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음속의빛입니다.
이 글은 미국 드라마 '페니 드레드풀'에 나오는 바네사 아이브스에 대한 잡담 글입니다.
드라마를 보는데 큰 지장은 없을 거라 생각되지만, 특정 캐릭터의 이야기가 스포일러로 적혀있다는 걸을 유의하고 읽어주세요.
처음 이 드라마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1~2년쯤 전?), 인터넷에 적힌 줄거리문구에는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늑대인간 등이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드라마'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주 옛날 옛적에 만화의 단골소재로 등장했던 캐릭터들(국산만화 두치와 뿌구가 떠오르네요.)이 등장하는 옛날 유럽 배경의
드라마구나 싶어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왕좌의 게임, 워킹데드' 에 대한 리뷰 글을 읽던 도중 댓글 중에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글이 있어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스토리적으로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댓글에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누리인의 말로는
배우의 연기력이 굉장하다는 찬사 글이 담겨있었고, 다른 누리인들도 대부분 수긍한다는 듯한 말투였습니다.
그래서 보게 된 '페니 드레드풀'
제목의 뜻은 '19세기 영국의 싸구려 출판 작품'을 의미합니다.
그냥 적은 돈을 내고 읽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괴담 같은 걸 써놓은 잡지책 같은 것?
이 드라마는 그 잡지책에 나오는 온갖 독특한 캐릭터들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미드 '그림'이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던 여러 동화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듯,
뱀파이어,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같은 애들이 등장하는 암울한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한 판타지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특별히 시선을 잡아끄는 캐릭터.
'바네사 아이브스'
그녀의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고, 재미있었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아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바네사'에게는 어릴 적부터 영혼의 단짝이라 할만큼 사이가 좋은 옆집 소녀 '미나'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미나는 굉장한 부잣집 외동딸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 착하고 순수한 천상 공주님 스타일이며,
디즈니 작품으로 치면, 인어공주의 '애리얼' 같은 느낌을 떠오르게 하네요. 바네사는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미녀 '벨'의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둘은 매우 친했고, 미나의 오빠인 소심한 남자 '피터'까지 셋은 어린 시절을 거의 함께 하며 자라왔습니다.
세 소년소녀 중 바네사는 가장 조숙했고, 미래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할 정도로 성숙했습니다.
절친인 미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오빠인 '피터'와 친구인 '바네사'가 결혼하면 좋겠다며 다리를 이어주었고,
바네사도 자신의 반려자는 '피터'일거라고 반쯤 수긍하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하지만, 피터는 너무나 소심하고 유약했습니다. 강인한 아버지를 닮고 싶어했지만 불행히도 천성적으로 그렇지 못했습니다.
바네사는 그런 피터의 소심함마저도 좋아했었지만,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했고, 피터도 바네사의 마음을 알지 못했지요.
그런데, 평소 천상 공주님처럼 마음이 여리고 순수한 미나가 연애를 시작합니다.
속담에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조숙했던 바네사는 미나를 친구로서 존중하기는 했었지만,
은연중 연애와 결혼에서 미나가 이렇게 빠르게 어른 여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소꼽친구이며, 함께 자라오며 미나에 대해 대부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네사가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이 된 미나를 보며 느꼈을 영문모를 호기심, 부러움, 당황스러움, 질투 등등의 감정들....
미나는 강인해보이는 장교(대위)와 결혼을 약속했고, 결혼 직후 외국으로 떠날 계획을 가졌고,
바네사는 그녀가 결혼을 하면 이제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게 될 것임을 직감하며 행복하게 잘 살기를 축복하지만, 동시에
서운함과 아쉬움 등등 많은 감정들을 느낍니다.
그리고 바네사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미나의 오빠인 페니와 연애를 시작하나....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집앞 정원에서의 로맨틱한 키스를 눈앞에 두고 자리를 도망친 피터에 의해 깨져버렸고,
상심하고 있던 바네사에게 미나와 그녀의 남자가 다가옵니다.
미나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바네사와 마지막 추억을 나누고자 했지만,
바네사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나가 잠든 틈에 그녀의 남자를 유혹해버리죠.
아마도 바네사에게는 첫경험이었을 그 날은 평생 바네사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으로 기억되었을 겁니다.
사랑이 아닌 질투와 공허함을 가지고 절친의 남자를 유혹한 바네사.
두 사람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게 된 미나.
미나의 장미빛 미래는 부서졌습니다.
약혼은 취소되고, 바네사와의 우정도 깨졌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열려있던 옆집과 연결된 문은 처음으로 굳게 잠기게 되었고,
미나 가족들은 어딘가로 이사가 버렸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바네사를 지탄하기 시작했고, 가족들마저 바네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최악의 첫경험. 부끄러움과 수치심. 자괴감. 떠나버린 친구에 대한 서운함. 미안함 등등...
수많은 감정의 폭풍 속에서 그녀는 정신을 잃었고,
다시 깨어났을 때에는 그녀의 마음 속에는 그녀의 것이 아닌 이질적인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영혼들의 속삭임이 들렸고, 사람들의 미래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당당했던 바네사는 사라지고, 현실과 죽음의 경계 사이에서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그 어떤 것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게 된 그녀.
너무도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그녀의 가족들은 정신과 치료를 포함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그녀를 예전의 그녀로 되돌리려 노력했지만,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고,
오랜 정신과 치료와 민간요법, 주술적 치료, 신앙 치료 등등을 통해 가까스로 이성을 회복한 그녀에게
오래 전 헤어졌던 미나의 영혼이 찾아옵니다.
자신이 위험에 빠졌으니 도와달라며...
제가 유럽쪽 중산층 소녀의 일상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왠지 모르게 바네사의 심리 같은 것에 몰입이 되더군요.
아무래도 배우(에바 그린)가 바네사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다보니, 정말 그녀에게 애착이 가면서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살아나더군요.
미드에 관심이 있어
로맨틱함과 괴기스러움이 공존하는 작품을 보고 싶으시다면 '페니 드레드풀'을 추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