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스럽다, 라는 표현은 저한테는 아직 모호한 개념입니다. 박찬욱 감독 영화를 많이 본건 아니거든요. 정식으로 볼만한 나이가 되지 않았었기도 했고… 그런 점에서 <아가씨>가 저에게 갖는 의미는 처음으로 접하는 박찬욱 감독 영화이면서 소위 말하는 <박찬욱 월드>의 첫발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음… 아무래도 박찬욱은 변태가 맞는거 같아요.
오디션부터 화제가 되었었죠. ‘최고 수위 노출, 타협 불가’라고 내건 영화인 만큼 수위가 꽤 높은 영화입니다. 영화 내에서 오히려 ‘성’이란 요소를 대놓고 무대 위로 끌고 온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근데 감독의 성향에서 이러한 중심 요소가 멈춰버린 느낌이 조금 듭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한 남성향 판타지에 가까운 묘사도 그런 맥락에서 읽힐 듯 합니다. 그러니까 그 뒤가 없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나는 변태다!>라는 선언을 되게 당당하게 했는데 그래서?라고 되물으면 딱히 하는 말이 없는 듯한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하다 못해 <변태인게 뭐가 나빠!>라도 나왔으면 어땠을까.. 란 생각도 좀 들구요. 흐흐)
그런 점에서 영화를 닫는 방식이 정말 오묘하면서도 짓궂습니다. 성적 판타지에 대해 논하면서 죽음을 맞는 두 남성의 모습은 감독과 저 같은 관객에 비유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게 전혀 상관 없는 다른 방식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블랙코미디스럽기도 하구요.
반전은 있으나, 반전은 아니다.
영화의 서사는 3부로 이뤄져 있는데요. 영화에 반전은 있지만 딱히 반전에 신경 쓰는 것 같진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이야기의 뒤틀림보단 이야기의 연결에 더 신경을 씁니다. 굳이 본인의 패를 숨기지 않는 대신 같은, 혹은 비슷한 장면을 다른 맥락에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반전의 충격이나 재미보단 그 오묘한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그 점에서 김민희라는 배우가 이렇게 좋은 배우였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인상적이네요. 영화가 히데코라는 캐릭터에게 꽤 많은 것을 기대고 있는데요. 그 기묘한 분위기를 잘 살렸던 것 같습니다. 다만 (헐거운 서사 탓인지) 그 반대로 주변 캐릭터의 캐릭터성이나 인상들이 묘하게 흐려진 듯한 느낌은 아쉽네요.
되게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가져온 영화인데(미술적으로 뛰어나기도 하고, 꽤 묘사가 센 영화기도 하고..) 이걸 지워놓고 봤을 땐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 외에도 히데코라는 중심축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약간은 소모된게 아닌가 라는 의문도 드네요. 언젠가 누가 타란티노 영화는 미친듯이 떠벌이고 끝나고 나면 뭐, 재밌지 않았어?라고 장난기 가득하게 물어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는데, 저한테 이 영화는 비슷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고선 뭐, 더 기대한거 있어?라고 되묻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이거 성적 폭력적 요소에 체크해야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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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그 [최고 수위 노출, 타협 불가]였군요. 크크크
예에전에 본거같은데 아가씨를 보고서도 이게 그 영화인지 몰랐거든요
어쩐지 신인인 김태리씨와 김민희씨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온몸을 드러내는걸 보고 기겁했었거든요
저 또한 박찬욱감독의 작품을 많이 보지 못한터라 '박찬욱스러운'게 뭔지 모르겠지만
타임킬링용, 배경과 장면이 아름다운 영화, 하지만 오래남지는 않는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