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공연을 하나 예매 하기로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공연 예매는 느긋하게 PC로 했는데 충동적으로 결정한거라- 수리할 물건이 있어서 들른 AS센터의 대기시간에 태블릿으로 해치우기로 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동안은 아무 생각없이 수수료 내가며 인터파크 티켓 등 대행업체에서 예매했는데 왜 그랬을까. 앞으로는 다이렉트로 하자. 예술의 전당 페이지에 가서 회원가입을 시작했습니다.
1. 우리는 보안이 철저합니다.
이름,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주소, 아이디 중복여부 체크, ... 비밀번호 입력란이 다소 까다로웠는데, 특문까지 3종을 섞어쓰라고 설명을 해놓았더라구요. 그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안 넘어가는 겁니다. 설명을 자세히 보니까 쓸 수 있는 특문은 몇 개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를 골라서 최종적으로 입력을 했습니다. 안넘어갑니다. 숫자와 특문의 조합, 자릿수 등을 바꿔가며 다시 입력했습니다. 그래도 안넘어갑니다.
몇 분간 시도 끝에 포기하고 예술의 전당에 전화 - 상담원 연결해서 물어봤습니다. 일단 영문이름과 숫자, 특문 조합을 시도해보라고 하더라구요. 그제서야 입력이 됐습니다.
(나중에 다시 해봤는데 전에는 안보였던 에러 메시지가 떴습니다. "연속하는 문자열을 입력하면 안됩...." 여기서 연속하는 문자열이란 abcd 같은게 아니고 asd, qwer 같이 키보드상에서 연속한 문자열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이트에서 비슷한 패턴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왔는데 이게 제한이 걸리는건 처음 봤습니다. 더구나 처음엔 무수히 시도해도 메시지가 전혀 뜨지 않았습니다.)
2.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만...
비밀번호를 해결하고 더 이상 비밀번호 다시 입력하라는 메시지는 안나왔습니다. 그런데...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가입을 축하드립니다 어쩌고 반겨줘야할텐데 넘어가지를 않는 겁니다. 비밀번호를 포함해 모든 정보를 제대로 입력했고 그나마 의심가는 부분들을 상담원에게 확인했는데도 다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단계로 안 넘어갑니다.
상담원이 가끔 사이트에 오류가 생긴다면서 유선상으로 가입을 시켜준다고 하더라구요. 평소 같았으면 전화로 개인정보 불러주는게 꺼림칙하기도 하고 번거롭고 그냥 관뒀을텐데 오기가 생겨서 진행을 했습니다.
3. 이름은 내 것이 아닌 남이 불러주는 것.
겨우 로그인을 하고 비밀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 다 수정하고 예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몇 단계 진행하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이름 끝글자가 틀린 겁니다. 물론 이건 마이페이지 수정으로는 안되는 부분. 상담원이 전화로 잘못 듣고 입력을 한거죠. 처음 상담시 이름 알려달라고 할 때도 똑같이 틀려서 수정해주고 나중에 가입할 때 다시 불러줬는데 확인도 안하고 또 틀리다니...짜증이 나긴했지만 내 발음에 문제가 있거나 그 상담원이 유달리 잘못 듣는 발음이 있거나... 열이 올라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웃어 넘길만한 해프닝이었습니다.
또 전화 해서 상황 얘기하고 이름을 변경해 달라고 했습니다. 수정은 금방 됐지만 덕분에 그동안 입력한 예매 정보들 다 날리고 로그인 부터 다시 해야 했습니다.
4. 쌕티켓이 욕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다.
해상도가 맞지 않아 작게 나오는 좌석 배치도를 스크롤 해가며 끝까지 입력을 다했습니다. 이제 결제 단계로 넘어가면 되는데 예매하기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는 겁니다. 다시 처음부터 입력하고 로그아웃 했다가 처음부터 입력하고 등등 몇 번 시도 후 또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어플을 설치하랍니다. 모바일로는 그냥 안된답니다. 예술의 전당 예매 전용 사이트 sacticket.co.kr 페이지에서 예매의 최종단계까지 입력하는 동안 그런 설명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5. 제발 내 돈을 가져가.
어플 설치하고 다시 처음부터 예매 정보를 입력하고 좌석 선택하고...마침내 예매버튼이 눌러졌습니다. 드디어 결제단계. 각종 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최종 결제 버튼을 누르는데 버퍼링 후 에러 메시지. 다시 카드번호부터 한참 입력하고 또 결제. 또 에러 메시지.
혹시 통화 기능 없는 태블릿으로 하면 안되는걸까. 휴대폰에 설치하고 예매 정보 처음부터 입력 후 또 카드번호 등등을 입력하고 시도. 똑같은 에러 메시지. 특정 카드가 현재 결제 안되는게 아닐까 싶어서 또다시 전화해 상담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니랍니다. 다 된답니다. 근데 전 안됩니다. 상담원이 일단 예매하는게 우선인 것 같다며 또 유선상으로 해주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천상 처음부터 예매 정보 불러주고 무통장 입금해야 할텐데 지치기도 하고 내가 수수료 아끼겠다고 이 고생을 했는데 이제와 이체 수수료 내야 하는 것도 웃기고... 관뒀습니다.
길어야 5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과정이 수십 분을 잡아먹고도 안됐습니다. AS센터 일은 진작 끝났는데 한참을 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열은 오를대로 오르고 느긋할 줄 알았던 약속에도 늦을 뻔 했습니다.
6.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밤에 집에 와서 예매를 해봤습니다. 1분 만에 끝나더군요. 이미 세부사항을 다 외울 정도로 수도 없이 재입력을 해봤기 때문에 일사천리였습니다. 게다가 원하던 좌석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 이런 쌕티켓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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