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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4 21:12
박찬욱은 금자씨->박쥐->스토커->아가씨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점점 그래오지 않았던가요? 미장센에 점점 천착하고, 이야기는 점점 여백을 많이 두고 루즈해지고, 캐릭터는 점점 더 박찬욱 의도에 제한된 채로 움직이고.. 저는 그래서 오히려 아가씨가 박찬욱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거장 취급은 받고 투자가 끊길일은 없으니 그냥 내 맘대로 만들겠다! 이런..
16/06/04 21:45
미장센에 대한 천착은 <올드보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이어져온 박찬욱의 특질이라 특별히 덧붙일 말은 없고(말씀하신대로 점점 더 심해지긴 했죠), 결국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캐릭터의 긴장감와 작품의 분위기(이른바 박찬욱 특유의 불편함)인데요. 이야기의 여백이나 루즈함에 관계없이 그의 전작들은 항상 인물 간의 팽팽한 긴장감과 불편한 공기가 작품을 지배해왔지만, <아가씨>에선 이러한 것들이 싹 사라진 느낌입니다. 캐릭터들 사이의 긴장감은 없고, 이야기의 결론은 불편함이나 모호함보다는 (감독의 말을 빌면) 명쾌함이 자리잡고 있죠. 박찬욱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꼴리는 대로 만들면서도 관객들과의 접점을 벗어나지 않는 한계에 아슬아슬하게 다다른 영화가 <박쥐>라면, <아가씨>는 그 접점에서 살짝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것이 감독이 너무 막나가서인지, 관객 눈치를 보고 타협해서인지 확언할 순 없지만 저는 둘다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봐요. 어떤 부분에선 너무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에만 몰두하고, 또 어떤 부분에선 너무 관객을 의식해서 친절해지고 말이 많아진 느낌? 그래서는 저는 '박찬욱 답지 않다'는 의미에서 '박찬욱스럽다'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박찬욱스러운 느낌만 남았달까요.
16/06/04 21:51
비슷하게 보셨군요.
이건 논외이긴한데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박찬욱의 영화라고 치부되지 않나요? 제 고3이 끝나고 처음 본 영화라 잊을 수가 없어서...
16/06/04 21:58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의 영상미와 철학적 질문들을
박찬욱 감독이 따라하고파 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예술영화같은 흥행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부른 '망작'이었다고 봅니다.
16/06/04 21:59
영화의 쩌는 때깔(?)과 더불어 캐릭터들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면서 관객들 역시 영화속으로 매몰시켜버리는 것이, 박찬욱 감독의 힘이라 생각했는데,
때깔은 여전하지만 본질적인 힘이 좀 아쉬웠습니다. 이쪽 방면은 외려 나홍진이 더 나은 것 같네요. 아 물론 영화가 구리다는 건 아닙니다. 잘 만든 영화에요, 다만 기대치가 워낙 높다보니.. 오늘 무도에서 주호진(파주스님)이 말했죠. 웹툰에서 중요한건 그림실력만이 아니라, 스토리와 정서다... 그림실력은 여전히 세계일류인데, 스토리와 정서(?)는 약간 아쉽네요.
16/06/04 22:08
저는 박찬욱 감독 영화는 JSA랑 올드보이만 재밌게 봤어요.
거장인지는 모르겠고 제 싸구려 입맛에는 확실히 안맞음. 믿고 거르는 감독 중에 하나네요.
16/06/04 22:09
개인적으로는 괜찮게 봤는데 너무 혹평일색이네요. 상업영화로서 몰입감 있고 화면 예쁘고 볼거리 많고 카타르시스도 있고 하면 훌륭한것 아닌지. 주제의식 이야기도 많이들 하시던데 요즘 많이 부각되는 페미니즘적인 모습도 많이 포함되어있고, 동성애를 다룬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히데코 이외의 캐릭터들이 아쉬웠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히데코의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어서 김민희 원탑 영화라고 생각하면 뭐 크게 점수를 깎고 싶지 않습니다.
16/06/04 22:18
사실 이 리뷰 자체를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을 기준으로 해서' 쓰다보니 엄격한 면이 있긴 합니다. 아무리 <아가씨>가 아쉽다해도 충무로의 다른 양산형 영화의 감독들과는 비교불가의 영역이긴 하죠. 어쨌든 박찬욱은 이미 언터쳐블 영역인 만큼, 박찬욱은 박찬욱과 비교해야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암튼 지니쏠님의 말씀에도 공감은 합니다.
16/06/04 22:18
'요즘 많이 부각되는 페미니즘적인 모습'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나더군요. 에프 영화의 클래식으로 여겨지는 안토니아스 라인이나 델마와 루이스, 하다못해 에린 브로코비치나 최근의 캐롤(저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의 이야기가 명백하게 억압당하고 이용당하던 두 여자가 도망치고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음에도 그 모습들이 왜 감동이나 통쾌함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걸까 궁금해지기만 하더라고요. 단순히 새로움에 대한 추구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 때문에 여성성, 여성주의를 옹호하는 남성들의 이야기에는 항상 기분 나쁜 비린내가 끼어 있죠.
16/06/04 22:33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때문에 만든, 비린내가 끼인 영화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하신 영화들과 비교해서 통쾌함이 없으셨다면, 쇼미더머니님이 최근 일부 왜곡된 페미니즘 문화때문에 받은 피로감이 영화에 투영된 것은 아닐지요.
16/06/04 22:42
좋게 보셨다는데 굳이 시비걸고 싶진 않습니다. 비린내니 뭐니 거칠고 관심법적인 수사를 버리고 쉽게 말씀드리자면 그 두 여자에 대한 연출자의 진심어린 연민이 없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도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보기 좋아라고 나열해 놓은 전시에 불과했어요 제가 보기엔.
16/06/04 22:39
서로를 속여먹으려 들던 두 여자가 왜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성별, 계급과 같은 거대한 장애물들에 대해 영화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아서라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고 벽을 넘어요. 여성 성장 영화인데 가장 중요한걸 너무 얄팍하게 다루고 있으니......
16/06/04 22:47
네, 그런 점도 있죠. 박감독이 그런 것을 설명하는 것을 촌스럽다고 여길 수도 있고, 그것을 '불필요한 설명'이라고 느끼고 그것에 할애되어야 할 에너지를 미술에 쏟아 붓는 것도 그의 자유이지만 이에 따라 그런 식의 화법에 걸맞는 관객층을 획득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겠죠.
16/06/05 01:21
네..영화의 중요한 변곡점이 두 여자의 심경 변화..특히,히데코의 심경 변화로 말미암아 이중 트릭이 이루어지는데 숙희를 향한 히데코의 감정 고조를 충분히 관객에게 납득시키지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의 실패로 영화가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 시키지 못하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밋밋해져 버렸다고 생각 합니다.
16/06/04 22:52
말씀하신대로 화면 예쁘고 볼거리 있고 페미니즘 적이고 동성애를 다뤘고, 근데 그게 끝이죠. 그걸 다 넣었다고 맛있는 음식이 되진 않으니까요.
16/06/04 23:08
저도 무척 만족했습니다. 화면이 너무 아름답고 세련된데다, 이야기의 몰입도도 높고 풀어가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어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에 좀더 씬을 할애해 설득력을 부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영화가 너무 제 취향이라 딱히 까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덧붙여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구요.
16/06/04 22:09
확실히... 박찬욱 영화라서 기대했던 것도 있었는데 엔딩 크래딧 올라오기 전엔 박찬욱 영화다 하는 생각도 못했네요 크크
야하긴 드럽게 야하던데... 음
16/06/04 22:26
스토커 이후에 박감독이 남성들이 떼로 나오는 '난폭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침대에서만 여성 둘이 난폭해지는 영화를 찍게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박감독님은 그냥 남자들 나와서 싸우다가 허무하고 비참하게 끝나는 JSA나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류 쪽으로 쭉 계속 파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왜 그 쪽에 대해 반성을 하시면서 금자씨 쪽으로 트셨는지..
16/06/04 23:50
이전 리뷰글에는 다른부분을 언급했지만, 그 외에도 음악은 또 왜 이렇게 촌스럽고 못쓰는건지, 많이 아쉽네요.
박찬욱 영화에서 음악만큼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것도 없었는데. 괜히 덩달아 봉준호 <옥자>도 기대가 안됩니다. 이 작품이랑 봉준호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지만.
16/06/05 00:11
박찬욱 감독의 이름의 걸맞지 않는 스토리 개연성, 억지로 반전을 추구하는 등 대 실망 했습니다
감독이 뭘 추구하는지 말하는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었으며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았어요 다만 영상미는 좋았습니다 풍경이라던지 저택의 세세한 묘사라던지..
16/06/05 00:23
미장센 논하기도 난감하다 싶은 것이, 이쁜 거 여기저기 깔아두었다고 미장센이 아니니까요. 컷의 활용을 최소화하면서 한 컷에서 최대한 필수적인 정보와 의미와 시각적 요소를 표현하며 압축적인 울림을 주는 것이 핵심인데, 아가씨 같은 경우는 페이스 조절이 안 되고 브레이크 없이 컷이 넘어가는 터라 밀도 있는 컷 연출이 안 되죠. 의미있는 정보들도 거의 없고요. 대부분의 컷들이 무가치하게 소모됩니다. 미장센이 아니라 미개센...
16/06/05 04:11
남자 캐릭터들이 매력없었던건 의도된거 아닐까요?
여자입장에서 영화를 보고든 느낌은 '남자? 구지 안 필요하구나'라는 겁니다 아가씨는 머리를 틀어올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남자 행세를해서 해외에 도피하고 거기다 성적 쾌락도 사랑까지 모두 얻게되죠 이 영화에서 제대로된 남자구실을 하는 캐릭터가 없는대도 영화는 해피엔딩이다에 의미를 둬봅니다
16/06/05 04:14
저도 되게 재밌게 봤는데, 혹평이 많네요 ㅠㅠ 아쉬워요...
김민희라는 배우가 이렇게 괜찮은지도 처음 느꼈고... 두 여자캐릭터가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에 대한 서술만 좀 더 넣어줬으면 하는 아쉬움
16/06/05 08:44
저도 보면서 박찬욱 감독 특유의 불편함이 빠지고 형식미, 영상미만 극단으로 추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에서 영화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기에 이번 영화는 칸 영화제를 노렸다던지 한 번 정도 실험을 했다고 하면 괜찮습니다. 다만, 예전의 박찬욱 영화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이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16/06/05 12:14
네이버 평점이 7점 이길래 7점 이상이면 괜찮겠지 싶어서 갔는데....역시 한국 영화 평점은 -1을 해야 밸런스가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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