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6/03 23:51:57
Name 맥주귀신
Subject [일반] 어제 있었던 잡담 같은 경험담
서울 근교에서 서울 변두리까지 출퇴근 합니다.
자차로 도어 투 도어 약 15분? 축복받은 출퇴근 거리지요. 운전 시간은 10분도 안되니 노래 한곡 들으면 끝나네요.
그런데 가깝다보니 오히려 가끔 지각하는 횟수가 늘어나더군요. 5~10분씩 늦는데 좀 눈치도 보이고 뭐 그렇습니다.

어제도 엊그제 과음으로 화장실에 오래 있는 바람에 약 10분 정도 늦게 시동을 걸었지요.
짧은 거리지만, 신호등의 신이 있다면 저에게 가호를 내려주십기를 바라면서 부랴부랴 출근을 했지요.

가다보면 5차선 도로가 나옵니다. 도로 끝에 십자교차로가 나오지요. 1,2차선은 좌회전 차선 나머지는 직진.
3년 동안 같은 출근길을 이용했습니다. 이부근에서는 3차선을 타야 좀더 빠르게 건너갈 수 있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3차선 도로로 주행했고 교차로 코 앞에 멈춰섰습니다. 제 앞에는 bmw가 한대 있었구요. 빨리 직진불이 들어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렸습니다.

타이밍 좋게도 금방 직진불이 들어오더군요. 그런데 bmw가 출발을 안합니다. 바쁜 마음에 빵 한번 가볍게 울렸더니, 좌회전 깜빡이를 켜네요. 가끔 3차선을 좌회전 차선으로 착각하는 차들이 있습니다. 이 부근 지리를 잘 모르면 뭐.. 그럴 수 있지요. 그래도 마음이 너무 바쁘니 빵 한번 더 눌렀고 좀 비켜주기를 기다렸지요. 그런데도 꼼짝도 안하는 겁니다. 이번에는 좀 부아가 치밀더라구요. 크랙숀을 거의 3초? 정도 누르고 라이트를 켰는데도 꼼짝 안하는 겁니다. 하.. 싸우자는 건가?

마침 오른쪽 차선이 비어서 4차선으로 차선 변경하고 그냥 교차로 넘어갈까하다가 bmw옆에 잠시 세웠습니다.
제 또래 30대 남자가 오히려 창문 내리고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저도 창문을 내리고 소리쳤죠.

"아저씨! 차 빼! 직진차선에서 뭐하는 거야?"
"여기 좌회전이에요! 당신이나 똑바로 해!"
"헛소리하고 있네. 운전 똑바로 해!"
"@#$@%"

더 고성이 오고갈뻔 했으나 4차선 뒤로 차들이 빵빵거려서 더 못하고 교차로를 건넜습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남에게 피해주는 저런 자식은 참 어떻게 배워먹은 놈일까' 중얼중얼거리며 그렇게 직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bmw차주의 말이 생각나더라구요. 3차선이 좌회전 차선이라는.
그럴리가 없지. 내가 몇 년을 이곳을 넘어다녔는데...... 몇 년을 3차선으로 직진을 해왔었는데.

그리고 바로 오늘, 며칠전에 차선 체계가 바뀌어서 3차선이 좌회전 차선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 결국 모든 똥은 제가 쌌던 것이었고,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었던 것이죠.
괜히 언짢은 소리 들은 bmw차주부터, 4차선 뒤에서 몇 초간 기다렸던 차들에게까지 피해를 준 것이죠.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 중에서 정말 확실한 건 얼마나 되나.
여러 쪽의 의견을 다 들을 줄 알고 이성적 합리적으로 판단할 만큼 성숙했다고 자부했던 나이기도 한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고집부리고 남들에게 피해를 준 건 또 얼마나 많을 것이냐.

원딜할 때 타곤산 터뜨리는 레오나에게 빽핑을 찍기도 하고(cs먹지 말라고)
치과 치료 받을 때 피를 꼭 들여마시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말도 안되는 소리로 치부하고(알고보니 진짜 피를 마시는게 좋다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저는 뭔가 짧은 생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스스로 손해보는 일을 하게 되겠지요.
피할 수는 없겠으나 최대한 그런 일이 적기를 바랄 뿐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nthony Martial
16/06/04 00:14
수정 아이콘
피를 마시는게 좋아요?
맥주귀신
16/06/04 09:54
수정 아이콘
뱉으려면 필연적으로 상처에 압력이 가해지게 되고 그러면 지혈이 더 늦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16/06/04 16:50
수정 아이콘
뱉는 과정에서 압력차 때문에 혈관에서 피가 더 나오게 돼요. 그래서 께름칙할 때는 그냥 세면대 같은 데다 쪼르르 흘리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타네시마 포푸라
16/06/04 00:42
수정 아이콘
히오스 1차 베타때 잠수 타지말라고 핑찍어 기분상하게 해 죄송했습니다 아바투르님. 제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AeonBlast
16/06/04 01:04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까 저도 아바투르 같은팀으로 처음만날때
잠수타는거 같아서 이건 좀 아닌거 같아서 뭐하냐고 엄청 뭐라 그랬는데
알고보니 저보다 딜량이 더 나왔던...
This-Plus
16/06/04 02:00
수정 아이콘
왠지 어딘가 사이트엔 bmw 차주분의 글이 올라와있을 것 같은 느낌이?
행운유수
16/06/04 03:58
수정 아이콘
바뀐 걸 몰랐으면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모르는 사람끼리 도로상에서 얘기를 나누면서 당연한 듯이 반말이 오갔다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저도 그래요. 운전대만 잡으면 반말 뿐만 아니라 욕설도 불사합니다.
초보롱미
16/06/04 08:23
수정 아이콘
광나루역사거리 아닙니까?
맥주귀신
16/06/04 09:54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구리쪽에서 강변역쪽으로 넘어가는 길이지요.
초보롱미
16/06/04 15:14
수정 아이콘
상황이 딱 들어맞길래. 흐흐
저는 반대경우엿습니다.
좌회전을 해야하기때문에 3차로로 이용을 못했는데.
어느날보니 그 차선에서 좌회전하더라구요.
맥주귀신
16/06/04 16:40
수정 아이콘
후후 재미있네요
3차선 변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오래걸리게생겼어요ㅠ
16/06/04 09:47
수정 아이콘
차선변경이나 이런거 좀 바뀐다고 미리미리 대대적으로 홍보해줬으면 좋겠어요.
매일 출근하는 길인데도 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잘 안보이는데 현수막 하나 걸어놓고 끝인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Around30
16/06/04 13:30
수정 아이콘
일본에서 자차사서 1년쯤 운전하고 있는데 클락션을 단한번도 누른적이 없습니다. 가끔 내차 클락션은 어느정도 볼륨인지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 안누른 데에는 아무래도 위험한 상황이없었기도 하고 주말에만 이용하기에 그냥 막히면 막히는 대로 늦게 출발하는 사람 있으면 기다리는 편입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하고요. 시간 엄수해야하는 약속에는 아예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일찍나오거나 차를 안탑니다.
한국에 가끔 들어가면 다들 너무 여유가 없어보여 놀라곤 합니다. 이번 스크린도어 사망자 사건도 조금만 더 사회와 사람이 여유가 있었다면 피할수 도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전을 최우선시 할수 있는 사회의 여유와 열차가 조금 지연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여유 말이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558 [일반] 2016년 가온 주간 스트리밍 차트 1위 정리 [4] Leeka4359 16/06/04 4359 0
65557 [일반] 어제 있었던 잡담 같은 경험담 [13] 맥주귀신4702 16/06/03 4702 3
65556 [일반] 영남권 신공항 문제, 어떻게 보시나요? [148] 도연초11567 16/06/03 11567 0
65555 [일반] [스포] 정글북 보고 왔습니다. [6] 王天君4759 16/06/03 4759 0
65554 [일반] [스포] 초인 보고 왔습니다. 王天君2988 16/06/03 2988 1
65553 [일반] [스포] 사돈의 팔촌 보고 왔습니다. [5] 王天君7330 16/06/03 7330 1
65552 [일반] [스포] 로미오와 쥴리엣, 맥베스 보고 왔습니다 王天君2846 16/06/03 2846 0
65551 [일반] [KBO] 여러분의 팀은 안녕하십니까? (SK 이야기) [28] 부모님좀그만찾아4192 16/06/03 4192 2
65549 [일반] "슬픔 이겨내자"며 용서한 '곡성 공무원' 유족들 [19] 군디츠마라7154 16/06/03 7154 16
65548 [일반] 바보 바보 바아~보 [13] 소야테3638 16/06/03 3638 9
65547 [일반] [배구] 삼성화재, FA 보상 선수로 부용찬 지명 [15] 지니팅커벨여행3928 16/06/03 3928 1
65546 [일반] SNS나 페이스북으로 링크 퍼가기 오류 수정됐네요. [2] homy3103 16/06/03 3103 4
65544 [일반] 조심스럽지만 시골? 소지역사회?의 범죄에 대해서... [110] 자전거도둑13935 16/06/03 13935 11
65543 [일반] 지난 6년간 가온 연간 디지털차트 TOP 10 [53] pioren7024 16/06/03 7024 2
65541 [일반] 한국 야구 덕후들에게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 3개 [7] 어리버리5289 16/06/03 5289 3
65540 [일반] 직접 본 용역계약의 폐해 [15] 삭제됨7059 16/06/03 7059 5
65539 [일반] [야구] 어제 두산 대 NC 경기를 보고 떠오른 이런저런 잡설 (김경문 감독에 대하여) [54] 제랄드8295 16/06/03 8295 12
65538 [일반] [잡담] 통일 관련 논의 2부 (?) [26] aurelius4069 16/06/03 4069 0
65537 [일반] 평창 올림픽에서 만나게 될 특별귀화자 선수들 [28] Sgt. Hammer10592 16/06/03 10592 5
65536 [일반] 예술의 전당이 인터파크 스폰서라고 의심하게 된 사연 [5] Zelazny6515 16/06/03 6515 1
65535 [일반] [미드] 페니 드레드풀, 바네사 아이브스의 이야기 (약간의 스포 주의) [14] 마음속의빛7845 16/06/03 7845 1
65534 [일반] 구의역 19세 죽음 뒤 '메피아 계약' [33] 쇼미더머니7520 16/06/03 7520 13
65532 [일반] [미술] The kitsch, 제프쿤스 [19] Basquiat7600 16/06/03 7600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