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무슨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성 평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고, 교육과 성별의 관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으니, 다음의 글에서 제 개인 의견은 그야말로 지나가는 시민 42-3 의 의견 정도로만 보아주세요.

성 평등 관련해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연령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준으로 '아직 성 평등 택도 없다' 부터 '이미 역차별임' 까지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움직이는 방향을 가늠해보기 제일 좋은 것은, 사회가 아직 미성년자~젊은 어른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고 있는 지겠죠. 해서 교육 관련 통계를 좀 살펴봤습니다. 제가 미국 살고 있고 통계 수치를 이해하기도 미국 통계가 더 쉬운 관계로 미국을 예로 들겠습니다만, 어차피 한국의 교육은 미국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아래의 통계를 한국 교육의 미래라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래의 모든 통계는 미국 교육청의 2012년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링크:


그와는 반면, AP Math (수학 어려운 과정) 을 듣는 학생의 비중은 남학생이 더 높습니다. 위의 통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인데, 이걸 저는 '여학생은 설령 자신이 수학/과학 전공을 뜻하지 않더라도 일단 기본 수학 과정은 열심히 해서 빨리 끝내려는 경향이 있다' 라고 해석합니다. 즉, 위에서 개인적으로 *3 을 믿는다고 말씀드린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과학 과목에서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Biology (생물) 는 미국의 의대 붐과 맞물려있는 부분이라서 양자 모두 열심히 하고 있고, Chemistry (화학) 는 여학생이 조금 더 많이 듣네요. 반대로 Physics (물리) 는 남학생이 꽤 차이 나게 더 많이 듣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공계를 일컽는 용어로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라는 말이 있는데, 다른 직업군은 성 불평등이 많이 완화된 것에 비해서 STEM 분야는 여전히 성별 간 불평등이 심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교육 현황을 보니 그것도 곧 옛말이 될 것 같군요.

3. 직업 선호도


[고등~대학교 교육 과정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의 장래 직업군별 정리]

이 그래프는 현재 각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각 직업군으로 들어가기 위한 교육 과정에 재학 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통계를 뽑은 겁니다. 따라서 현재 젊은이들이 해당 직업군에 대해 가진 선호도를 나타내는 수치이며, 해당 직업군의 성별 구도가 어떻게 바뀌어나갈지를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해줍니다.

여학생은 대체로 교육/의료/건강 분야에 대한 강한 선호가 보이는군요. 반면에 IT 나 STEM (이공계)에 대한 선호는 확실히 낮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만, 미국도 여자들이 교사를 선호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비교적 많은 여가 시간 + 비교적 낮은 임금 + 비교적 높은 직업 안정성 등이, 좀 더 잘 버는 남자와 커플이 되기에 여러 가지로 적합한 것이죠 (이것을 여자 본인이 스스로 원할 수도 있고, 남자들이 그것을 원하니까 시장에 맞춘 것일 수도 있습니다). STEM 쪽에 대한 낮은 선호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보셨다시피 STEM 과목에 등록하는 학생 숫자는 성별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가 없거든요.

4. 학업 성실도



이 그래프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학/퇴학을 당하는 학생의 % 를 정리해놓은 그래프인데, 모든 인종 군에서 동일하게 남학생이 학교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여학생에 비해서 두 배 정도 높습니다. 뭐 남학생들이 사고 많이 치는 거야 누구나 이미 아는 내용이긴 한데, 아래의 그래프와 같이 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미국은 고등학교가 의무 교육인 것과는 별도로, '어려운 과목' 은 듣지 않아도 됩니다. 똑같이 물리 과목을 들어도 '쉬운 버전' 으로 들어도 되고 '어려운 버전' 으로 들어도 됩니다. 어려운 버전이 AP 과목이라는 것들인데, AP 과목을 듣고 나면 전국 AP 시험을 쳐서 그 합격 여부를 대학 지원 시에 표기할 수 있지요. 이 시험에 대한 합격률이 의외로(?) 남학생들이 더 높습니다.

이 부분을 저는 '대체로 성실한 여학생들에 비해서' '남학생들은 양극화되는 경향이 심하다' 라고 해석을 합니다. 열심히 하는 남학생들은 여학생들과 대등하게 혹은 그 이상 잘하지만, 열심히 안 하는 남학생들은 '확실하게' 안 열심히 하기 때문에 아예 쫓겨나는 수준이 된다는 거죠.

뭐랄까, 종종 피지알에서도 들리는 말인데 '사회 최상층을 기준으로 성 평등이네 뭐네에 관한 정책을 만들면 최하층 남자들만 죽어나는 거지' 라는 말이 있지요. 최하층 남자 밑에 최하층 여자가 있다고 보는 1인이라서 위 발언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닌데, 적어도 교육 관련해서는 맞는 말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학생들이 이공계를 많이 선택하도록 이런저런 정책들을 도입할 때 정책 입안자들이 보기에는 '이공계 AP 과목에서 여학생들의 합격률이 남학생과 동일해지는 것'이 평등의 기준이 되겠죠. 근데 저걸 맞추다보면 평균 아래 남학생들은 죽어나는 거니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성 평등 그런 거 잘 모르고, 따라서 어느 쪽으로도 강한 의견은 없습니다. 다만, '성별에 따라서 억압받는 부분' 이 있다면 그것은 해결하되, '원래 선호하는 것' 을 평등의 이념으로 억지로 끼워 맞추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뭐 제가 논할 깜냥이 안 되니까 전문가들이 잘해주길 바랄 뿐이고요. 앞으로도 수십 년은 지나야 그럭저럭 안정화가 되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