야 될 겁니다. 은행이나 소방공무원은 30살에 준비하기엔 조금 위험한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일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자영업 했었던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네요.
길잡이
19/05/27 16:42
수정 아이콘
공무원은 영어 안되시면 안하시는게 나아요..
영어 안되는데 공무원 준비하다가 2,3년은 그냥 지나갑니다.
Hammuzzi
19/05/27 17:07
수정 아이콘
잘 풀리길 기원합니다. 청안님께도 부디 마음 잘 정리하시고 힘내셔서 금방 좋은 소식이 생기길 기원합니다.
어디로가야하오
19/05/27 17:31
수정 아이콘
30살이면 아직 괜찮습니다. 취업성공패키지부터 한번 해보세요.
홍승식
19/05/27 17:46
수정 아이콘
이건 개인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요?
현금으로 입금이 되었는데 그 입금액이 제대로된 계좌인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가 있나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19/05/27 17:49
수정 아이콘
액수가..토나오네요..
안좋은일이 생기려면 조심을해도 생기는군요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습니다.
19/05/27 19:03
수정 아이콘
다들 좋은 말씀들 많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분히 조금씩 준비를 해서, 다음번에는 좋은 소식으로 PGR분들 축하를 받고 싶네요. 진심어린 조언들 감사합니다.
지니팅커벨여행
19/05/27 19:08
수정 아이콘
전공이 무엇인가요?
제조업이면 인력난이 심해 아직 취업가능한 나이로 판단됩니다.
아버지 일 도와드린 경험을 살린다면 유통 쪽으로도 가능할 것 같고요.
-안군-
19/05/27 19:20
수정 아이콘
천재지변급 재앙이네요. 저걸 무슨수로 막아...;;
심심한 위로 드립니다.
19/05/27 20:46
수정 아이콘
두달 내로 해결돼서 묶인 금액 그대로 풀리길 기원합니다.
19/05/27 20:49
수정 아이콘
힘내십시오!
칼라미티
19/05/28 06:42
수정 아이콘
잘 해결되길 빕니다...
유니브로
19/05/28 18:41
수정 아이콘
30살이시면 아직 괜찮아요!! 저도 다른 일 하다가 일은 32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먹고사는데는 크게 지장 없습니다 하하...흐규.
청안님도 좋게 풀리시길 기원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303 [일반] V50 간단 후기 [19] 하심군10611 19/05/28 10611 3
81302 [일반] 결혼 준비중이니.. 고민이 되는군요. [63] 로빈팍10683 19/05/27 10683 4
81300 [일반] 페미니스트 비난의 도구로서의 악의적인 편집과 피카츄 배 [312] 작란18042 19/05/27 18042 66
81299 [일반] 교사가 "초5 예쁜애는 따로 챙겨먹어요" 서울교대 단톡방 성희롱 파문 사건 정리 [81] 15647 19/05/27 15647 8
81298 [일반] OECD에서 배리나 씨는 무슨 말을 했을까? [22] Bemanner9640 19/05/27 9640 6
81297 [일반] [연재] 제주도 보름 살기 - 다섯째 날, 밥-밥-치킨 [17] 글곰6816 19/05/27 6816 10
81295 [일반] 유럽의회 선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14] 아유7254 19/05/27 7254 2
81294 [일반] 댓글 벌점 안 받는 법 [84] cluefake9250 19/05/27 9250 5
81293 [일반] 몰카와 레이프필름의 나라, 대한민국. [323] 삭제됨24311 19/05/27 24311 55
81292 [일반] 왕겜스포)내가 원한결말은 이게 아냐.. [103] 합스부르크10340 19/05/27 10340 4
81291 [일반] 아버지 사업이 망할거 같습니다. 더불어 제 첫 일자리도 날라갔네요. [23] 청안12718 19/05/27 12718 34
81290 [일반] 3차전쟁 준비 기념사진을 찍으며. [16] 파란무테6743 19/05/27 6743 21
81289 [일반] 지하철 성추행 관련 새로운 사실이 나왔네요. [109] 킹리적갓심17124 19/05/27 17124 11
81288 [일반] 라이젠!!! 외쳐 리-사쑤!! (3600 3600X 가격 추가)(메인보드 지원 추가)가격 비교 추가 [76] 능숙한문제해결사11582 19/05/27 11582 3
81287 [일반] [일상글?] 결혼 하지마..??? 에 대한 소고 [118] Hammuzzi14247 19/05/27 14247 51
81286 [일반] 동성혼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70] tannenbaum9240 19/05/27 9240 41
81285 [일반] 그냥 지금 분란조장 영구강등 회원 전부 해제시켜주십시오. [201] cluefake17557 19/05/27 17557 25
81284 [일반] 경제 뉴스 사이트(?) 추천 [19] 절름발이이리9226 19/05/27 9226 14
81283 [일반] Pgr운영유감 3 [478] 사악군25463 19/05/27 25463 98
81282 [일반] [연재] 제주도 보름 살기 - 넷째 날, 먹는 게 제일 [18] 글곰6619 19/05/26 6619 12
81281 [일반] 요새 게으르고 늙은 것들의 특강 유감 [29] 삭제됨9377 19/05/26 9377 63
81280 [일반] 정부가 배리나를 OECD 대표로 보냈다!! [200] 동굴곰24534 19/05/26 24534 9
81279 [일반] 내 맘대로 쓰는 소설 추천과 비추천 목록 [15] chldkrdmlwodkd6502 19/05/26 650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