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소 피지알은 눈팅만 하며 지냈는데 이렇게 자게에 글을 써보게 되네요.
나는 안그러겠지 하는 잠깐의 방심에 겪은 일인데, 나이 많은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대하는 인식의 문제도 걸려있고 여기 아닌 어디선가 생겼거나 또 생길 일인듯 싶어 이야기 한번 나눠보고 싶습니다.
글재주가 없고 부족한 글이라 송구하네요.
- 제가 사정상 한 4~5년 잠깐 살다 나갈 동네는 드라마 응팔에 나온, 혹은 아마 곧 나올 응삼?에 나올법한 풍경의 동네입니다. 사이사이 2층 양옥집과 리모델링한 집들도 섞여 있지만 점집도 많이 있고, 한옥지붕을 한 곳이 많은, 그런 동네입니다. 저는 현재 근처에 사시는 친척어른의 말씀과 인근 상인들의 말이나 여러 정황상 재개발이 늦을거라 판단하여 보증금200 월 25만원에 2층 독채에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집의 가성비는 S급이에요.
- 인근은 재개발이 성사돼서 이미 아파트 공사중이고 제 동네는 재개발조합(알부자들 연합?)이 현재 열심히 집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개발조합장 선거가 있었고 재개발 진행 속도를 올리기 위한 것인지 인상 험악한 어깨들과 친한 어떤 사람이 당선되었습니다.
저야 뭐 셋방 사는 사람이고 임시로 사는 사람이라 어깨들이 날뛴다한들 별로 신경은 쓰지 않습니다.
- 저는 이전 조합장과 월세계약을 맺었는데, 바로 이 이전 조합장 양반이 참 빅똥을 쌌습니다.
재개발과 관련된 사업(듣기로는 철거와 관련된) 입찰을 하는데, 특정 업체에게 로비를 받아 횡령/배임 건으로 구속되었습니다.
아마도 현재 구치소에 있을테고 재판 진행중이겠죠. 이 사람에게 전세나 보증금이 걸린 이 동네 주민들이 모두 붕 떠버릴 판국이고 저 역시 크진 않지만 없으면 섭섭할 200만원 보증금이 걸려 있습니다. 이 사람 통장은 당연 입출금 모두 안되는 상태이고 동네 주민들이 슬슬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꿀꺽한 돈을 내연녀와 여기저리 써버렸다는 소문도 있었고 횡령/배임은 잘 안풀려나오는 것인데다가 나온다 하더라도 돈 내줄 여력이 되냐의 문제가 커서요. 저는 이 시점부터 월세를 넣지 않았습니다. 현재 4개월 밀려있고, 보증금과 따지자면 100만원 까이겠네요~
- 그런데 다행인지 골치인지 전 조합장의 아버지가 수습에 나섭니다.
나름 괜찮게 사업을 하고 있고 재산도 있는 사람이며 사실상 재개발 사업의 물주입니다.
그의 아들인 전 조합장을 앞세워 재개발 차익을 내려다가 아들이 통수 및 잡혀가는 바람에 이 사람도 붕 떠버린 판입니다.
전조합장이 아버지에게 이런 저런 거짓말을 쳐가며 집계약 중간에서 돈을 낼름낼름 빼먹었나 봐요. 매입가 높게 뻥쳐서.
전월세 세입자들을 하나 하나 만나가며 피해가지 않도록 조치해주겠다, 전 조합장의 계좌는 정지상태이니 그곳에 월세 넣지 말라며 차후 연락준다고 하고 다녔죠. 월세야 보증금이 적고 월세 까나가면 괜찮으니 그렇다 쳐도 전 조합장과 전세계약을 맺은 사람들은 여전히 난감할 뿐이죠.
- 하지만 여기 또 함정카드가 있었습니다.
전 조합장과 계약을 맺은 많은이가 속았습니다. 전 조합장의 여동생(위에 언급한 물주 아버지와 당연히 딸관계, 별다른 조합활동을 안하는 정황상 아버지의 조종을 받고 명의만 있는 허수아비)이 공동명의자네요.
즉, 많은이들이 공동명의자를 포함해서 계약을 맺은게 아닌, 전 조합장 한사람하고만 전월세 계약을 맺은 것이에요.
네, 저도 그렇습니다. ㅠ.ㅠ 당연 등기부를 떼어 보고 해야 할 일인데 큰돈도 아니고 하필 제가 바쁠 때라 그냥저냥 계약했었습니다.
제 집의 전주인은 저와 나름 가까운 분이었고 신뢰관계가 있는 분인지라 별 생각 없었네요. 이 분께서 전 조합장에게 집을 팔면서 저도 덩달아 새로 계약한 것이었습니다.
제 실책도 답답하지만, 그분은 왜 나를 귀찮은 상황에 몰아넣어주신건지 약간은 원망스러울뻔 했으나 최근에 갑작스레 돌아가 버리셔서 미워할 마음 자체가 안생기네요. 1층은 가게인데 미망인이신 아내분께서 경영중입니다. 근데 또 이걸 이 집은 팔아도 가게는 유지해야 하는 터라 전 조합장이랑 전세계약을 해두셔서..그 분도 참 답답한 상황이죠.
- 아직 안끝났습니다. 전 조합장 아버지의 뜬금포!
위에 언급한 그 아버지란 사람이 최근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던건지, 재산상에 큰 변동이 있는건지 원,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피해 안가게 수습해준다던 딱봐도 부자같고 부드럽고 때깔좋던 인상은 어디가고 한 두달 사이에 인상이 많이 변했네요. 저 포함 여러 세입자들을 만나 문제가 될 만한 여러 말들도 하고 갑니다. 괄호 안의 말은 그 사람과 대화중에 떠오른 제 생각입니다.
1. 돌려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므로 그냥 보증금에서 까라 하니 승질을 내네요. 내가 이런 일 하는 사람인데 자기 못믿냐고.(사람 믿다가 이꼴 났는데..쩝.)
2. 월세를 계속 달라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계좌로 쏴주라길래 그건 아닌것 같아 전 조합장의 계좌로 보내준다고 말해줬습니다. 정지되어있던 전 조합장의 계좌는 법적으로 잘 수습해서 입금거래는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정지 후에 입금된 돈 정도는 빼갈 수 있나보다.)
3. 월세를 안주면 법적조치, 집나가게 한다고 윽박을 지릅니다. 자기딸이 이 집의 공동명의자니 딸을 시켜 나가게 한다고.(아들이 통수치고 사고쳐서 빡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아버지네. 자기 돈 묻어둔게 많으니 이거 아버지, 아들, 딸이 어차피 한통속이구나. 애초에 노리고 계약을 이따위로 빨리빨리 하려 한건가?)
4. 그럼 어떤 시점의 언제까지 보증금 or 전세금을 돌려주라는 계약서라도 쓰자고 하니 그건 안된답니다. 저보다 더 황당하실 전세 계약자들은 멘탈 나간 표정이더라구요.(당연히 안되겠지. 집과 땅의 명의자가 아닌데 아무리 아들에게 돈을 대준 물주 아버지라도 제 3자일 뿐이니까. 계약하면 그것 나름대로 사기.)
5. 세입자 당신들은 처음에 계약하실 때 전 조합장이랑 계약을 잘 못 맺은거다. 공동명의자(자기딸)도 함께 계약을 했어야 하는데, 실수하셨다.(그럼 그냥 전 조합장이 사기친거자나? 공동명의자 동의 없이 타인과 집계약하고 월세 착복했다면, 공동명의자들끼리 해결해야지 왜?)
6. 재개발에 대해서는 건설사 인가가 다 났다. 내년 봄에 철거 들어간다.(그 말도 못믿겠습니다~. 월세 안내고 보증금 까나가면 딱 철거 시점 비슷한데, 굳이 지금 월세를 왜 받는지? 혹시 철거 시점은 훨씬 더 뒤가 아닌가? 아직 인가도 제대로 안난거 아닐까?)
- 뭐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의 일반적 병리 현상인 자기보다 어린사람 무시하기/ 돈 없는 사람 무시하기/ 잘못한 놈이 성내기가 겹쳐진 태도에 괘씸해서 따박따박 따지고 싶었지만, 아들에게 나름 통수맞아 돈 묶이고 수습하느라 정신없어 화난 어른이랑 싸우기가 싫어 관뒀습니다. 말 해도 말도 안먹히구요. 부동산 관련해 이런 경우 뭐가 법적으로 정확하게 맞는 것인지 몰라 일단 그냥 물러선 것도 있구요. 나가라고 하든, 강제집행을 하라 한들 '응 그래 나 나갈께 너님 아들 사기 이응이응' 이런 마음이 들었네요. 횡령/배임범에 사기까지 기분 참 좋겠다고. 이게 부동산 계약 사기인지 아닌지, 저는 잘 모릅니다 여전히.
- 이 후 월세 넣어달라는 전화를 받습니다. 귀찮은 말 상대 하기 싫고 어린 사람 하대하는 태도가 싫어 저도 이 일을 미리 상의를 마친 어른에게 토스합니다.
"네 그 문제는 저희 부모님과 상의하세요. 부모님께서 월세 넣어주시고 계셔서 부모님과 말씀 나누시는게 빠르실 것 같네요. 연락처 문자로 보내드릴께요" 라고 말을 하니, 이름대면 알만할 좋은 곳 다니고 다 큰 어른이 자기가 결정해야지 무슨 그걸 부모님하고 이야기 하냐는 식으로 말을 하네요..허허 그럼 그렇지.
물론 사실 제가 월세 넣고, 계약도 제가 하고 그런것 맞고 부모님 성가시게 해드리고 싶진 않은 맘이 있지만, 부모님께서는 다 큰 자식이지만 걱정이 되신 탓에 저를 도와주신다고 합니다 ㅠ.ㅠ 부동산에 물어보니 그냥 돈 넣지 말고 살라하네요.
- 이 일로 인한 지금의 기분이나 생각은 이렇습니다.
'일단 내년 말까지는 집 안옮기고 살고 싶으니 보증금 까이면 월세 달달이 넣어주자. 갈등 빚는거 자체가 싫다'
'어른들은 젊은이를 우습게 보거나 겁을 주거나 잘 구워 삶아서 이득 볼 생각으로 가득하구나'
'어른들이 젊다고 우습게 보면 자기 또래랑 상대 붙여주면 이야기가 달라지구나'
'돈 걸린 문제는 아무도 믿지 말고 냉정하게 대하자. 내가 어른들 마음 배려해주다가 쓸데없이 당했구나'
'상대가 약하게 보이면 미쳐 날뛰는 인간들이 많구나'
'재개발사업은 탐욕의 구렁텅이에 아수라장'(새 조합장 선거 때 집집마다 돌아다닌 흑색선전 찌라시들 보면 국회의원 선거는 아무것도 아니네요)
'돈 안넣고 기다리면 아쉬운 쪽이 알아서 하겠지'
'급하면 사람 본성 나오네'
'불리한 것을 언급하거나 일의 논리를 따지면 구세대들은 나이 들먹이구나 에휴'
네 그렇습니다.
너무 대강한 탓에 이 꼴 난 경험 소중하게 여기어
나중에 제 집 구매할 때는 더욱 더 정말 조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다 컷다 생각해도 역시 부모님 계실 때가 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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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야 누가봐도 푼돈이라 그냥 저냥 살다가도 서로 퉁 치는게 가능하지만
전세금 묶인 사람들은 날벼락 맞았죠.
전 조합장도 나쁘고 수습해준다는 그 애비도 꽤나 질이 나쁜 상황입니다.
재개발이 빨리 돼서 투자금+a가 회수 된다 하더라도 과연 제 때, 제대로 받을지도 의문같네요.
아래 쓰신 기분글 대공감합니다.
제가 어린나이에 장사 처음시작했을때랑 느낀게 완전 똑같아요. 소름돋네요.
나이어리다고 개무시하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정말 어떻게 할수가 없어서 최후의방법이 부모님께 토스하는건데 태도가 달라짐요.. 어흑
사회생활할때는 내가 나이 어리다고 예의차린답시고 먼저 공손? 친절하게 나가는 순간 깔보이게된달까? 이런걸 많이 느꼈습니다. 점점 변하게 되더군요.처음부터 그냥 좀 싸가지없다시피 하게 되는게 가장 편합니다. 무슨 20대초반도 아니고 서른이 넘었는데도 엄청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