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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8 22:14
숙희와 히데코의 경우 서로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손을 잡았으니 흔히(?) 도달하는 죽음에 이르는 죄를 지은 것 같진 않습니다. 물론 나쁜 마음이야 먹었었죠.
숙희를 결국 정신병원에 넣는 과정 까지 실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백작과 함께 계획했던 것이 그 과정 까지이기도 하고 히데코가 정신병원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백작한테 필요하기도 했을테니 계획변경을 시도하면 일이 꼬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니까요. 최종적으로 여권을 위조하고 중국으로 가는 것 까지 다 계획해서 장물아비 식구들도 부르고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숙희의 리스크가 너무 크긴 했다고 봅니다. 반면 백작의 경우 결국 돈을 얻기 위해 (백작의 시점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숙희를 정신병원에 보내고, 어쩌면 이 부분이 백작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를 히데코의 '숙희가 불쌍하지 않냐'는 질문에도 불쌍하지 않다고 대답을 했죠. 그리고 저도 백작은 히데코를 진짜 사랑했었던 것으로 봤습니다. 본인이 그 사실을 깨달은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죽는 그 순간에는 낭독회 때 부터 마음이 넘어갔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던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정신병원 앞에서의 숙희의 대사는, 그냥 이후 전개의 흥미유발을 위해 그냥 넣은 대사라고 봅니다. 일종의 약한 낚시라고 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물론 숙희 본인도 히데코를 속이러 들어갔지만 히데코도 숙희를 자기 대신에 정신병원에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고 숙희를 하녀로 들인거니까 최초의 그 시점엔 '원래 나쁜 년'이 맞기도 하고요.
16/06/08 22:59
숙희가 위험을 감수하는 개연성은 한 단어로 정리됩니다. '사랑'. 숙희의 정신병원행도, 그 이전에 히데코의 탈출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합니다. 복수 3부작이 죄-죄값에 관한 이야기라면 <아가씨>는 두 여인의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사랑은 논리적으로 오류라는 말도 있죠. '왜 저렇게 이해안되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가?' 사랑 때문입니다. (사랑밖에 모르는 바보 숙희ㅠ.ㅠ)
백작에 대한 평은 많이 공감합니다. 그의 활약은 작지 않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나름 정의로운 모습까지 보이죠. 무엇보다 히데코의 복수를 '대신'해주면서 히데코의 주체성에도 흠이 생깁니다. 박찬욱은 이 영화의 마지막에 두 여인에 의해 남성성이 전복되기를 바란다 했지만, 마무리 때문에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16/06/09 00:06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굳이 숙희가 정신병원까지 안 들어가도, 백작을 제압하는 방법-즉 아편을 먹이는 방법은 무궁무진해 보입니다. 위장결혼 후에 머물렀던 여관에서도 가능했습니다. 오히려 숙희의 협조가 가능하면 더 좋겠죠. 실제 썼던 방법인 유혹하기 외에도, 식사에 몰래 타기, 잘 때 먹이기, 기타 등등.. 굳이 가치를 찾자면 백작의 방심 유도인데, 그 방심에 거는 것은 숙희의 목숨입니다. 이건 밸런스가 맞지 않아요. 제가 히데꼬였다면, 설사 숙희가 죽어도 하겠다고 해도 절대 수용하지 않았을 겁니다. 차라리 백작을 설득하든(백작이 숙희를 살린다 해서 본인이 손해보거나 달라지는 사실은 없습니다.), 아니면 여관에서 백작이 나돌아다니는 틈을 타 도망치든 하는 게 낫습니다. 최소한 숙희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보다는..
그래서 다르게 보기 입니다. 두 사람의 로맨스에 딴지 걸어 보았습니다. 흐흐
16/06/09 00:16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숙희를 정신병원에 보낸 이유는 히데코의 위장 죽음이었는데 마지막에 편지까지 같이 보냈어서 말이죠... 확실히 의미없는 짓거리가 되었네요;;
16/06/09 00:01
박찬욱 감독덕에 미장센이라는 단어를 처음알았고 '박쥐'에서는 심지어 감동했지만 이번 영화는 참 실망이었네요. 아가씨는 마치 야설로부터 도망쳐서 야동 찍힌 느낌이랄까... 마치 인셉션처럼 주인공은 아직 저택에 갇혀있는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16/06/09 15:17
낭독회의 야설로 인해 남자를 사랑할수 없게된 여자가 자유와 사랑을 동시에 얻게 된 이야기.. 행복한 엔딩을 맞은 델마와 루이스.. 가질수 없는것을 갈망했지만 결국 모든것을 잃어버린 순정마초의 낭만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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