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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10 15:58:45
Name 리니시아
File #1 thumb_96e9x201605201511098365.jpg (69.1 KB), Download : 82
Subject [일반] 사돈의 팔촌(2015) _ 묘하게 야하더라니까?


<사돈의 팔촌>, <아가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최근 한국 멜로영화에 굉장히 목말라 있었습니다.
2011년 러브픽션, 만추. 2012년 연애의 온도 이후 괜찮은 멜로영화는 씨가 말라버렸죠.
개봉 첫날 봤던 인간중독과 오늘의 연애는 그야말로 지뢰였고, 나름 기대했던 뷰티인사이드와 남과 여는 공감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지맞그틀 이 있긴 했지만, 순수한 멜로 영화로 보기엔... 홍상수 감독이잖아요 ^^;;
여튼, 이런 갈증을 오랜만에 달래준 독립영화 한편을 만났습니다.





2.
최근에 봤던 멜로물에선 뭔가 홍상수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영화를 봤었습니다.
한 가지는 카라 멤버였던 박규리가 나온 '두 개의 연애' 였고, 또 한가지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얼핏 본듯한 설정과, 이야기전개. 찌질한 남자의 모습과 함께 영화 내 아기자기한 잔 재미를 주는 소재등등을 활용하는 모양새가 비슷했죠.

이 영화 또한 그러한 분위기에서 많은게 파생된듯 보입니다.
“사촌이긴 한데… 사돈의 팔촌이었음 좋겠다”
라는 알듯 모를듯한 대사를 시작으로 자동차 뒷좌석의 어린 태익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작장면.
추상화를 보며 “왜 정답에 가까이 갈수록 엉망이 되냐?” 라는 대사를 날리는 태식의 모습.
아리와 입맞춤을 하며 허겁지겁 여자친구 서희에게 뛰어가는 모습.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며 뺨을 맞는 태익의 모습 등은 여태 그려왔던 홍상수의 그늘 비스무리하기도 합니다.






3.
하지만 거기서 머물렀다면 이 영화만의 색은 없었겠지요.
오랜만에 만난 태익이 캠코더로 아리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면서 찍습니다.
그 영상을 아리가 보게되고 미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익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몸을 끌어당기는 모습을 보입니다.
태익과 아리가 같이 밥을 먹다 예지의 뒷모습을 보며 "쟤 몸매 좋지?" 라고 떠보는 아리의 말. 곧이어 자신도 지나가면서 자기 몸을 보지 말라는 식의 새침한 대사와 수줍어하는 행동도 이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 해 줍니다.
홍대에서 아리와 통화하다가 베터리가 나가버려 아리가 있는 장소를 알지 못하지만, 느낌으로 찾아내는 장면도 풋풋 하면서 둘만의 특별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나도... 나도 아무것도 잊지 않았어 다 기억해 계속 기억하고있어"
라는 자칫 오그라들 수 있는 아리의 대사 또한 아슬아슬하게 썸타는 분위기를 통해 잘 이어나갑니다.






4.
에.. 그러니까... 이 영화에는 키스씬이 단 한번 나올 뿐입니다. 그런데 풍기는 분위기가 굉장히 야합니다.
그러한 성적 긴장감을 연출하는데 몇 가지 단단한 요소가 있습니다.
초반에는 어렸을적 이 두 사람이 허울없이 지내며 장난치고 친해지는 모습을 통해 '설마' 라는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말년 휴가를 나온 병장인 태익. 그리고 일주일 후면 유학을 가야하는 아리의 상황을 통해 '시간' 을 컨트롤 해줍니다.
어엿한 성인이 되었는데 이 두 사람의 모습은 굉장히 번듯합니다.
아리의 모습은 태익의 친구도 한눈에 빠질듯한 모습이고, 뚱뚱했던 태익도 멀끔한 훈남청년이죠. 거기에 운전병이라 운전실력은 덤.
'외모' 에서 두 사람이 충분히 호감이 갈만한 설정을 해주는 거죠.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태익이 여자친구와 잠자리를 한듯한 뒤의 연출입니다.
배드씬을 직접 드러내진 않지만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의 본질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태익과 아리의 키스씬이 제대로 나오는 것은 한 장면 이지만, 처음이 아니지요.
첫 번째 키스는 거실에서 자고있는 아리를 방으로 들어 옮겨주며 서로 눈이 맞고 키스를 하는 듯한 장면을 보여주다 장면을 넘깁니다.
그리곤 태익은 입술을 닦는 모습을 연출하며 관객들은 '했네 했어~' 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죠.






5.
장인섭 배우와 배소운 배우의 연기와 마스크도 톡톡히 한 몫 해줍니다. 또한 현실과 맞닿는 연출도 감정이입을 충분히 끌어줍니다.
별거 아니지만 태익과 아리가 찍은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카톡으로 보내줘" 라던지.
태익의 친구 기둥이 페이스북에 글을 썼는데 아리도 비슷한 시간에 페이스북에 글을 쓰더라.
우리 둘이 마음이 맞는 거 같다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도 현실에서 나오는 듯한 이야기라 생생한 이야기 처럼 느껴지죠.


배소운 배우의 연기나 마스크, 행동들도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해피투게더에 나온 수지의 눈빛이 떠오르는 듯한 집중도와 눈빛에 태익이 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버리죠.
사실 전작 '닥터' 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보는 내내 굉장히 사랑스러운 모습이더군요.

장인섭 배우의 연기도 굉장히 재밌습니다.
말년 병장이 풍길듯한 덤덤한 평소의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다 아리의 마음을 알게되어 해맑게 웃는 모습은
'풋풋한 청춘멜로' 의 전형적인 마스크 였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담배를 피지 않고 배시시 웃는 모습은 괜히 제가 다 기분좋더군요.





6.
최근에도 극장에서 멜로한편을 봤습니다. '아가씨' 라는 영화였습니다.
(레즈비언 멜로 라고 하는 분들이 있기에.. 기본적으로 스릴러와 드리마지만 멜로축에 끼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영화도 '금지된 사랑' 을 다루었고, 굉장히 수위가 높은 노출과 배드씬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독히도 남성관 중심적인 배드씬.
"아가씨, 어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타고나셨나 봐요" 라는 성인 포르노물에나 나올법한 어색한 대사.
자지는 지키고 죽는 하정우의 모습.
구슬 4개를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하는 엔딩 장면에서 매우 탄식했습니다. 굉장히 눈살이 찌푸려더군요.

화양연화가 생각나서  더 씁쓸했습니다. (화양연화는 2012년에 BFI(영국 영화협회) 올타임 넘버원 Top50 중 24위로 뽑힌 적이 있죠.)
직접적이진 않지만 은유적인 패티쉬나, 금기시 되는 불륜속에 풍기는 무드가 굉장합니다.
사돈의 팔촌 또한 사촌간의 사랑이라는 금지된 부분에서 자아내는 정서가 화양연화에서의 불륜과 맞닿죠.
화양연화는 노골적으로 성행위나 배드씬을 보여주지 않지 않습니다. 사돈의 팔촌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섹슈얼하고 두 사람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정말 효과적으로 표현되었죠.
사랑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배드씬은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이 과연 느낌을 자아내는데 '최선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완벽한 반례로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가 있을 수 있겠군요)

고작해야 약 8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들어 진 사돈의 팔촌이 '아가씨' 보다 훨씬 야하고 설득력 있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지만요.






7.
말하다보니 사돈의 팔촌이 '야한영화' 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입니다.
풋풋한 두 청춘의 미묘한 감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할 뿐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마지막에 나오는 태익의 백허그와 함께 미소짓는 아리의 얼굴 이겠죠.

묘하게 야하면서 설레는. 그런 영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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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김
16/06/10 16:03
수정 아이콘
드디어 마눌님과 함께 볼 영화를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니시아
16/06/10 16:14
수정 아이콘
후기가 궁금하네요... 추천하기엔 취향 타는 영화일수 있는데 재미있으시길 바랍니다
16/06/11 04:40
수정 아이콘
아가씨로 결정 하셨군요...
굉장히 수위가 높은 노출과 배드씬이 이어졌...
피지알중재위원장
16/06/10 16:06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 관련해선 스포 표시를 해주시면 더 좋을것 같습니다ㅜㅜ
본문에 나온 아가씨의 내용을 전 처음 듣는 거라서요.
리니시아
16/06/10 16:12
수정 아이콘
헉 그렇군요.. 상단에 반영하였습니다
피지알중재위원장
16/06/10 16:23
수정 아이콘
예. 감사합니다!!
신중함
16/06/10 16:2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리뷰 보고 나니 꼭 한번 보고 싶네요.
루체시
16/06/10 16:48
수정 아이콘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꼭 보고 싶네요 크크
candymove
16/06/10 16:54
수정 아이콘
저번에 왕천군님도 리뷰를 올리셨던거 같은데, 계속 보게 싶게 만드는 리뷰들이 올라오네요..
셤 끝나고 봐야하나..
리니시아
16/06/10 17:41
수정 아이콘
취향을 타긴 하나. 최근 멜로중에는 가장 괜찮았었습니다
친절한이웃
16/06/10 18:33
수정 아이콘
지독히도 남성관 중심적인게 뭔지 모르겠네요.
뭐가 남성적인 시선이고 뭐가 여성적인 시선인지...
리니시아
16/06/10 18:40
수정 아이콘
확실한 예를 들자면 마지막 씬이죠.
히데코를 사랑하게된 숙희가 코우즈키가 낭독하게 만들었던 장소로 가서 모든 서적과 글귀, 그림들을 찢어버립니다.
그리고 몽땅 모아서 물에 쳐넣고 잉크를 뿌리고 난리를 치죠.
히데코에겐 낭독하는 것이 아픈 과거이자 상처이기 때문에 숙희는 그것에 분노해서 대신 징벌을 내려줍니다.

그리고 나서 드디어 백작과, 코우즈키의 손아귀에 벗어나 중국으로 향하는 배에서 나누는 사랑의 방법은.
히데코가 과거에 읽었던 책에 나오는 구슬을 가지고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나오죠.
분명 히데코는 낭독하는 것에 대해 상처로 느끼고 숙희도 분명 거부감을 느껴서 그것들을 모두 파괴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진행이라면 마지막에 그런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진 않았을 겁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방법은 캐릭터를 배려하지 않은 결말이라고 밖엔 생각 못하겠습니다.

여성적인 시선을 예를 들자면 제가 이야기하는 것 보다 영화 <캐롤> 보시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친절한이웃
16/06/10 18:47
수정 아이콘
히데코는 낭독회에서 숙희를 상상하며 은구슬 얘기를 하죠.
심지어 땀이 맺힐 정도로 상기됩니다.

애초에 히데코나 숙희는 욕망을 감추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비틀린 욕망에 본인까지 뒤틀린건 남자들이죠.

그리고 낭독회는 무조건 히데코가 억압 받기만 한 것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히데코가 뒤틀린 욕망에 어쩌지 못하는 남자들을 쥐락펴락하기도 하죠.
리니시아
16/06/10 23:17
수정 아이콘
글쎄요 낭독회에서 숙희를 상상하는 은구슬 이야기가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최선인지, 그러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서인지는 확실하게 대답하긴 어렵습니다.
분명한건 낭독회에서의 기억을 상처로 기억하고 이겨내려는 모습은 분명히 나온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랬던 사람들이 엔딩에서 그런 방식으로 사랑을 나눈다는건 모순이 있죠.
남성들은 쥐락펴락 하는부분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보기엔 철저히 연습된 낭독회에서 유린당하는 모습으로만 보였습니다.
남자들을 쥐락펴락 했다고 하기엔 글쎄요? 하정우한테 사기친것 이외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만.
친절한이웃
16/06/11 11:22
수정 아이콘
히데코가 낭독하는 것과 이모가 낭독하는 모습을 보시면 분명 차이가 있죠.
차이가 있으니까 친절하게 이모의 낭독 장면도 넣은 거라 봅니다.
참가자 눈을 한 명씩 마주하며 그들을 압도하려고 애쓰기도 하고
하정우가 처음 왔을 때는 신병 받아라 포스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정우한테만 사기치는 것도 아니고

어리숙한 숙희에게 키스 받으려고 작업멘트 날리고 고백 안하니까 구타에 자살 쇼까지...
가만 보면 사람 낚는 어부도 아니고 사기꾼들을 사기치죠. 절대 코오즈키가 원하는대로 크지 않았습니다.
코오즈키가 이모랑 어린 히데코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쥐고 강제 헤드벵잉 시킬 때도 자세히 보면
코오즈키가 손을 땔때, 이모는 책을 뚫어져라 보고 히데코는 씩씩 거립니다.

엔딩에서 나누는 사랑 방식에 대해 트라우마 극복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저는 조롱과 해방으로 봤습니다.

예전에 연애의 목적을 보고 이건 무조건 남자가 시나리오를 쓴거라 생각했다가 여자 작가인걸 알고
여성성 남성성이라는게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엔딩 은구슬 씬도 정서경 작가가 제안 한건데 중국 관련 조사하다가 나온거라고 합니다.
박찬욱 사단 중 대부분이 여성이라 작품이 점차 여성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는데
지극히 남성적이라.... 예전 작품은 그럴 수도 있지만 요즘 박찬욱 작품, 특히 아가씨는 아니라고 봅니다.
뭐, 그래도 난 그렇게 느낀다면 제가 거기다 대고 함부로 선입견이라는 얘기는 못하겠네요.
리니시아
16/06/11 12:29
수정 아이콘
어리숙한 숙희에게 키스받으려고 작업멘트 날리는것은 숙희를 쥐락펴락하는거지 남성들을 쥐락펴락 하는것은 아니지요 ;
뭐 보는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살 쇼는 제가보기엔 쇼가 아니라 진심으로 자살하는것 처럼 보여서 동의하기 힘듭니다.
하정우가 처음 왔을때의 '신병받아라' 포스 인건 맞지만 농락이라고 보기엔 어렵겠죠.

정서경 작가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모르는 사실이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엔딩씬을 이렇게 갈것으로 제인한건지는 잘 모르겠군요.
뭐 사실 레즈비언 멜로물을 많이 본것은 아니지만 제가 보아왔던 레즈비언 멜로물 중에는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구도나 연출이 아가씨에 많이 묻어나와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성동구
16/06/12 03:40
수정 아이콘
둘 다 야합니다만 장르 따지지 않고 아가씨보다 사돈의 팔촌이 야하다는건 아닌듯 합니다.
사돈의 팔촌은 늬앙스로만 풍기고 아가씨는 그냥 야한거 다 보여주고 심지어 마지막에 서비스컷(?)까지해서
정말 야한데 사람에 따라 야한! 동영상보다 소설이 더 야하다고 생각할 수야 있지만

객관적으로는 동영상이 훨씬 야하죠.
리니시아
16/06/12 10:39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인 생각에 아가씨의 야함은 저급하다 쪽에 가깝습니다.
그러한 '다 보여주는' 배드씬이 굳이 필요한건지 모르겠어요
16/06/13 14:08
수정 아이콘
공포영화로 치면, 잔인하거나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보다 잔잔하지만 곱씹어 생각할수록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더 무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니시아
16/06/13 14:30
수정 아이콘
65CO2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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