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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2/21 17:58:53 |
Name |
김성재 |
Subject |
펩시 콜라와 생일 사이의 미묘한 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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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지나버려 "어제는 생일이였다"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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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맞이 했었다'
고 해서 일반적인 생일에 대한 얘기를 하는건
아니다.그 비슷한 것에 대해서 얘기 하는 것이다.
물론 이곳(군대)에서도 선물을 받았다.
이러한 선물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굳이 '이러이러해서 이렇다' 란 이유로 설명할수는 없었다.
그저 감정의 길이 따라가는 대로 걷다 보니 이러한
생각의 종착지에 도달했을 뿐이니깐.....
이런 음침하고도 싸늘한 기분은.
바람을 타고 멀리에서 날아온 구름과 비슷한것 같다.
이 구름 속에는 내가 쌓아온 경험으로도 알수 없는
불길한 것들이 가득 실려 있다.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나는 알수 없다
아무튼 소리없이 조용히 날아와 꼭 맞는 모자처럼 내머리 위를
덮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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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 해보니 나의 인간관계의 그물코로 인해 전혀
엮이지 않았던 사람으로 부터 받은 뜻밖의 선물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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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쯤 고등학교로 부터 해방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여자친구와 처음 술을 마시러 갔던 곳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다 마침 나와 같은 생일의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콜라를 서비스로 받은적이 있다.
나의 개인적인 바램이 전혀 투여 되지 않은
300원의 원가도 채 되지 않는 유리병으로 된 펩시콜라.
(그 아르바이트 생이 가게의 아들이라던가해서
손님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준건지도 모른다.
이건 알길이 없다.)
그후에 각인 이라도 된듯이 콜라는 펩시콜라만 마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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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내가 맞이 했던 생일중 가장 기억이 선명한 생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날 받은 것이 콜라 한병'이라니.
군입대전날 생일이어서 아웃백에 친구들과 갔던게
더 선명하다 하면 무언가 특별해질텐데.
시시하다고 해도 어쩔수 없다.
나의 인생이란 것은 항상 시시한 배를 타고
시시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으니깐.
여전히 나의 생일에 대한 의식속에는
'병으로 된 펩시 콜라 한병' 이라는 요소가 분리 될수
없을 만큼 깊숙히 박혀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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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과 관계된 영문 전보를 처리하고 있을무렵.
여자친구로 부터 한통의 전화 가 왔다.
"생일 축하해. 며칠전 통장에 200원 밖에 없다고
징징 됐었지? 2만원 부쳤어. 맛있는거 사먹어."
사실 200원 뿐이라고 징징 된적은 없엇지만
저말은 어디서 튀어 나온건가 하고 물어 볼려는 찰나.
이미 여자친구는 전화를 꺼버렸다.
두번째 콜라라고 말할수 있는 것을 받았다
'예전엔 받은 유리병의 펩시 콜라 한병과 2만원'
이 사소한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와 비례하게 굉장한 선물로 확대되어 보인다.
이것은 적어도 마음에서 베어 나왔고,
생일날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행위에 이러한
마음이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선물이 정말 값비싸거나 남들에게 멋지게
보여서 그러는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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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를 받았건, 2만원을 받았건
이번의 생일도 지나갔고, 어김없이 한살을 먹어 버렸다.
화장실에서 정신을 집중해서 담배를 피며 생각 한다.
'내일은 복지(p.x)가서 냉동식품 먹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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