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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12 14:02:53
Name 아루에
Subject [일반] 샤덴프로이데 (수정됨)
정치학, 국제정치학, 경제학, 국제경제학, 국내경제학, 심리학, 뇌과학, 정치철학 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깊게 배운 것 없는 채로 이리 저리 얕게 주워 들은 것만으로 쓰는 글인지라 헛소리도 있을 수 있고, 뻔한 소리도 있을 수 있으니, 혹시 읽으시다가, 이미 이야기되고 있는 가설이다, 혹은 학계의 합의된 정설은 그게 아니라 이건데 싶은 부분이 있으면 가차 없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영미권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뚝 떨어졌지만, 제작년만 해도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에 상당히 관심이 있었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 사태의 추이보다도 이 두 역사적 변화의 배후의 동력이 되는 '정서'였습니다. 그래서 그 정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 그 전에 먼저 경제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행동에 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점이 경제학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합리성을 가정하고, 합리적인 개인들이 판단하여, 시장 전체에 어떤 결과가 날 지 모델을 만드는 일은 중요한 작업입니다만, 언제나 어느 정도는 틀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성을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거든요. 개인이 합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개인의 총 합조차도 합리적이지 않으니까요.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한 심리학의 연구를 적극 고려하는 "행동 경제학"이 각광을 받은 것도 그래 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행동경제학이 경제학의 주류가 되었는지, 아닌지,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는 지, 저야 뭐 잘 모릅니다.

제가 배운 경제학은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배운 경제 지식이 속류화 되고 왜곡된 정도가 다입니다. 기억나는 건 리카도 밖에 없습니다.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을 제시하면서 자유무역은 언제나 모든 국가에게 이롭다고 이야기했었지요. 절대적으로는 모든 차원에서 열위에 있는 나라라 하더라도 어느 한 상품에 대해서는 비교우위에 있게 되고, 그러면 결국 분업과 교환이 전체의 편익을 높이며, 그래서 자유무역이 이롭다는 아이디어였다고 기억합니다. 선진국은 렉서스만 만들면 되고, 후진국은 올리브만 재배해 교환하면 되지 않느냐는 아이디어였지요.

저는 리카도주의를 반박하거나 옹호하거나 할 경제학적 역량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유무역을 채택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딱 제가 아는 정도의 속류화된 리카도주의에 지탱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주 사회에서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시민들이 리카도주의를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서 정책의 향방이 바뀌기도 하지요. 아무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가 리카도주의를 입증하는 새로운 모델과 방법론을 개발해 진리를 길어냈다 한들, 인구의 과반수가 속류화된 리카도주의를 포기하고 속류화된 보호무역주의로 갈아타면, 트럼프가 당선되고, 영국은 EU를 탈퇴하는 것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답답하겠지요. "아니 저 바보들 자유무역이 공영이고 보호무역은 공멸인데 대체 왜 공멸의 길로들 알아서 걸어가지?" 그리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결론을 내리지요. "포퓰리즘." "대중이 무식해서." 그런데 대중이 무식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게 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정서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 제가 아는 정말 몇 안 되는 독일어입니다. 남의 불행에서 행복을 느끼는 마음. 남의 불행을 느낄 때 두뇌의 행복회로가 가동된다고 하더군요. 남이 몰락하는 것을 보면 자신이 보상을 받을 때와 같은 두뇌 회로가 활성화된다고 하더군요. 저는 뇌 과학을 평가할 역량도 전혀 없고, MRI는 커녕 Xray도 구경밖에 못 해본 문외한인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 샤덴프로이데가 현존함을, 그리고 강력한 삶과 역사의 동력임을 믿습니다. 매일 스스로의 내면을 관찰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며, 오프라인에 드러나는 표정의 미묘한 긴장들과 온라인에서 배설되는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악플들을 관찰하며, 이 샤덴프로이데가 얼마나 강력한 정서인지를 매번 재확인합니다.

리카도주의가 아무리 100% 타당한 모델로 밝혀진들 이 샤덴프로이데 앞에서 무너집니다.

지난 삼 백 년 동안 자유무역론자들은 이렇게 말해온 것 같습니다.

자 미국과 그리스가 있다고 치자.
미국과 그리스가 무역을 안 하면 (미국 0, 그리스 0)의 이익이 있다.
미국과 그리스가 무역을 하기만 하면 (미국 500, 그리스 100)의 이익이 있다.
물론 미국의 이익이 더 크지. 하지만 그리스도 100의 이익을 얻는다. 전체 이익의 총량은 600이 된다.
(물론 이러한 수치 자체를 어떤 보호무역론자들은 틀렸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일단 리카도의 후예인 자유무역론자의 말이 맞다고 가정합시다.)

당연히 무역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무역을 하는 것이 이로울 뿐 아니라, 심지어 정의롭지 않겠는가?

공리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무역을 하기만 하면 전체 이익의 총량이 0에서 600으로 늘어난다.

심지어 롤즈가 제시한 정의의 원칙의 견지에서 보아도, 자유무역을 안 할 때, 최소수혜자 그리스의 이익은 0이지만, 자유무역을 하면 최소수혜자 그리스의 몫도 100이 된다. 최소수혜자의 최대원칙으로 보아도 자유무역을 함이 정의롭지 않은가?

그런데 바로 그 그리스가 이렇게 말한다는 겁니다.
"야 좃까. 너 500 받게 하느니 그냥 나도 100 안 받을래."
"내가 100을 못 얻어도, 너가 500을 잃는게 난 더 신나는 걸?"

그리고 아마 자유무역론자들이 보기에는 바로 이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국이 EU에 남으면 런던 500, 비런던 100 - 공영
영국이 EU를 떠나면 런던 0, 비런던 0 - 공멸

그런데 영국은 브렉시트를 택합니다.

미국이 자유무역을 견지하면 월스트리트/할리우드 500, 미국 100 - 공영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전환하면 월스트리트/할리우드 0, 미국 0 - 공멸

도대체 왜 공영을 버리고 공멸로 치닫느냐는 것입니다. 숫자가 보여주는데요.
물론 보호무역론자들은 저러한 수치를 만든 모델 자체가 틀렸다, 계산 자체가 틀렸다고 하겠지만,
제 생각에 트럼피즘을 만든 미국인들과 브렉시트를 만든 영국인들과 올리브 팔기를 거부한 그리스인들에게는 단순히 '수치에 대한 해석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나쁘게 말하면 심술이 문제입니다. 고상하게 말하면 샤덴프로이데가 문제입니다.
마음이 문제입니다.
샤덴프로이데가 먼저 활성화되고, 보호무역론자가 제시하는 대안적인 통계와 대안적인 수치와 대안적인 계산법과 모형들과 이론들은 나중에 사후적으로 합리화의 근거로 따라 들어옵니다.
샤덴프로이데가 먼저입니다.
런던만 칵테일 파티 하는 꼴을 못 보겠다는 샤덴프로이데, 월스트리트와 할리웃만 승승장구하는 꼴을 못 봐주겠다는 샤덴프로이데입니다.

내가 100을 못 얻는데도 너가 500을 잃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겁니다.
내가 100을 잃어서라도 너가 500을 잃고 세계가 불타는 걸 보고 싶다는 겁니다.

이러한 샤덴프로이데는 정말로 그저 괜한 심술에 불과할까요?
저는 샤덴프로이데의 존재에조차도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남의 불행에서 행복을 느끼게 된 것은 사실 진화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불행에서 행복을 느끼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들이 자원을 획득하고, 승리하고, 생존과 번식에 성공해 왔습니다.
언급했듯이 샤덴프로이데가 인간존재와 삶과 역사의 동력입니다.
샤덴프로이데는 사실 그 주체로서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마음의 태도입니다.

첫번째 이유는 제로썸 세계관입니다. 제로썸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주체에게 샤덴프로이데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마음 상태입니다.

리카도의 후예인 자유무역론자들이 제시한 저 옵션들을 다시 보겠습니다.

자유무역을 하면 미국 500, 그리스 100 - 공존
자유무역을 안 하면 미국 0, 그리스 0 - 공멸

영국이 EU에 남으면 런던 500, 비런던 100 - 공영
영국이 EU를 떠나면 런던 0, 비런던 0 - 공멸

미국이 자유무역을 견지하면 월스트리트/할리우드 500, 미국 100 - 공영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전환하면 월스트리트/할리우드 0, 미국 0 - 공멸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될 지를 도대체 어떻게 믿느냐는 것입니다.
자유무역론자들이 제시하는 저 옵션 자체가 사기이고 기망일 수 있으니까요.

정말로 미국이 500, 런던이 500, 월스트리트가 500을 가져 가면
나에게도 100이 돌아올까요?
혹시 내가 부담해야 하는 숨겨진 비용 -500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게 없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세상에는 제로썸 세계관과 윈윈 세계관이 있습니다.

내가 얻으려면 너가 잃어야 한다, 너가 얻으려면 내가 잃어야 한다, 누군가가 하나를 얻으면 다른 누군가가 하나를 잃고 있다, 내가 승자려면 너가 패자여야 한다,
제로썸 세계관입니다.
너도 나도 하나씩 얻을 수 있다, 아무도 잃는 것 없이 모두가 얻기만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승리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승자일 수 있다,
윈윈 세계관입니다.

저는 자원의 희소한 혹독한 환경에서는 제로썸 세계관이 더 설명력이 있고, 자원의 풍부한 풍요로운 환경에서는 윈윈 세계관이 더 설명력이 있다고 봅니다.
공업 혁명 이후로 인류가 전례없는 부와 폭발적인 자원의 증가를 누리게 되면서 윈윈 세계관도 점점 설명력을 얻고 설득력을 얻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6500만 년 동안 희소한 자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 왔습니다.
후쿠야마 말대로 맬서스의 인구론은 시기를 잘못 타고 출판되어 공업혁명 이후의 독자들에게 바가지로 욕을 먹었을 뿐이지
사실 전 산업사회의 사회 작동의 메커니즘을 꽤나 잘 설명했다고도 합니다.
6500만 년 동안 인류는 제로썸 세계관으로 살아왔고, 제로썸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제로썸 세계관에 입각해서 다시 저 자유무역론자들의 옵션을 보겠습니다.
사기죠.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렉서스 파는 미국이 500을 남기는데,  런던이 500을 남기는데, 월스트리트가 500을 남기는데,
분명 누군가가 500을 잃고 있을 겁니다. 자칫하면 그게 나일 수도 있구요. 그런데 나도 100을 얻는다구요?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샤덴프로이데의 주체 자체가 이러한 추론을 정교하게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샤덴프로이데는 '감정'으로 폭발됩니다. 그러나 감정은 그 배후에 나름의 합리성이 있는, 합리적인 추론의 축약입니다. 축약된 추론이자, 생각의 지름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협상력입니다.

사실 자유무역론이 옳을 수 있고, 보호무역론자조차도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압니다. 올리브를 안 파는 거보다 파는 게 유리하다는 걸요.
영국도 압니다. 브렉시트를 하면 공멸이라는 걸요.
트럼프 지지자들도 압니다. 아무리 미국이 먼저라고 외쳐도 이미 중국과 한 몸이라는 걸요.
하지만 출혈은 누구에게 더 큽니까?
자유무역론을 외치는 자들에게 더 큽니다.

자유무역을 못하면 그리스가 100을 잃는 동안 미국은 500을 잃습니다.
브렉시트를 해버리면 비-런던이 100을 잃는 동안 런던은 500을 잃습니다.
트럼프를 뽑아버리면 레드넥들이 100을 잃는 동안 월스트리트와 할리우드는 500을 잃습니다.

다급한 건 저쪽입니다.
그러면 결국 저쪽에서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할 겁니다.
우리가 얻게 되는 500의 이익을 할애해 주겠다, 100을 주겠다, 200을 주겠다.
상대방은 최대한 200까지는 포기할 것입니다.
(200을 포기하면, 결과적으로 둘 다 300을 똑같이 얻어갑니다.)


자유무역을 안 하면
미국 / 런던 / 월스트리트, 할리우드 0
그리스 / 비런던 / 레드넥 0

자유무역을 하면
미국 / 런던 / 월스트리트, 할리우드 500
그리스 / 비런던 / 레드넥 100

반대 끝에 자유무역을 하면
미국 / 런던 / 월스트리트, 할리우드 500 - 200 = 300    
그리스 / 비런던 / 레드넥 100 + 200 = 300

샤덴프로이데를 접으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지요.
샤덴프로이데를 고집하면 내가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옵션이라 하더라도 일단 비토하고 볼 일입니다. 일단 판을 깨고 볼 일입니다. 그게 자기에게 더 유리할 수 있으니까요.
바로 이런 이유에서 샤덴프로이데는 합리적입니다.
샤덴프로이데의 주체들이 정확히 이러한 방식의 의식적인 추론을 거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위의 추론이 모두 잘못된 추론, 틀린 추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추론이 맞고 틀리고 따위는 상관없습니다.
샤덴프로이데는 감정입니다.
위에 언급한 이유 - 제로썸 세계관을 전제로 할 때 자기방어, 판을 흔들어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협상력 - 때문에 인류가 샤덴프로이데를 느끼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진화가 거듭되면서, 진화의 부산물인 감정이 애초의 진화의 이유보다 더 강력하게 되었습니다.  
남이 얻을 수 있는 500을 못 얻게 망쳐 놓았을 때 느껴지는 행복 그 자체
남이 내가 얻지 못하는 500을 얻게 되었을 때의 불행 그 자체
그러한 감정 자체가 강력한 동력이 되어, 반대 논증을 이기고, 심지어 근거가 되는 논증을 만들어내기에 이릅니다.

샤덴프로이데를 경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긍정하기도 합니다. 내면의 샤덴프로이데를 억누르고 숨기고 달래고 극복하려고도 하지만, 그렇다고 샤덴프로이데를 순수악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샤덴프로이데는 긍정할 수 만도 부정할 수 만도 없는 현실입니다.

샤덴프로이데는 평등을 만들어 낸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인류 사회를 좀 더 평등한 사회로 만들어 온 근대의 혁명과 개혁들의 배후에는 샤덴프로이데가 없었다 할 수 없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후예들은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이기심이 공공의 선을 낳는다고 믿어 왔지요. 어쩌면 샤덴프로이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비합리적인 원한감정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샤덴프로이데도 결국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개인의 이기심에 공익의 싹을 발견하는 관대함이라면, 샤덴프로이데도 관대하게 바라 볼 일입니다. 어차피 관대하게 바라보건, 경멸하며 바라보건, 바라보건, 바라보지 않건, 샤덴프로이데는 세계사를 움직여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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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2 14: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글에 수정이 필요해 보여요.
아루에
19/05/12 14:50
수정 아이콘
반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종화
19/05/12 15:16
수정 아이콘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전환하면 월스트리트/할리우드 500, 미국 100 - 공영
미국이 자유무역을 견지하면 월스트리트/할리우드 0, 미국 0 - 공멸

윗부분에서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순서가 바뀐거 아닌가요? 제가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건가?

내용은 매우 흥미롭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네요.
아루에
19/05/12 15:45
수정 아이콘
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순서가 바뀐 것이 맞습니다. 뭔가 계속 체계적으로 오류를 내네요. 죄송합니다. 호평에 감사합니다.
잠이온다
19/05/12 15:57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것은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닌가 생각을 해요. 중세시대의 천재인 다빈치는 다방면에서 업적을 남겼지만 현대에서 여러분야에 동시에 천재인 사람은 적죠.

점점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고도의 정보처리 능력이 필요한데 그러긴 어려워요. 이는 민주주의에 치명적으로 작용해요. 즉 모두가 행복한 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여론에 휩쓸리거나, 무작위 선택을 하게될 수 있죠. 당사자가 아니면 선택의 파급력을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투표1표의 영향력은 적은편이라 신경 안쓰는게 합리적 무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자유무역이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지도 생각을 해봐야하는게 올리브 파는 농업같이 단순한 일일수록 부가가치가 낮고 대체가 쉬우니 선진국을 따라잡기 어려워지고, 선진국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위험도 있다고 봐요. 경제학의 대표적 이론인 수렴가설(후발주자가 기술 등을 따라잡기 쉬운편이니 국가 소득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요.
아루에
19/05/12 16:03
수정 아이콘
예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언제나 세상은 개개인이 이해하기에 복잡했지만, 그 복잡성의 정도가 날로 심화되고, 괴리도 커지고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제가 글에서 암시하고 싶었던 것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이 사실 '감정'으로 설명되고, 그 '감정'이 나름대로의 '합리성'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적어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저 개인 역시 자유무역의 장점을 믿지 않는 입장입니다. 글에서도 그것을 드러내려 했습니다만, 제가 자유무역에도 보호무역에도 문외한이라 중심 주제로 삼으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리아
19/05/12 17:21
수정 아이콘
지하철에 붙어있던 샤덴프로이데가 생각나는군요
사악군
19/05/12 17:29
수정 아이콘
우파감성과 좌파감성
소독용 에탄올
19/05/12 19:28
수정 아이콘
남이 500 손해보는것을 보면서 내가 늘어나는 행복>내가 100 손해보면서 줄어드는 행복이라면 공리주의상으로도 500/100 제안을 거부하는게 더 나은 일이 되긴 하죠.....
-안군-
19/05/12 19:53
수정 아이콘
우리말에도 "쌤통",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가 있죠. 인류 공통적인 감정이고요.
주식시장만 봐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100에 사서 120에 팔면 20 이익이지만, 그게 150까지 올라가버리면 잠이 안오죠. 사실 그 30은 어차피 내 돈이 아니란걸 알지만 억울한거죠.
19/05/12 21:36
수정 아이콘
사람들은 고만고만합니다. 나와 비슷하게 똑똑하고 비슷하게 착합니다. 그리고 숫자는 불리한걸 감추기 쉽습니다.
조금 생각을 해보면 비 런던지역 +100은 3~4명이 해고되고 다른 수십명 수입이 줄었지만 서너명 수입이 그보다 더 늘어서 +100일껍니다. 아마 그 바뀌는 과정에 많은사람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포함시키지도 않구요. 그 지역의 사람들은 내 친구가 해고/수입이 줄어든걸 슬퍼하는 좋은사람일 껍니다.
아마도 그리스/비런던/레드넥 지역 모두 다 비슷할 껍니다.
어쩌면 월스트리트/헐리우드 사람들이 피해받은 지역사람에게 노오력 드립에 사람들을 남돈버는걸 배아파 하는 쓰레기들로 몰아가는거고, 트럼프는 레드넥같이 힘든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좋은사람일지도 모릅니다.
metaljet
19/05/12 23:40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경제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순전히 무에서 창출한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그 과정에서 지구온난화 라던가 환경 파괴 같은 보이지 않는 댓가가 분명히 따름을 알게 되었죠.
사람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면 지구는 그만큼 망가지는 건데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멈추는게 제일 이익인 그룹이 분명히 있죠.
19/05/13 09:43
수정 아이콘
뭐 내가 100 이득보는 거보다 남 400 손해보게 하는게 내게 더 큰 이득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루트에리노
19/05/13 11:32
수정 아이콘
현재의 보호무역주의는 실제 단기적으로 보호무역이 자신들에게 이익인 경우라고 생각이 드네요.
밴가드
19/05/13 15:34
수정 아이콘
실제로 그렇질 않은 상황입니다. 도이치뱅크에서 최근에 내놓은 연구를 보니 트럼프의 대중 무역관세로 피해를 더 크게 보게 될 주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곳들이라고 그러더군요. 특히나 GDP에 있어서 타격을 집중적으로 많이 받게 되는 Top5주들을 보면 1위가 루이지애나 (-3%), 2위 알라스카(-2.5%), 3위 사우스 캐롤라이나(-1.7%), 4위 알라배마 (-1.5%) 5위 워싱턴(-1.4%)으로써 최상위 4주들이 모두 트럼프 지지주들입니다. 상위 10개 주들을 보면 워싱턴,오리건을 빼고 나머지 8개들은 트럼프 지지한주들이고요. 산업별로 봐도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곳들이 농업,석유/화학으로 트럼프 기반에 가깝다고 봐야 하겠고요.
루트에리노
19/05/13 15:39
수정 아이콘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훈풍 기사를 너무 많이 봐서 지지율 얘기로는 딱히 와닿지는 않는 느낌인데요, 실제 그 지역의 실업률 등에 대한 자료가 있을까요? 저는 찾기가 어렵네요.
밴가드
19/05/13 16: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위에 제가 언급하는 수치들은 트럼프 지지율에 대한게 아니라 각 주 GDP가 최근 트럼프의 대중 관세부과로 받게 되는 손해 비율입니다. 이와 관련된 그래프,도표 주소들:
https://www.cnbc.com/2019/05/09/these-charts-show-trumps-trade-war-could-hit-his-base-of-voters-most.html https://www.axios.com/trump-china-trade-war-states-industries-most-affected-20b6008d-16c6-410e-974d-a31400f1d2aa.html

현재 미국 각 주들의 실업율을 보고 싶으시다면:
https://www.bls.gov/web/laus/laumstrk.htm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훈풍 기사는 어느 정도 감안을 하시고 봐야 되는게 현 경제상황이 양호한 건 맞습니다만 그게 아니라 2019년 1분기 GDP 성장률 3.2% 수치에 기인하여 지금 미 경제가 호황이라는 판단은 어느 정도는 회의적으로 봐야 합니다. 왜냐면 저 수치는 반짝 요소들에 가까운 무역 흑자,재고확충,정부지출에 의존이 컸었고 (무역,재고의 변동은 단기적으로 끌어 당기기 성향이 강합니다) 근본적으로 미국 경제의 견인 역활을 하는 소비,투자는 되리어 감소했습니다. 소비,투자 감소가 올해초 연방정부 셧다운에 기인한 것이면 반등할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경제학자들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5%-2%정도로 추측하고 있고 1분기 성장률의 세부수치들도 그에 부합한다고 하더군요. 어느정도 양호한 경제성장률이지만 3%와는 차이가 꽤 있죠.
루트에리노
19/05/13 18:15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초짜장
19/05/13 11:40
수정 아이콘
400의 격차가 미래시점에선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하고 이후 공정한 무역에서 그리스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겠죠.
19/05/13 12:11
수정 아이콘
아주 재미있는 글이네요! 샤덴프로이데와 사람은 땔수 없다는 것이요.
사람은 분명 눈 앞의 이득이 있을 때도, 일단 '아니' 라고 말해보지요. 주로 영 믿음직스러운 거래가 아니거나,
자신에게 손해가 쉽게 올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거래에서는 일단 '아니'시에이팅부터 던집니다.

제 닉네임과도 매우 연관이 있는 글을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Farce (소극; 웃기기 위한 연극; 말도 안되는 헛짓거리)라는 닉네임은,
마크 트웨인의 후기작품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 (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에서 따왔습니다.
"Well, there are times when one would like to hang the whole human race and finish the farce."
"사람이라면 자고로 인류를 전부 목매달아 버리고 이 '헛짓거리'를 끝내고 싶은 때가 생기는 법이지."
이 대사(?)가 등장하는, 31장 '마르코(Marco)'에서부터, 근대 미국에서 중세 아서왕시대로 요즘 표현으로 '전이(?)'한 주인공이
중세인들의 '경제관념' 부족에 대해서 열불을 올리면서 한참 일갈하는 부분이 시작되거든요. 크크...

아루에님이 말씀하신 제로섬의 샤덴프로이데와는 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은 내용입니다 재미있게도요.

남북전쟁 이후에 쓰여진 소설이라, 남북전쟁의 발발을 끌여들이면서,
남부의 보호무역주의자들이 고관세정책을 두둔하던 것을 비판합니다,
수입품이 비싸져서 자동으로 물가가 올라서 자기 품삯이 올라가니,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요.
덕분에 북부의 자유무역주의자들의 관세폐지를 통해서 물가를 낮게 잡자는 말에,
남부 농부들은 자신들의 품삯을 낮추자는 '폭력적인 발상'으로 들려서 전쟁이 일어났다고요.
"아니. 북부사람은 3달러를 하루에 벌어서 3달러짜리 옷을 사는데,
남부는 50 (남부맹방)달러를 벌어서 75달러짜리 옷을 이틀에 사잖아.
액수가 경제의 전부가 아니야. 중요한건 구매력이지!"라면서 미국인 주인공이 중세인들을 마구 욕합니다.
귀족과 왕이 자기 밑의 농노를 조이려고 외부의 물건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중세의 경제를 충성바쳐 지키는 농노나,
노예제를 유지하는 의미밖에 없는 목화 수출에 특화된 남부 경제를 충성바쳐 지킨 남부 농부들이나,
다 똑같은 무식쟁이라고 열을 내더니 결국은,
'그래. 이미 배운 상식이 그거니까. 내가 입 아프게 무슨 말을 하냐. 다 죽이고 다시 시작해야지.'라고 미국인이 말하지요.

근대 미국의 과학/합리주의는 '열등논리'와 '우성논리'의 이분법이 가득하던 시기였지요.
20세기의 피바람을 타고나서 사람들이 '너는 열등하니 죽어야되'라는 말을 삼기고 좀 조심하나 싶더니,
이제 21세기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전쟁에서 피본 사람들이 다 역사의 영역으로 돌아갔으니 어련할 법도 하지요.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는 19세기 소설이었고, '이세계 전이물'의 결말은 기관총을 만들어서 참호전을 벌이고,
모든 기사들을 죽여버리는 천재 미국인의 공화혁명입니다. 최대 아웃풋을 원하는 매트릭스 빳데리 창고를 운영하는,
알파고님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그래서, 트럼프주의와, 브렉시트는 알파고식 최적화에 대한 일종의 '로컬' 반란이지요.
알파고가 나에게 해준 적이 뭐가 있냐? 전 우주의 엔트로피가 최적화가 된다고 해서 나에게 무슨 떡이 생기냐? 판을 깨고 싶다.
왜냐면, 나 혼자 판을 깨면 그 과정에서 뭔가 이득을 보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다. 두 나라 모두 영어를 쓰니까 말하는 건데,
영어에는 이런 표현이 있잖아요. Get away with murder.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도망친다.
(남에게 패를 끼쳤으면서도 대가를 안 치르고 빠져나가다.) 이건 정말 '샤덴프로이데'적인 개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어로는 Impunity, 한국어로는 '고춧가루 뿌리기'이지요. 아무튼 상대방이 '엿'을 잡수시면, 정말 그 엿은 꿀맛이더라.
정말 세상이 가깝고, 좁아지는 것 같은데, 일어나는 건 볼수록 '각자도생'이에요. 뭐가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요?
이전 시대라고 무슨 대호구들의 시대였던 것은 아니고, 분명 자신의 이기심을 억누를만큼 무언가 당근이 있었을텐데요.

샤덴프로이데는 남이 아파도 되는 사람이니까 생기는 감정이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내 친구가 내 자식이 종이에 긁혀서 열상이 생기면, 후시딘을 발라주며 '헉! 괜찮아?'라고
(나중에 참, 다칠만도 했구만 이라고 혀를 찰지라도),일단 외치게 되는 거지요.
물론 일터 '그 녀석'이나, 정치권 '그 녀석'이 실수로 몸을 긁혀 피가 난다면,
'앗싸!'가 절로 나오겠지만요.(나중에 다칠만 했네, 라고 혀를 찰지라도요.)

판을 깨고 싶다는 것은, 판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말이겠지요. 대한민국의 최후의 선진국 아니겠습니까?

한국사람들 정말 열심히 살죠. 저야 펜대를 굴리면서 책상에 앉아 논문을 읽으며 '아직 아냐'라고 외치는 허생이지만,
제 오누이가 밤늦게까지, 아니 야간교대조에서 화학물질통에 손을 담그고 있는 걸 보면서 아무것도 못 느끼는 바보도 아닙니다.
그러고 어떻게 살아? 라는 말에 그녀는 '너는 언제 이렇게 살거야?'라고 물어보니까요. 그런데 한국인만 열심히 일할줄 아나요.
한국은 부모님 세대가 열심히 일해서 선진국에 진입했지요. 나이지리아 부모님들은 무엇을 잘못하셨습니까?
태국 사람들이 노력한 것은 어디로 갔고, 인도는 왜 중국이 되지 못할까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요?

부르키나파소에 새로운 재벌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판은 고정된 것이고,
자본주의는 유동성을 발달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수명을 늘렸으니까요. 돈이 이제 땅에 박혀서 자라지 않아요. 한국이 특이했죠.
지금 당장 한류를 봐도, 그 돈 안에 전부 나이지리아 기름, 시에라리온 피의 다이아몬드,
중국 농민공과 베트남 부모님의 피와 땀이 둥둥 떠다니는 거잖아요. 열심히살면 미국 증시시장이 호재가 되겠지요.
그래서 어쩌라고요.

제가 킥스타터로 마이트 넘버 나인이 사백만 달러를 모금했든, 쉔무 3이 육백만 달러를 모금했다던가, 아무튼
제가 게임좋아하는 게임사이트의 게임쟁이라 이런 비유 밖에 못하는데, BTS 음반이 뭐 빌보드에서 얼마가 팔리고,
막연하게 좌파적으로 쳐다보기만해요. 아 자본주의의 자본의 흐름이 이런 뽕맛이구나. 이래서 구글에서 알파고도 만들고,
조만간 자동차도 알아서 운전을 하겠구나, 기업의 돈이 단위가 크고 영(0)이 억수로 붙는게 이런 체제 덕분이구나.

제가 막 못 살아본적이 없는 참 축복받은 가정에서 태어났는데요 또 잘 살아본 적이 없어서. 돈이 많으면 어떻게 쓰는지도 몰라요.
차라리 우주대현자 타노스 선생님께서 제가 경제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우주적으로 잘 아실거에요.
그래서 막연한 좌파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는 꼬꼬마로 계속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업이 돈이 많으면 기적적으로 쓸수 있구나,
공항을 짓고, 새로운 반도체 단지를 짓고, 국가가 돈이 많으면, 복지도 해주고, 내 장학금도 보태주고, 아버지 건보료도 쓸모있게 해주고(?),
근데 일개 사람. 일개 사람이 돈이 많으면 도대체 어디에 다 쓸까? 차가 여러대인 삶은 뭘까. 콘서트를 앞좌석에서 보나?

막연하게 세상단위, 국가단위, 기업단위 떠다니는 돈이랑, 지금 내가 막연하지 않게 쓸 수 있는 돈이랑, 그 자릿수가 다르잖아요.

그런데 기존 정치인들이 뭐라고 해요? 파이를 키우자고요? 금리가 어떻고, 부동산 가격이 어떻고, 하던 짓을 또 하자고요?
일단 못 믿겠다고요. 제가 우주대현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경제 방식이 저에게 해준게 뭐가 있냐 한마디 하고 싶어지는거에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심정적'으로 그러시는거에요. '문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아주 뛰어나다' 왜? 아무튼 기존 것하고는 다르니까.
상식에 대치된다? 그게 매력이다. 그게 바로 추녀 가운데 서있는 선녀의 자태이다라는거죠.
그런데 너는 왜 내 심정을 못 이해해주냐 말씀하시는거고. 물론 세상은 심정이 전부가 아니니까.
'저 선생님... 그래도 선생님의 생각은...'이라고 말해야 되는거죠. 조심스럽게요. 왜냐면 심정문제는 조심스러운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들이 트럼프를 아주 '비이성적인' 이유로 뽑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분명 재선이 될거에요.
미국인이 그를 원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자리를 미국에 어떻게든 때려박겠다잖아요.
그 과정에서 중국과 관세가 어쩌고, 세계경제가 어쩌고 그러는데, 아모르겠거든요. 아무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잖아요.
솔직히 월스트리트 애들이 경제 위기 던져놓고, 단 한번이라도 속 시원하게 터놓고 '서민 언어'로 설명해준적 있어요? 없잖아요.

제 생각에 '가카주의'는 또 돌아올 것입니다. "XX하면 어떠냐?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한국사람들이 아직 경제발전의 '뽕'을 기억하니까요. 지금도 그 정부때 경제 지표는 좋았다고 말씀하시잖아요.
아플때는 경제가 안풀릴 사람부터 아프지만, 적어도 잘풀릴땐 전부 행복했던 그 맛이요.
아니면 전세계의 이념이 발매시기와 상관없이 정착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나라 코리아니까.
'포스트-가카주의'가 먼저 올수도 있고요. 뭐? 너가 기존 경제를 공부했다고? 네가 나를 이해하기는 하니?
MBA 학위를 따고, 박사 논문을 리카르도를 공부하는데 썼으면 현실은 하나도 모르는 샌님 아냐?
기업에 대해서 잘알면 기업에게 내 모든 피땀눈물을 바치는 방법만 평생 궁리한 도축업자아니야? 라고요.

인간이 어떻게 거대한 경제학을 이해합니까. 그거 4년짜리 전공과정이고. 모든 사람이 경제학부를 졸업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박탈할까요? 아니면 논쟁이 생길때마다, 공부하고 오세요라고 말해야할까요?
제 오누이는 암막커튼을 치고 라면먹고 자요. 야간근무를 하면서 매일 여워지는 모습을 보면 진짜 슬픕니다.
물론 제 오누이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새벽조에 근무하는 여자도 아닐거에요. 그녀가 공부는 언제해야할까요?
제가 가끔 피씨방으로 불러요. 오버워치나 하자. 너와 나 사이에는 온 경기도 행정구역이 있지만,
요즘 인터넷이 남매 하나 매칭으로 연결해주는거 별 어려운일 아니다. 그렇게 말해줘요.
그나마 걔가 잠들기 전에 트위터를 좀 보는게 낙이에요. 페미계정 구독해요. 죄송해요. 사과드릴게요. 제 집안이 교양이 없어서.
가끔 만나서 밥 먹을때마다 가끔 싸울 수 있겠다는 순간이 막 생겨요. 어디서 뭐라 읽었다고요. 저야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노력하지만요.

그래요. 그런데 이딴 판을 계속하라고요? 노력해봤잖아요. 노력하고 있잖아요. 세상 최적화 부품으로 쓰여드렸고, 알파고님인지 경제학자님인지,
노벨상을 받은 사람인지, 기업에서 CEO를 하던 사람인지 아무튼 그 양반들에게 경제 모르는 바보여서 죄송합니다라고 조아리면서
충성해드리고, 피와 땀을 흘려드렸잖아요. 도대체 그 결실은 다 어디로 도둑맞았냐고요.
아버지 세대는 무슨 경제학 학위를 다 달고 있던 세대라서 열심히 일하면 다들 일자리를 얻었냐고요.
인터넷 네티즌끼리 왜 논문을 읽어오고, 지표를 읽어서 네 말이 옳네 내 말이 옳네 싸워야하냐고요. 관료들이랑 학자들은 다 죽었나요?

샤덴프로이데라고 아루에님께서 말씀하신 심정과,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조금 다른 심정이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제 생각에는 이건 '깨소금맛'보다는. 그냥 일단 부수고 싶은 상처 깊은 배신감이라고 느껴집니다.
이것도 헛짓거리, 저것도 헛짓거리. 다 끝내버리고 싶은 헛짓거리. 헛짓거리!
19/05/13 15:01
수정 아이콘
제목자체가 무슨말인지 몰라서 그냥 넘어갈뻔햇는데

재밋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웅이
19/05/13 16:00
수정 아이콘
저도 그냥 넘어가려다가 읽어봤는데

뜻밖에 재밌고 좋은글이었네요 감사합니다.
아루에
19/05/13 18:08
수정 아이콘
호평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세오유즈키
19/05/14 02:2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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