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수험생으로서의 똑같은 지루한 하루를 맞이한 날이었다. 같이 스터디를 하는 친구가 집으로 오더니, 공부보다 지금 집 앞에 고양이가 누워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동네에 사는 흔한 길고양이겠거니 생각했다. 매일 고양이 있다고 친구에게 말하고 얼른 공부나 하자고 말하는데, 친구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길고양이가 도망을 안가네... 귀여운 놈이다'라고 생각했다. 귀여워서 우리 둘은 소세지 하나 사와서 먹였다.
2. 2주 만에 만남
첫 만남 이후에 내 친구는 스터디하러 올 때마다 고양이 노래를 불렀다. 물론 나도 고양이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아무리 혼자 지내는게 오래되서 익숙하다 해도 혼자서 공부하는게 재미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가 스터디를 오더니 고양이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달려나가서 같이 놀아주고 역시나 그랬듯 소세지 사서 먹였다.
3. 그 후 어느 날
그 뒤로 당분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창밖으로 평소의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 소리와는 다른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다. 뭔가 그 녀석일 것같아서 평소와는 다르게 나가보았는데 마침 그 녀석이었다. 소세지를 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집에 있는 참치를 주었다. 참치 기름을 빼고 줘야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 기름을 짜고 주었더니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내 기억에 이 날 이후로 자주 만났던 것 같다.
4. 그 뒤로 또 어느 날
이 녀석이 생각보다 뻔뻔한 녀석이었다. 항상 만나면 놀아주다가 집에 가서 밥을 챙겨서 밖에서 주었다. (내 집은 1층이다.) 놀아주다가 밥을 주려고 보니 느닷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당황스럽지만 일단 밥을 주었다. 그리고 나서 내보내려고 했는데 나가질 않았다.(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혼자 사는 임용 수험생이 키우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하도 나가지 않아서 결국 그냥 자고 가라는 심정으로 문을 닫았더니만 그제서야 나가겠다고 문을 긁었다.
5. 마지막
그 날 이후로 거의 매일 만났다. 아는 분이 고양이 사료 캔을 줘서 조금씩 나눠주기도 하였고(나말고도 많은 동네 사람들에게 얻어먹는 것 같다.)친구랑 먹던 회를 한 점 던져주기도 했다.(사실 나는 회를 좋아해서 주기 싫었는데 친구가 몰래 던져줬다. 맛있게 먹었다니 괜찮다.) 이제는 저녁에 바람쐬러 나가면 알아서 따라온다. 집에도 편히 들어와서 내가 앉는 좌식 의자에도 앉고 침대에도 올라가기도 한다. 편히 쉬다가 자기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간다. 지금도 내 뒤에서 편히 뻗어서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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