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피지알에 비슷한 내용을 썼다가 지웠는데 홍차넷에 더 보충해서 작성했던 글을 더욱 보충해보았습니다.
쓰레기 유전자 (Noncoding DNA)
인간 각 세포의 31억쌍의 DNA 염기 중 고작 2%만 단백질로 해석되어 유전자로서 기능을 하고 ( 유전자 갯수로는 대략 3만5000가지 정도) 이고 나머지 98% DNA는 단백질로 해석되지 않습니다. 이 해석되지 않는 DNA를 Noncoding DNA 또는 Junk DNA 라 부릅니다. 인간처럼 정교하고 고도로 진화한 생물에서 비효율적이게 98%나 되는 방대한 부분의 염기가 유전자로 발현되지 않아요. 지난 번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간은 한명 당 보통 10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있습니다. 100조개의 세포 하나하나마다 46개의 염색체 (23쌍) 가 들어있고 그 염색체들에는 A,T,G,C로 이루어진 총 31억개의 염기쌍이 각 세포마다 존재합니다. 이 긴 사슬의 염기쌍이 DNA라고 불리우고 우리 몸의 설계도 되는 겁니다. 100조개 세포 하나하나마다 모두에게 우리 몸의 설계도가 하나씩 들어있는겁니다. 그 설계도에 따라 몸의 구성세포들이 만들어지고 그 후 각각의 세포가 그 설계도에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발현하면서 각 세포마다 기능하고 생명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그 설계도의 98%는 직접적으로 유전자 발현을 하지 않고 비효율적이게도 100조개 모든 세포에 들어가 있어 오랜 세월 동안 세대를 거쳐 복제되어 무임승차하며 지금까지 존재해왔습니다..
무서운 말이네요. 쓰레기 유전자 (Junk DNA, Noncoding DNA)... 우리 몸의 유전자설계도에서 98%나 되는 광대한 페이지가 의미없는 단어, 문장이 반복되거나 알아먹을 수 없는 단어로 가득차 있고 실제 단백질로도 발현되지도 않고 조용히 한세대 한세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DNA 염기양이 많다고 더 고등 생물도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양파는 세포 하나당 우리 인간보다 무려 6배 많은 무려 180억개의 DNA염기쌍을 가지고 있습니다. Noncoding DNA가 더 많아요. (실은 유전자 중합체라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일부 Noncoding DNA는 유전자의 발현 조절과 같은 생화학적 기능 (prometer, enhancer, inhibitor 등등) 도 하고 DNA 사슬 자체의 안정성 등에 기여하는 등 단백질로 발현되지 않을 뿐이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Noncoding DNA를 빼고 단백질로 발현하는 DNA인 c-DNA만 모아두다고 해서 제대로 된 생명체로서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oncoding DNA에는 필요 없는 것도 너무 많아요. (alu, Line-1, retrovirus 에게나 필요한 수많은 역전사효소 사본이라던지)
일부 쓰레기 유전자는 실은 전에 다른 역할을 했던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않고 조용히 조각나거나 고장나서 한쪽에 방치되어있는 것도 있고 바이러스처럼 외부에서 들어와 제압당하고 조용한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있으며 바이러스들이 쓰던 역전사효소유전자 같은 것도 있고 일부는 더 이기적 유전자들로 본인의 존재이유를 모른체 복제하겠다는 본능만 남아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여러 번 복제하기를 반복하고 어느 순간 포화 상태가 되어 균형을 이루고 한구석에 쳐박혀있는 유전자 또는 DNA염기의 단편들도 있습니다. 이들을 의사유전자 (pseudogene), 위성유전자 (satellite gene), 소위성유전자 (minisatellite gene), 이동유전자 (jumping gene), 역이동유전자 (retrotransposon) 등의 이상한 이름을 붙여놓고 있습니다.
심지어 발현되는 유전자의 염기 사이사이에 들어가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조각조각 내어 균형을 이루고 있는 DNA 조각들도 있습니다. (intron)
DNA 에는 우리 선조 생명체의 역사 같은 게 담겨져 있습니다. 일례로 포유류가 되기 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색깔을 구분하는 시신경에 대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던 우리 선조 생명체들은 포유류로 진화되면서 초창기 포유류가 공룡의 압박으로 야간 활동만 하게 되고 그에 많은 색깔구분하는 시신경에 대한 유전자가 기능 잃어 이런 쓰레기 유전자가 되고 명암을 구분하는 시신경만 더욱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지상을 지배하는 포유류는 이 명암을 구분하는 시신경으로부터 다시 색깔을 구분하는 시신경이 분화되어 지금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포유류와 조류의 색깔을 구분하는 시신경 기원이 다릅니다.) 인간은 누구의 설계에 의해서 만들어진 생명체가 아닙니다. 선조 생명체의 설계도를 이리저리 복사하고 첨가해서 후손 생명체가 나왔다는 증거가 Noncoding DNA 남아 있는 거죠. 이것저것 어지럽게 DNA가 섞여있는데 우연히 균형을 이룬 생명체가 자연선택에 의해 다른 종으로 분화되어 결국 다양한 종의 생명체로 진화된 것입니다. 정리 안되어 어지럽게 물건이 놓여있는 복잡한 책상 위에서 역시 정리도 하지 않고 필요한 것들만 꺼내 중요한 일을 해낸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 다음 사람도 그 지저분한 책상에서 더욱 어지럽히면서 또 계속 일을 하면서 이어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들 Noncoding DNA 중 전에 쓰이던 유전자 같은 경우 종의 분화시점을 예측하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유전자의 돌연변이화 되는 정도는 시간에 따라 일정하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토대로 종간에 비슷한 유전자를 찾아내 시간을 역산하여 종의 분화시점까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유전자 감식
지난 번 글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미토콘드리아 와 인류의 여정
https://cdn.pgr21.com./?b=8&n=64967) 이런 유전자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적습니다. 불과 수만년 전 전세계 인구가 수천명으로 줄어들만큼 유전적 병목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전세계 모든 인종들은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합니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랑 비교해보면 이웃해 있는 각각 다른 산에 사는 침팬지의 유전자 다양성보다 전세계에 모든 인종의 다양성이 더 적다고 하네요. 인간은 각 개인별로 보통 염기 1000개당 1개정도가 다른데 비교적 고립되어 살았던 고릴라도 우리 인간보다 무려 2배정도 변이가 큽니다. 침팬지는 3배, 오랑우탕은 3.5배정도 큽니다. 이들 유인원들은 인간과 달리 유전자병목현상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우리의 눈으로 구분하기 힘들어 전부 같아 보이는 남극의 아델리펭귄도 우리의 2배수준이고 초파리는 무려 10배수준입니다.
그래서 친자확인이나 범죄인을 찾기 위해 쓰이는 유전자 감식은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풍부한 Noncoding DNA 부분을 이용합니다. 유전자감식에는 RFLP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이란 방법과 STR (Short Tandem Repeat) 방법이 쓰이는데 요즘은 STR법 주로 사용합니다.
RFLP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방법은 초기에 쓰인 방법으로 특정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고 자르는 제한효소를 시료에 넣어 DNA를 조각내는데 다양성이 큰 Noncoding DNA 때문에 사람마다 잘려진 길이가 다릅니다. 이를 비교해서 유전자 감식을 합니다. 패턴을 보는 거라 각 샘플간의 비교시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료가 상대적으로 많아야 하고 적혈구 (핵이 없음)가 많은 혈액이나 염기수가 적은 미토콘드리아 분석시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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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 (Short Tandem Repeat) 법은 아까 말씀드린 Noncoding DNA의 의미없이 반복되는 구간들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각 염색체마다 고유의 STR의 반복되는 횟수를 측정하면 각각의 염색체마다 STR의 반복된 횟수가 달라 개인 별로 고유한 숫자 패턴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염색체는 쌍을 이루므로 1번 염색체에 A라는 STR 반복형태를 보면 부모에게서 받은 염색체 하나당 하나의 숫자가 나오니 A라는 STR가 8번반복/9번반복식으로 두가지 숫자로 표현되며 2번염색체에서 B라는 STR반복형태가 10반복/12반복 이런식으로 계속 두가지 숫자로 표현됩니다. 염색체 몇 개만 해도 각 개인별로 고유의 숫자패턴이 나옵니다. 보통 13~16가지 STR를 가지고 유전자 감식을 하여 동일인인지 친자관계인지를 판단한다고 합니다. 이 STR의 반복되는 정도가 부모와 자식간에는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같고 세대가 지남에 따라 많이 달라질 정도로 적당히 변합니다. 그래서 친족관계가 가까울수록 이 패턴이 비슷하거나 같고 다른 사람일 경우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범인의 혈흔이나 정액같은 시료는 아주 양이 작아 유전자 증폭을 해야만 하는데 현재에는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이라는 방법으로 유전자양을 증폭하여 유전자 감식을 합니다. PCR 방법이 참 신기한데요. DNA는 뭉쳐있어서 복제하기 힘드므로 온도를 높여 풀어헤친 다음 DNA 중합효소를 넣어 그 양을 증폭시킵니다. 다만 우리가 사용하는 인간의 DNA 중합효소는 온도가 높아지면 쉽게 변성되어 기능을 잃어버려서 초창기 PCR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높은 온도에 사는 Thermophilus aquaticus라는 미생물이 있는데 그의 DNA 중합효소는 역시 높은 온도에서도 변성되지 않아 우리의 유전자감식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왔죠. 감사한 미생물입니다.
유전자 감식은 그 밖에도 대량 재난사고나 자연재해 희생자의 신원확인, 전사자 유해 확인, 친자검사 및 이산가족의 확인, 실종자 및 미아 확인, 고고학적 연구, 밀수나 밀렵과 관련한 동물 종식별, 집단 유전학적 연구를 통한 인류의 기원에 관한 연구 등 매우 방대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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