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13년 아이를 낳았습니다.

뭐 정확하게 표현하면 제가 낳은건 아니고, 아내가 낳았습니다.


아이를 가져야겠다라는 생각을 태어나서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아이에 대한 호불호 같은거 보다는, 그냥 아예 생각이 없었다는게 맞겠네요.


그 당시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고, 그래서 결혼을 하기로 했죠. 그리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뭐 그냥 만나던 정도의 관계는 아니고, 상견례는 한 상태였으니 진지하게 만나는 관계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상견례 했다고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만, 임신 덕분? 때문? 여튼 결혼하게 됐네요.



아이가 태어났는데, 어떻냐고 물어보더군요.

사실 별 감흥 없었는데, 나중에 욕먹을까봐 연기했습니다.

감동적이다 등등 말이죠.


보통 산후 조리원을 가는데, 아내는 남들과 같은 공간에 있기 싫다면서 집에서 쉰다고 하더군요.

다행스럽게 양가 어머님들께서 하루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도와주실 수 있는 상황이 되셔서 낮에는 할머니 두분이 도와주시고,

전 자영업인데 보통 오후 2시 출근, 새벽 6시 취침하는 타임존이라 새벽에는 제가 봤죠.


아이를 볼때 처음 기억나는게, 좀 더러운 얘기지만 아이가 똥을 쌌을 때 였습니다.

집에 온 첫날인가? 다음날인가? 기저귀를 갈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기저귀를 갈아야 되는데

저나 아내나 처음해보다 보니 어떻게 갈아야하지? 라고 난감해 하는 찰나


갑자기 에일리언도 아니고, 녹색똥을 수도꼭지 틀어놓은것처럼 쏟아내더군요 크크크

아내 옷과 제 옷이 다 젖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엔 어리숙했던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 지더군요.

새벽에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하는건 제 담당이 되었는데 딱히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그냥 저냥 할만하더라구요.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면서 아이가 무럭 무럭 자라는데,

큰 감정이 없었던 제 마음에도 하루 하루 아이 아빠라는 감정이 무럭 무럭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뭔가 한번에 빡 하는 그런건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냥 수건이 물에 젖어 들어가듯이, 야금 야금, 살금 살금 그런 감정이 차곡 차곡 쌓이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아이가 없는 삶은 상상이 안되는 그런 삶이 되어 있더라구요.


뭐 아이를 키우는 환경에 필요한 돈, 시간, 열정 등등은 개인마다 다르다 생각하고,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딱히 뭐라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보통 생각하시는것만큼의 금전적 부담이나 환경적 어려움은 크지 않았던 것 같네요.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기저귀값, 분유값은 충분히 감당이 됐던거 같고,

어린이집 비용은 다 공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한명 전담 마크해야 하니 부모님들께 들어가는 용돈의 규모가 꽤 컸죠.

매주 10~20만원씩 드렸는데 지금 아이가 6살이고 지금까지 봐주시니 용돈 총액만 해도 몇천은 될 것 같네요.

뭐 근데 부모님 용돈이니 딱히 아깝다는 생각은 안듭니다만,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죠?



결론적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뭐가 제일 좋냐? 라고 묻는다면

아이 자체다! 라는 뻔한 대답 대신에

아내와의 관계가 참 좋아졌습니다.


뭐 동의하실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여자는 그냥 여자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도의 감정이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내가 여자가 아니라, 내 아이의 엄마로 정의가 바뀌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사이가 더 좋아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모든 면이 말이죠.


이번에 안희정 사건도 터졌지만, 남자라면 응당 그런 유혹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만 (안희정 실드도 아니고, 남자들의 실드도 아닙니다)

그런 유혹을 이겨내는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자 예의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구축이겠죠.

그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다보니 이런 저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겠죠.


근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6년째인 지금까지 그런 유혹을 아주 쉽게 이겨낼 수 있게 되더군요.

뭐 제 개인적으론 그랬습니다.


부부마다 케이스는 다르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생겨서 좋은건 아이 존재 자체이기도 하지만, 더 좋은건 부부관계의 한단계 발전이 아닌가? 싶네요.


오지랖 부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결혼을 하신거라면 아이는 낳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저는 아마 그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면 결혼은 안했을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