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군의 투구를 오마쥬한 로마군의 투구
영화 "300" 의 한 장면으로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군의 무장을 볼 수 있는데 코와 양쪽 뺨을 전부 가린 투구를 쓰고 전투에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코린토스식과 캘시던식 등이 있음) 우리가 많이 아는 고대 그리스 시대는 510~323 BC (Classical Greece) 로 이 때에 마라톤 전투, 살라미스 해전, 페르시아 전쟁, 페리클레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투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등 우리가 많이 아는 일들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이 당시 그리스군은 일반적으로 저와 같은 투구를 쓰고 수많은 전쟁을 치루었고 심지어 코린토스식 투구는 신전 제식에 쓰이기도 했습니다. 아주 많이 생산되었는지 의외로 유물로 출토 되는 것들도 많아서 20세기 초반에 실시된 올림픽에서는 일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이 고대에 쓰인 투구를 부상으로 주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유물로는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보물로 지정된 손기정옹의 투구.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의 부상으로 받은 것입니다.
역시 한국 사람들은 머리가 커서 투구가 다 들어가지 않네요. 서양인들은 머리가 작아서인지 다 들어가더라구요. 원래는 영화에서처럼 쏙 들어가야 합니다. 개인 별로 맞춤이라서 뭐 작은 크기의 머리를 가진 사람의 투구일 수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기 전까지 로마제국 (753 BC – AD 476) 은 강력한 "로마 군단"을 앞세워 세계 곳곳을 정복하였습니다. 로마 군단의 편제와 무기들은 수시로 변했는데 초기 로마 즉 로마 공화국 (509 BC ~107 BC) 시기에 독재관을 지내기도 했던 카밀루스 (Marcus Furius Camillus ,446~365 BC) 에 의해 로마군은 큰 개혁을 합니다. 우리가 많이 아는 3개 대형의 Manipular legion ( ~ 107 BC)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 개혁으로 당시 로마군은 하스타티 (Hastati) , 프린키페스 (Principes), 트리아리 (Triarii) 주력 중장보병 3개 대형과 경장보병인 벨리테스 (Velites) 나누어지고 찌르기 위주의 단검 글라디우스 (Gladius) 와 부러지기 쉬운 투창인 필룸 (Pillum) 으로 무장하고 포니에 전쟁 등을 치루었습니다. 그 유명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Publius Cornelius Scipio Africanus, 235 ~183 BC) 도 카밀루스에 의해 개혁되어 편제된 이래 거의 변화가 없던 로마 군단를 지휘하여 적과 싸웠습니다. 단지 좌우에 배치된 용병이나 속주병들로 이루어진 기병들이 좀 늘었죠.
뒤쪽에 방패를 들고 투창 (Pillum) 을 던질 준비를 하는 군인이 하스타티 (Hastati) 와 프린키페스 (Principes) 이고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고 투창 (Pillum) 을 던지는 군인이 경장보병인 벨리테스 (Velites) 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중심인 맨앞에 무릎 꿇고 방패와 긴 장창을 들고 있는게 트리아리 (Triarii) 입니다. 다른 병사들과 다른 트리아리의 투구를 주목해 주세요.
트리아리의 투구는 코린토스식 그리스 투구의 코와 뺨을 막아주던 부분은 그냥 데코레이션이 되어 장식 형태만 남아있고 실제로는 귀와 눈 부분이 개방되어 훨씬 시야가 좋아진 개선된 투구입니다. 코린토스식 투구에 대한 경외감의 표시로 머리 부분에 코린토스식 투구 형태의 모양이 그냥 데코레이션 형식으로 남아있을 뿐 이 부분은 기능적으로는 전혀 쓸모 없는 부분이죠. 즉 트리아리가 쓰고 있는 투구는 한층 멋을 낸 고대 그리스 투구의 오마쥬한 투구이자 실제로는 한층 개선된 투구입니다.
고대 그리스 코린토스식 투구 (Corinthian)
로마군 트리아리 (Triarii) 가 사용한 고대 그리스 코린토스식 투구를 오마쥬한 투구 (Italo-Corinthian)
이런 멋진 투구를 쓴 로마군 고참 중장보병인 트리아리는 멋쟁이들이에요. 트리아리는 당시 로마군의 최후미를 담당하고 마지막 결정타를 먹일 때 긴 창을 들고 적을 섬멸하거나 아군이 퇴각할 때는 최후미에 남아 긴 창으로 적을 견제하며 패주하는 아군을 보호하여 전멸을 막았습니다. 트리아리가 무너지면 결국 최종 패배가 되는 것이지요. 당시 로마군은 패배할 시에 적들이 트리아리에게 닿았다는 표현을 관용적으로 사용하며 전쟁의 패배를 서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트리아리는 최고참병들로 구성되었고 다른 부대와 달리 고대 그리스 팔랑크스에 전통을 이은 긴 창으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대 그리스의 전통을 자신들의 투구에 데코레이션으로 남긴 로마, 이탈리아의 패션 센스에 경의를 표합니다.
참고로 위에 나와 있는 로마군들은 모두 오른손잡이이고 칼은 오른쪽 허리에 달고 있습니다. 이건 정확한 고증입니다. 오른손잡이 로마군이 글라디우스를 왼쪽허리에 차고 있으면 고증오류입니다.
이건 정상
왼손잡이가 아닌 이상 잘못된 고증
칼 뺄 때 오른쪽 허리에서 오른손으로 빼야 하므로 불편해보이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달리 실은 이렇게 해야만 왼손이 잘 안베인다고 하네요. 왼쪽 허리에서 칼을 빼는 로마군은 다 가짜 로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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