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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1/22 22:45:35
Name 다혜헤헿
Subject [일반] 짝사랑에게 바치는 고백/이별의 sonnet
사실 제가 짝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마음을 정리하고 글을 몇번 쓰고 지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란게 그렇게 쉽게 정리가 안 되더군요...
저를 좋아해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얼굴만 봐도 기쁜게 말처럼 쉽게 마음 접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랑 이 아가씨 관계는 말하자면 긴 이야기가 있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제가 일병 4호봉 되어서 새로 온 중대장이었습니다.
ROTC마치고 소위로 임관했는데, 제가 군대를 늦게 가서 저보다 한살 어립니다.
저 홀로 중대 행정병 하면서 이 아가씨랑 복작복작 재미있었네요.

하지만 이제 좋아하는 마음은 접고 오래 갈 친구의 마음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네요.
하지만 좋아했다는 마음만은 잃기 싫어서 시를 한 편 써서 인터넷에 올립니다.
이틀만에 졸속으로 써내서 완벽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워즈워스의 말에 따라 결말을 지어봅니다.
아마 좀 더 정리해서 내일 보낼까 합니다.

소넷에 대해 아시는 분이 많을지 모르겠는데, 셰익스피어시절에 쓰던 사랑시라고 여기시면 될 거 같습니다.
능력자분들 틀렸더라도 너무 책은 말아주세요...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습니다.
해석도 붙였으니 잘 봐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Sonnet for My Company Commander
                                                 -Phion


When I had in life's turbulence wander'd,
Thy presence was that of the Northern Star.
So I could raise mine head to see afar
Upon the route to thee I had ponder'd.
I, wholeheartedly, wish I could tread on,
Yet road stays harsh thus I, unworthy,
Must abandon my quest unwillingly
Whilst dwelling on memories past, long gone.
Woeful is the words of thy human fear,
"The time will consume my vigor, my youth."
'Tis too early to worry at thy prime
Though I, milady, promise this yet mere:
The memories of thy fairness in sooth
In my captured words stay 'til end of time.

내가 삶의 파도에 헤맬 때
당신의 존재는 북극성과도 같았지요.
머리를 들어 과거 고민했던
당신에게로 가는 길을 볼 수 있었어요.
나는, 정신정명으로, 계속 걸어가기를 원하지만
길이 너무 거칠어서 하찮은 나는
마지못해 이 여행을 마쳐야겠군요,
과거의, 이미 오래 지난, 기억이나 들여다보면서.
당신의 인간적인 공포심은 정말 슬픈 일이에요
“시간이 내 활력과 젊음을 빼앗아 가고 말거야.”
당신 인생의 전성기에서 걱정하기엔 일러요.
하지만 아가씨, 정말 작은 것이지만 약속할 수 있어요.
당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은 정말로
내 말에 담겨 평생 동안 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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껀후이
16/01/22 23:27
수정 아이콘
멋진 sonnet이네요 감사합니다^^
영문과로써 sonnet을 1학년 갓 들어와서 배웠던터라
sonnet을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치게 될 때면 그때의 그 싱그러운 추억들이 떠올라서 좋아요
보통의 남자들에게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있죠
오히려 이루어진 사랑보다 그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추억이 더욱 가슴에 아리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오랜만에 만나서 "아 그냥 추억으로 남길걸..." 이러고...? 크크
내가 한없이 약자가 되어서 누군가에게 매달려보고 기다려보는 것도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그린라이트(Green Light)를 바라보며 평생을 바쳐 자신의 짝사랑을 희구하는 것처럼
16/01/22 23:52
수정 아이콘
짝사랑도 외사랑도 돌이켜보면 감사한 시간이지요. 좋은 친구로 오래 남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얼굴볼 때마다 기뻐하면 되죠. 좋은 사람과의 관계가 꼭 연애나 결혼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저는 제 여자사람친구들 다 인간적으로 좋아하는데 그 중엔 저를 짝사랑했다던 사람도 있고 제가 짝사랑했던 사람도 있네요. 느긋한 마음으로 대하다보니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더라고요.

영문학에는 해박하지 못하지만 해석본을 읽어보니 좋네요. 감정이 적정선에서 갈무리되어 있는 듯해서 마음에 듭니다. 아마 운율에도 신경쓰셨을텐데 제 영어가 짧아 충분히 느끼지 못해서 아쉽네요. 아주 예전에 읽은 소네트들이 이런 풍이었던 거 같은 어렴풋한 기억이 나는군요. 우리 사회에서는 시를 지으며 노는 문화가 굉장히 마니악(?)한 일이 되었지만 사실 깊은 인상을 시로 남기는 것은 정성스레 일기를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죠. 그렇게나 노래를 좋아하는 문화권이면서 동시에 시가 일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참 희한한 일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파인애플빵
16/01/24 02:07
수정 아이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자신을 그 사랑하는 사람의 아래에 두는 그런 경향이 심리학적으로 있다고 합니다
"하잖은 나는" 이런 문구가 그래서 그런지 제 가슴을 울리네요
저도 요새 한창 짝사랑 중인데 장나라 닮으신 그분이 저만 보면 얼굴이 정색 되시고 차가워 지셔서 속이 쓰리는 중입니다
그러다 또 마음이 복 받쳐 올라서 혼자 눈 감고 있으면 자연스레 또 얼굴이 생각나구요 안될껄 아는데도 자꾸 마음이 가는건
어쩔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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