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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2/05 02:40:44
Name 낙타샘
Subject [일반] 소속감이 필요하다면 우주로 잡으세요.
"소속감이 필요하다면 우주로 잡으세요! 현재로서는 가장 큰 단위니까!"
- 귀귀 -

삶에 큰 부침을 겪게 되면서 감정선이 쉽게 붕괴되는 경험을 몇번 겪다보면 삶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실패라는 현실 그자체와 그것이 저에게 작용하여 느끼는 감정 사이의 괴리감을 말이죠.

1. 영구적인 신체의 장애를 얻게된 상황에서는 '뭐 그럴수도 있지. 어쩔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극복하였고
2. 이와 달리 충분히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실패에서는 '죽어버리고 싶다. 내일이 안왔으면' 이라는 생각을.
3. 충분히 예상했지만 그래도 기대한것 만큼 미치지 못한 결과에서는 '화가 나고. 속이 뒤집어질 것 같은' 느낌을.

이렇게 나라는 존재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과 그런 일들이 다시 나에게 전달되어 표현되는 감정 사이에서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인과관계에 의문이 들더군요.

그래서 저 자신을 관찰해보았습니다.
내 뒤통수에 드론 카메라가 달려있다고 가정을 한 후, 여러 높이에서 내 자신을 관찰해 보는 겁니다.
개인-부부-가족-학교-지역-지지정당-국가-세계-우주 순으로 점점 뒤통수에서 멀어지는 드론을 통해서 말이죠.
그러면 개인 수준에서 느끼던 여러 감정들이 멀어질수록 의미가 없어지거나 옅어지게 됩니다. 혹은 뒤바뀔 수도 있겠더라구요.

내가 장애를 얻었다 한들 개인의 불편함에 그치는 것이지 가족 단위에서는 오히려 장애인 차량 구입이라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나의 실패는 국가 단계에서는 자본의 흐름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며
기대하지 못한 결과는 우주 단계에서는 무의미합니다.

개미 한마리의 다리가 부러진들 인간세계에 어떤 감정이 전달 될 수 있을지.

이처럼 내 소속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사건과 인과관계로 엮인 내 감정도 충분히 조절이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그놈의 드론은 항상 내 뇌를 지배하려 들고 나와 가까워 지려고만 하니까요.
의도적인 객관화를 부던히 노력해야 가족 이상의 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드론 날리기에 익숙해지면 사실 부작용도 만만찮은 듯 합니다.
지지정당의 높이에서는 피를 끓는듯한 사건들도 국가수준의 높이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당장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날릴듯한 불안감에서도 세계 단위 높이에서 바라보면 전세계 경제가 좋아지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다가 드론을 우주까지 날려버리면, 개미만도 못한 것이 초단위에도 기록이 안되는 하찮은 일들로 싸운다고 여겨집니다.
모든 일에 심드렁해지는 부작용이 있더군요.

어쨌든,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한 끔찍한 감정은 드론을 멀리 날려봄으로써 인과관계를 끊을 수 있습니다.
내 삶에 위기감이 들 때도 우주여행 한번 하고 오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여러분의 감정은 어디에 속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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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갓
18/02/05 03:11
수정 아이콘
분명히 우주적으로 본다면 우리가 하는 어떤 일도 엔트로피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을 거고, 우리가 지낼 시간도 찰나에 불과하겠지요. 삶의 어려움들을 극복하시는데 이런 생각이 도움이 되신다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너무 지나치게 스스로를 객체화하시거나 허무주의에 빠지시지 않게 가끔은 드론에서 벗어나 자신의 눈으로 돌아와주세요.
낙타샘
18/02/05 09:52
수정 아이콘
감정선이 무너질때만 의도적으로 멀리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먹고싸는 즐거움은 오히려 구강과 항문에 근접해서 관찰해야죠!!
18/02/05 03:14
수정 아이콘
도움 되는 글입니다. 프레임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보이죠.
영원한초보
18/02/05 03:37
수정 아이콘
드론을 높은 위치에 두는 좋은 방법은 수도사가 되는 겁니다.
드론을 날리는 건 좋은데 소속감은 그런식으로 바꿀 수 있는게 아니죠.
가장 작은 가족이라는 단위만 놓고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정치에 한정한다면 정당보다는 국가에 두는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스모폴리탄 이야기를 하지만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그리고 한국 문제는 일단 해결해야죠.
드론을 잘못날려서 아베나 트럼프 위치로 가면 안되요.
사회적 위치 확인 측면에서는 말씀하신대로 드론을 높이 날릴 수록 좋을 겁니다.
하지만 감정의 문제에서 저는 내면을 파고들어 나의 욕망이 뭔지를 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8/02/05 03:38
수정 아이콘
초딩때 치과에서 고통에 부들거리다 신경을 치아에서 온몸으로 돌리면 덜아프다는걸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치과가 덜 무서워져서 달다구리를 더 쳐묵쳐묵-또 치과행! 크크..
엔돌핀과 몰핀이 구분되듯, 진짜 어쩔수 없을때만 아껴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낙타샘
18/02/05 09:56
수정 아이콘
하하하 그런식으로도 사용할수 있겠네요.
세츠나
18/02/05 04:01
수정 아이콘
소속감은 필요할 때 한 두 단계 정도만 올려보는게 적당한 듯. 너무 거시적인 시야를 가져도 곤란할 때가 많아서...혹은 같은 레벨의 다른 집단으로 바꿔보거나요. 두가지를 다 해보고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고요. 지역감정이나 젠더 문제 같은걸 생각할 때 유용합니다.
18/02/05 04:58
수정 아이콘
그리고 다시 현실에 돌아오면 엉망진창
꿀꿀맨
18/02/05 07:59
수정 아이콘
유용한 방법이기는 합니다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더라도 그 다른 생각을 적용시키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그것이 곧 지금 맞닥뜨린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면 무기력해지기도 하더군요.
MicroStation
18/02/05 09:01
수정 아이콘
글의 마무리처럼 한번 날리고 오는게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종종 써먹는 정신승리(?) 비법중 하나네요. 그래도 날렸다 회수하는 타이밍을 잘 잡는것도 중요합니다. 크크
처음과마지막
18/02/05 09: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죽음후에 그 다음 세상이 가장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천국이나 지옥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요
모든 인간은 결국 죽음을 피할수 없으니가요

콘스탄틴에 키아누 리브스처럼 제 사후에 안전에 관심이 많거든요

사실 내가 없다면 이세상도 우주도 나한테는 없는거나 마찬가지죠 우리 각자 개인 하나하나들이 소우주 아닐가요?
아마존장인
18/02/05 09:21
수정 아이콘
작은 일에 스트레스 받고 아파하며 살긴 싫지만,
그 작은 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 내 삶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요.

꺼내써야 할 때만 꺼낼 수 있다면 좋은 작전이네요.
18/02/05 09:52
수정 아이콘
격한 감정에 휩싸였을 때 머리를 식히는 수단으로는 괜찮겠네요. 하지만 너무 남용했다가는 위쪽 분들 말씀대로 허무주의에 빠져 괴로워질 듯합니다. 예전에 천문학자들이 이것 때문에 자살을 많이 한다는 썰을 들었는데 사실관계는 모르겠지만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 글을 읽는 천문학자 및 천문학도 분들에게: 혹시 기분 나쁘시다면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낙타샘
18/02/05 11:23
수정 아이콘
오 왠지 사실일거 같습니다. 어느순간 삶이 하찮게 느껴질때가 가끔 있는데 천문학자들은 더 심할거 같아요
이비군
18/02/05 12:02
수정 아이콘
저는 거짓으로 알고있네요.
제대로된 통계나 자료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주의 광활함을 느끼며 현실의 고민을 날려보내는 칼세이건 같은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요
사악군
18/02/05 10: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단계에 맞는 소속감을 가지고 있지요. 범위가 넓어질수록 감정은 희박해지지만 일단 감정이라는게 있기는 한 범위라면 '눈에 보이는' 생명체 정도가 끝입니다.

중요한 범위라면 가족이 끝이고요. 가족 이후로는 넘사벽 뒤에 가까운 친구, 그 뒤로는 또 넘사벽 뒤에 넓어진 범위가 있겠네요.
겨울삼각형
18/02/05 11:37
수정 아이콘
주말에 스텔라리스를 켜고
하나의 우주를 위해 달렸습니다.

2일동안 하던게 PC메모리부족으로 역설신강림하며 종료.
18/02/05 13:56
수정 아이콘
이걸 남용하면 흔히 말하는 정신승리가 된다는 것만 명심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8/02/05 14:05
수정 아이콘
늘 우주의 크기를생각하며 인간이란 우주란존재의 세포보다 못한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역설로 이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내가 걸어갈때 내가 안보이는곳은 텅 비어있고 트루먼쇼같이 이세상은 존재한다고...
세상을보고올게
18/02/05 17:28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부터 지구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소속감이요.
우주나 은하 태양계만 해도 너무 커서 감이 안잡힙니다. 지구는 여기저기 다녀보기라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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