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의 일이다.
내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공장은 계획이 세워져 있지만, 언제나 그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누누히 알려져 있다.
생산라인이 주어지지 않아 다른 연장자 동료와 함께 공장의 뒷정리를 하면서 돌아다니던 중 다른 동료와 빨간모자의 관리직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특정라인에서 트러블이 발생한 것이다.
몇일전에는 그 특정라인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한명이 오후시간에 갑자기 근무를 거부하여, 직원이 분노하고, 내가 대신 그 자리에 가서
어그적어그적 일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 가는 것은 나로선 유쾌하지 않은 일이기에, 이번에도 나를 잡아갈려나? 하고 긴장하고 있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아침에는 연장근무가 예정되지 않았지만, 변경되어 결국 저녁까지 연장근무하게 되었고, 연장근무의 와중에 정보가 들어왔다.
그 특정라인에서 일하던 젊은 친구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다. 청소 도중에 잘 보이지 않는 회전체에 손가락이 끼는 바람에
검지손가락 끝마디가 절단된 사고다. 봉합수술은 하였으나, 상태가 좋지 않아 절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 젊은이는 나같은 비정규직도 아니고, 인력사무소를 통해온 일용직으로, 그 날이 3일째 출근이었고 1,2일 째에는 나와 같이
공장의 뒷정리를 하였는데, 3일째에 라인으로 이동하더니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어학연수를 준비하는 도중 잠깐 알바하러 인력에 나왔다고 하며, 정직원 중 한명과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로는 검지손가락 한마디면 산재등급으로는 13급으로 특정한 혜택은 없으며 90일분의 급료를 지불할 뿐이고,
장애등급기준으론 6급에도 충족하지 못하는 일반인이다.
어쌔신 크리드 2의 에지오는 암살검을 쓰기 위해선 약지를 잘라야 한다는 말에 씁,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손을 내밀었고,
다빈치는 하하, 내가 개량했으니 그럴 필요 없다고 웃고 넘어간다. 그런데 검지손가락이면 다를 것이다.
우선 게임하기에 곤란하다! 대부분의 컨트롤러는 검지와 엄지가 필요하다.
군대라도 안 갔으면 그나마 병역 문제에서 혜택이라도 있겠지만 20대 중반에 어학연수 생각이면 군대는 갔다왔을 테고.
젊은 친구의 어학연수는 취소가 되었을 확률이 높아보인다.
알바하러 갔다가 난데없이 사고를 당해 인생계획이 망가지고 만 것이다.
결혼해도 악영향이다. 사윗감을 평가할때 검지손가락 끝마디가 없다면 탈모와 견줄만한 감점요인이겠지.
다음날의 아침에는 비정규직 관리자의 발언이 있었고, 오후에는 사무직까지 포함해 공장의 전체 인원을 모은 발언이 있었다.
공장에서 이 정도 사고 일어난 건 처음이라고? 과거 사망사건이 있었다고 들은 게 있었다만.
공장의 입구에 2007년 이후 무사고 날짜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2007년에 사망사고가 있었다고 예상하는데, 10년 전이니
발언한 직원이 그 전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그 말은 거짓이 아니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공장 바로 옆에는 과거에 다녔던 공장이 있는데 그 공장에선 4손가락이 잘리는 대형사고에도
발언같은건 없었으니 훨씬 나은 셈인가.
어쨋든 아무리 까여도 자기 몸은 자기가 사리는 것이다. 공장일이 선행과 신념을 위해 희생하는 고결한 일도 아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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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벨트 돌아가는 곳은 은근 위험한 데가 있죠.
빵공장에서 일할 때였는데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많이 먹는 그 빵을 만드는 과정 중에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반죽의 깨 있는 쪽을 위로 돌려놓는 작업이 있습니다.
오래하는 건 아니지만 은근히 위험해서 정신차리고 작업하라는 말을 듣죠.
이전에 사고도 있었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