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다. 겸사겸사 가구들(...라고 해봤자 컴퓨터와 침대 옷장 냉장고 4개가 전부지만 어쨌든) 위치도 바꿨다. 이사에 준하는 노동을 했으니 중국요리를 먹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실 이게 목적이었고 청소는 그냥 한 것이기는 하다)
단골 중국집에 어플로 주문을 넣었다. 한국인은 밥심이니까 볶음밥과 매운 것을 잘 못 먹으니 짬뽕보다는 짜장, 그리고 어디가서 중국요리 먹었다고 하려면 탕수육이 있어야 하니 3개 세트로 20,000원짜리를 주문했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샤워하고 수건으로 몸 닦고 있는데 벌써 음식이 도착했다. 팬티도 못 입고 TMI... 굴러다니는 츄리닝 줏어입고 결제를 했다. 잠시 물기 좀 말리고 진정하는 시간을 갖은 다음 허기진 배를 채우려 음식을 세팅했다.
랩핑된 음식을 뜯다보니 길쭉한 접시가 없다. 럭비공을 평면에 투사한 듯한 모양의 볶음밥 담는 접시 말이다. 대신에 시뻘건 짬뽕이 왔다. 진리의 A세트 짜장+짬뽕+탕수육이 온 것이다. 짜장 대신에 짬뽕이 왔으면 짬뽕을 국물 대신 먹으면 되니까 참을 수 있었다. 물론 볶음밥 시키면 국물도 오니까 극심한 손해지만, 해물 건져먹는셈 치면 되기는 한다. 하지만 나는 볶음밥이 먹고 싶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오늘 좀 피곤하기도 했고, 얼마나 바빴으면 헷갈렸을까 싶어서 그냥 먹기로 했다. 단골이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지. 짬뽕의 국물을 한 번 마시고 짜장을 비비려고 하는데 젓가락이 없다. 배달원이 젓가락도 빼먹었나보다. 그럴 수 있다. 가정집이니까 수저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실수였다고 해도 우리집에 젓가락 많다. 젓가락 같이 쓸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짜장면을 다 비비고 한 입 욱여넣는다. JMT이다. 볶음밥과 젓가락이 없다는 것 따위 이미 잊어버렸다. 이제 이 행복감을 증폭시켜줄 강화제가 필요하다. 확률 100%짜리 에픽 강화제 [단무지]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하... 이거까지 참으면 호구다. 전화를 하려고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키고 잠금을 해제하고 전화 어플에 들어갔는데, 순간 스쳐지나간 알림이 눈에 걸린다. XX카드 OOOOO 19,000원. 응? 19,000원이라고?? 2만원이 아니고???
혹시나 해서 배달어플에 들어가 확인을 했다. 주문내역을 보니 짜장 + 짬뽕 + 탕수육 세트가 떡하니 표시된다. 손꾸락 문제인지 눈깔이 문제인지 뭔지 어쨌든 내가 주문을 실수했던거다. 민망함에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확 사그러들었고, 단무지 대신 집에 있는 김치를 꺼내서 짜장면을 먹었다. 의외로 김치도 짜장면이랑 잘 어울린다. 여태껏 짜장면은 무조건 단무지라는 편협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나보다
밥을 다 먹고 그릇을 내 놓고 위해서 현관으로 갔다. 그리고 슬리퍼를 신는 순간 신발장(허리까지 오는 작은거) 위에 단무지와 젓가락이 보였다. 아.... 아까 급하게 결제하느라 배달원분께 건내받은 단무지를 신발장 위에 올려놓았던게 이제야 생각이 났다.
짜장면은 [J]ON [M]AT [T]ANG 이었고 나는 [J]OLLA [M]UNGCHUNG [T]TORAI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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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중국집에서 볶음밥 말고 유산슬밥 먹는 사치를 부리고 있습니다.
제가 가는 중국집에서는 볶음밥이 7천원, 유산슬밥이 만2천원인데 가끔 5천원 추가로 내고 먹으면 참 맛있더라구요.
요리 유산슬은 3만원이 넘어가 못 시켜먹지만 - 그 돈이면 탕수육을 시켜야... - 유산슬밥을 먹으면 유산슬도 먹을 수 있어 햄볶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