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촬영중에 말이 죽었습니다.
어느 영화인지 무슨일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주세요
사고는 아무도 예상치못한채 발생하기에 사고인듯 합니다.
말은 그렇게 제 눈앞에서 비틀거리더니 쓰러져 죽어갔습니다.
허망하다. 정말 그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사실 촬영중 말이 목숨을 잃는 경우는 꽤나 자주 있다고 합니다만
500kg 가까이되는 육중한 생명체가 겨울 차가운 바닥에 누워 죽어가는 모습은 처음 보는것이어서 충격이었고
슬프거나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보다는 왜 이런일이. 왜 저 짐승이 이렇게 죽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 의문으로 가슴이 답답했고 허망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집에 있는 자녀들을 보는데
다른것보다 생명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만약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거나 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만약 내 자녀나 가족이 목숨을 잃는다면 그건 내가 감당할수 있는 허망함일까 생각했습니다.
생명이라는건 중요하다고 알고는 있지만
이다지도 돌이킬수 없는 것이었나 하여 더욱 그게 중요한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인간을 위해 평생 연기하다 자기가 죽을곳이 여기인지도 미처 모른채 죽어가야했던
그 생명에 대해 미안하고 사과하고 싶습니다.
그 말은 키우시던 분들이 정이 많이든 말이어서 화장을 한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의식은 죽은 생명을 위해서보다 산 자들을 위로하기 위함인듯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죽은 말에 대해
좋은곳에서 쉬라고 명복을 빕니다. 그런 자기위로와 위안마저 미안합니다.
잠이 쉽게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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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가 학창시절 같은데 어느새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부고가 낯설지가 않게 들려옵니다. 처음의 그 충격 허망함 그런 감정들이 갈수록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나이와 함께 죽음을 인정해 가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도 혹은 나의 죽음도 어느순간 오더라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애써 외면하지만 가끔씩 생각을 스쳐갑니다. 날이 많이 춥네요. 유독 추운 날에 어르신들이 많이들 돌아가셔서 댓글 달면서도 묘한 감정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